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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듕쌤 Jun 05. 2023

<4-1화> 디스크로 쏟아부은 돈이 얼만데...

디스크 재활의 기초

얼마 전 아주 경미한 교통사고가 났다.

신호 대기 중 딴청 피우던 뒤차가 아주 살짝 내 차의 후미를 받은 것.

“뭐야, 지금 나 받힌 거야?”

라고 생각했을 정도로 아주 살짝 박았지만 몸의 느낌은 싸했다.



교통사고가 처음이라 현장에서는 그저 연락처만 받고 집에 돌아왔다. 살짝 박은 거고 차에도 아무런 표시가 안 날 정도니까 괜찮겠지 싶었지만 서서히 증상이 올라왔다.


누워만 있어도 다리가 저렸고 서있기 힘들 정도로 통증이 올라왔다.


기시감이 들었다.


6년 전 즈음 인도를 걸어가는데 자전거에 팔꿈치를 치인 적이 있었다. 당시엔 경황이 너무 없던 데다 팔꿈치만 살짝 치였고, 운전자가 술에 진탕 취한 노쇠한 할아버지인 것에 연락처도 받지 않고 보내주었다. 하지만 자전거가 떠나고 1분 뒤, 걷지 못하고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병원에선 놀라 몸을 휙 돌리는 과정에서 디스크에 손상이 있던 것 같다고 했다.


평생 후유증이 남을 거라고도 했다.


절망적이었다. 운동을 좋아하던 내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재활에만 모든 에너지를 쏟아야 하다니, 게다가 후유증이 남을 수도 있고.


서있기만 해도 식은땀이 흘러 수업도 앉아서 진행할 정도로 상태가 심각했다.


아침저녁, 일하는 틈틈이 재활운동을 했다.

아침에 눈 뜨자마자 복근운동, 직장에서는 엉덩이 운동, 집에 와서 다시 복근운동.


<직장에서 했던 엉덩이 운동>

출처: whole pilates

상체를 허리나 등으로 들어 올리는 것이 아닌 엉덩이 위쪽을 조여주는 것이 디스크 재활에 가장 중요한 포인트다.



매일같이 재활을 하니 3개월 뒤에는 약 없이도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었고 6개월 뒤엔 통증 없이 이전과 같은 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 교통사고를 당하며 그때의 기억이 머릿속을 지배했다.


그때처럼 아프면 어쩌지?


“나 진짜 너무 아파.”

“엄살 부리지 마. 어떻게 그거 갖고 아파?”


블랙박스 영상을 함께 돌려본 신랑은 내가 왜 아픈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눈치였다.

나도 왜 아픈지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였으니까.


하는 수 없이 보험접수를 하고 병원에 갔다.


이병원 저 병원 전전했지만 생각보다 증상은 낫지 않았다.


결국 자생한방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다가 MRI 촬영까지 하게 되었다.


그렇게 발견한 나의 척추 디스크 속 ‘낭종’


꼬리뼈 근처 디스크 속에 낭종이 있지만 낭종으로 인한 통증은 많이 보고되지 않을 정도로 크기가 크지 않으면 일상생활에도 무리가 없다고 한다.


하지만 디스크도 깔끔한 내게 보이던 수많은 신경적 이상 징후들.


어릴 적부터 있었던 다리 저림과 찌릿함, 불편함 등의 느낌은 아마 그것 때문이었으리라.


최근에 알게 된 증상인데 ‘하지불안 증후군’이란 게 있더라.


자다 말고 다리의 저릿함에 깨기도 하고, 다리가 어딘가 간지럽고 뻑뻑한데 해결이 안 되고, 전기가 통하는 것처럼 팟- 하며 몸을 일으키며 놀라기도 하는 증상들.


아주 어릴 때부터 겪어왔던 증상들에 이름이 있는지도 이제 알았다.


아무튼 그런 요인을 갖고 있던 탓에 아주 작은 충격에도 남들보다 크게 느끼고 오래 아파한 게 아닐까 싶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이런저런 사고를 당하며 디스크 치료에 준하는 운동을 하다 보니 그런 증상까지도 90% 이상 사라졌다.


그리고 그렇게 스스로 재활하는 동안, 나는 디스크 치료의 달인이 되었다.






내 회원 중에도 디스크로 7~8년간 일상생활을 못한 분이 있었다.


지금은 언제 아팠냐는 듯 아이스하키도 하시고 행복한 일상을 만끽하고 계시지만 나를 만나기 전엔 고통이 일상을 지배했다.


아들을 등에 고 집에 돌아온 뒤, 자리에서 일어날 수 없었다.


요추디스크에 문제가 생겼다는 걸 알게 되었지만 어떤 병원을 가도 증상에 차도가 없었다.


침, 도수치료, 추나치료 등. 수백만 원 되는 치료비를 일 년에 몇 번씩 결제하기를 7년째, 한 병원에서 필라테스를 해보라고 권유해 우리 센터에 오게 되셨다고 한다.


처음에 다른 선생님과 수업을 하며 조금 나아지긴 했지만 나를 만났을 때에도 바닥에 있는 물건을 주울 때면 다리를 구부려 아주 조심히 주워야 하고, 상체를 숙이는 것에 엄청난 거부감이 있었을 정도였다.


스스로의 디스크를 치료해 본 나는 소진님에게도 동일한 기준으로 운동을 시키려 했지만 역시나.


자신의 몸을 마음대로 컨트롤하지 못하는 상태였다.


“엎드려서 이마 아래 양손을 두시고~ 다리 하나를 들어보세요~”


그러나 다리는 요지부동. 바닥에서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다리가 안 들어져요..”


충격적일 정도의 움직임이었지만 통증을 없애기 위해 꼭 해야만 하는 동작이었다.


“그럼 일단 상체를 들어서 하체를 쓰는 걸로 할게요.”


원하는 동작이 한 번에 나오지 않으니 그 동작이 나올 때까지는 비슷한 더 쉬운 동작으로 대체해야만 했다.


스핑크스(sphinx) 자세.

출처: skimble

상체를 팔로 기대어놓은 뒤 배꼽을 집어넣게 했다.


역시나 복부의 힘이 없어서 가슴만 한껏 말아 넣었다.


등을 말 수 없게 막아놓고 배를 집어넣고 엉덩이를 조이게 만들었다.


그렇게 점차 엎드려서 다리를 들 수 있게 되었다.


“오! 선생님! 됐어요!!!”


엎드려 다리를 드는 게 뭐가 그리 힘든 일이냐 싶겠지만 평생 그쪽 근육은 써보지 않아 디스크가 터질 정도의 사람들에겐 진땀 흘릴 만큼 힘든 일이었다.


점점 아무 거리낌 없이 상체를 숙일 수 있게 되었고 통증도 사라진 듯 보였다.



다음 편에 계속...



소진님이 했던 one leg lift 동작.

엎드려서 다리 하나를 드는 게 뭐가 그렇게 어렵겠냐 싶겠지만 엉덩이 근육이 없는 경우 종아리만 뭉치기도 한다.



[집에서 할 수 있는 디스크 재활운동]

아랫배 운동(볼은 빼고 엉덩이 밑에 양손을 깔고 하자)

디스크 재활 목적의 아랫배 운동은 내 아랫배가 허리를 버텨줄 정도만 다리를 펴고 허리를 바닥에 꾹 눌러야 한다. 사진처럼 허리에 볼을 놓지 말고 엉덩이 아래에 양손을 깔면 허리가 바닥에 더 잘 붙어 통증 없이 운동할 수 있다.


(이조차도 초보자들은 잘 못해서 더 쉬운 동작으로 시킨다.)


엉덩이 운동 (출처: ecperience life)

보통의 힙브리지와 달리 엉덩이 위쪽과 아랫배에 집중해야 디스크 재활 효과가 크게 나온다.



절대!


디스크 통증이 있는 경우 허리가 아플 만큼 운동하지 말 것.


욕심이 화를 부르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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