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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듕쌤 Jun 07. 2023

<4-2화> 디스크로 쏟아부은 돈이 얼만데...

아파본 사람이 운동도 열심히 한다.


“선생님.. 저 몸살이 와서 일주일만 쉴게요.”


디스크가 다 나은 것처럼 보였던 소진님도 초기엔 운동을 조금만 쉬어도 통증이 다시 돌아왔다.


“어떡해요 저 허리 다시 아프면.”


두려움이 들 정도로 7년의 기억은 끔찍했다. 그 뒤로 소진님은 모든 약속보다 필라테스 수업을 우선시했다.


그리고 또 하나.


“회원님. 제가 아무리 알려드려도 평소에 운동을 하지 않으시면 통증은 반드시 돌아올 거예요. 우리가 보는 시간은 일주일에 고작 2시간이지만 운동을 하지 않는 시간이 훨씬 기니까요.”


그렇게 숙제를 드렸다.


허리가 너무 단단해 척추를 아래로 짓누르고 있던 옆구리를 늘리도록 했다.


“양손을 머리 뒤에 올려놓고 마시면서 사이드 밴드~”


처음엔 몸을 옆으로 구부리는 쉬운 동작 하나 느낌을 잘 갖지 못했다.


“왜 저 혼자 하면 하나도 안 힘들죠..?”


중심을 잡고 늘리면서 몸을 쓰는 게 아니니 그냥 엉덩이만 씰룩거리는 모양새가 되어버린 것이다.


점차 몸을 늘리는 개념을 이해하고 복부와 하체의 힘이 단단해지니 혼자서도 동작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허리의 통증이 사라진 지 어언 4년. 지금까지도 집에서 기본 스트레칭 루틴을 매일 하고 계신다. 이제는 한동안 운동을 나오지 못해도 허리 통증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출처:popsugar.com

흔히 아는 사이드 밴드 동작. 위 사진처럼 몸을 찌그러트리면 안 되고 몸을 좀 더 천장으로 늘려낸다는 느낌으로 해야 한다.

출처:adobe stock

서서 하는 게 어렵다면 앉아서 하는 것도 방법. 절대 어디 한쪽이 찌그러져서 불편한 느낌이 들지 않도록 할 것.




[과거 미식축구 선수였는데 디스크가 터졌다.]



또 다른 디스크 환자분이 나를 찾았다.


“I need to take your pilates class too. My back hurts so bad.”


나의 미국인 초등학생 회원의 아버지였다.


영어를 꽤나 능숙하게 구사하는 나는 우연히 방문한 미국인 회원을 시작으로 그 가족들을 모두 가르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이들의 아버지까지 방문하기 시작한 것.


테드는 어린 시절 미식축구 선수를 오래 했을 정도로 운동에 익숙한 사람이었고 혼자서 웨이트를 한지도 십수 년이 되었지만 개인적으로 운동을 배워본 적은 없다고 했다.


어깨는 내 얼굴만큼 두껍고 허벅지는 내 몸통만큼 굵은 분이신데 허리가 아파 운동을 못하겠다니.


대체 어떻게 운동을 했길래.



병원에서 진단받은 MRI 결과지를 보여주었다.

Herniated disk for L4~L5, L5-S1

(요추 5번~꼬리뼈 사이의 추간판 탈출증)


양손을 바닥에 닿게 내려가는 롤다운을 시켜봤다.

척추의 대부분은 사용하지 못하고 딱 요추 끝부분, 디스크가 터져나간 L5-S1 부위만 접는 모습을 보였다.

척추의 다른 부위 움직임 없이 한 부위만 접는 모습



스쿼트를 시켜보았다.

역시나, 올라오면서 엉덩이 윗부분과 요추의 근육은 하나도 사용하지 못하고 골반을 한껏 말고 있는 자세만 취했다.


출처: jeremy ethier youtube

딱 왼쪽과도 같은 자세. 대부분 무릎이 발끝을 넘어서지 않는 것만 신경 쓰지 디스크에 무리가 되는 자세인지는 신경 쓰지 않는다.



아래쪽 허리 부분, 즉 요추 디스크를 뒤로 한껏 미는 자세로 모든 운동을 수행했던 것.


남자들에게서 흔히 보이는 일자허리인데 눈에 보이는 가슴, 어깨, 허벅지만 키우고 정작 중요한 요추 5번~꼬리뼈 주변은 무방비로 방치해 두니 그 많은 근육에도 디스크가 견디지 못하고 터져 나올 수밖에 없었던 것.


출처: memphis totalhealth

테드의 경우도 오른쪽 Flat back(일자허리)의 모습을 보였다. 일자허리의 특징은 허벅지와 가슴근육이 발달한 데에 비해 허리와 등근육이 약하고 일자목 또는 거북목을 하고 있다. 허리와 목에 통증이 자주 발생한다.



그나마 다행인 건 아프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고 나를 찾았다는 점이었다. 대부분 허리가 아프면


“병원 다니면 낫겠지.”

“쉬면 좀 나아.”


라며 그대로 방치한다.


하지만 이분은 딸이 필라테스를 통해 몸이 변화하는걸 직접 눈으로 보고 도움을 받을 수 있겠다 생각한 것 같았다.


또 하나, 긍정적인 측면은 운동을 꾸준히 해온 사람이라 상당한 인지력을 갖고 내 설명을 바로바로 몸으로 구현해 낼 수 있다는 것.


“Lift your hips up and bring your lower abs in!”


엉덩이를 들어 올려서 배를 집어넣으라는 말에 그대로 했다.


“와. 제가 허리가 정말 약한가 봐요.”


잠시 하고 힘들다고 주저앉는다.


남들 보기엔 멧돼지 몇 마리쯤 가볍게 때려잡을 만큼 근육이 거대한데도 정작 내가 시키는 운동들에는 땀을 뻘뻘 흘리며 힘들어하는 것이다.


내 수업을 받는 사람들이 자주 하는 말이 있다.


“남들 보기엔 지금 제가 하는 게 정말 우스워 보이겠죠?”


그만큼 아무것도 안 하는 것 같은데 힘들다는 뜻.


몸에서 약한 부분을 찾아내 그곳의 근육을 쓰게 만들면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힘들고 누워만 있어도 힘들다.

숨만 쉬어도 죽을 것 같다고 한다.


테드 또한 예외가 아니었다.


“제가 이렇게 약할 줄 몰랐네요.”


100키로는 우습게 들어 올리던 제가 고작 숨 쉬는 거 하나에도 땀을 뻘뻘 흘릴 줄이야 어찌 알았겠는가.


그만큼 통증을 갖고 온 사람들은 그 주변 부위만 유독, 아니 말도 안 되게 약해져 있고 사용법을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워낙 운동을 잘하시는지라 단 3번 만에 허리 통증이 사라졌다.


디스크가 두 군데나 터져 나왔음에도 근육으로 잘 감싸니 통증은 거짓말처럼 한 순간에 사라졌다. 이렇게 제대로 운동만 하면 아주 짧은 시간 내에 디스크 통증을 없앨 수 있다.


정상적인 생활을 마음껏 누릴 수 있다.


하지만 디스크는 잘못 운동하면 악화가 될 수 있는 부위이기에 이런저런 시행착오만 겪다가 포기하는 분들이 너무나도 많다.



병원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물론 운동이 만병통치약이라는 말도 아니다.


하지만 약으로 해결해야 하는 게 있고 운동으로 해결해야 하는 게 있다.


디스크가 그렇다.


약은 그저 통증을 잠시 가려놓고 일상생활을 할 수 있게 도와줄 뿐이다.


약을 끊으면 원래대로 돌아오고 오히려 그 사이 근육은 더 약해진다.


도수치료나 추나치료 또한 틀어진 척추를 바로잡아 디스크가 새는 요인을 어느 정도 해결해 줄 수 있겠지만 이미 새어나간 디스크를 집어넣거나 통증을 없애주지 않는다.


디스크는 운동으로 완치할 수 있다.


나이에 따라, 몸을 얼마나 잘 쓰는지에 따라 치유에 드는 시간이 얼마나 드는지는 달라지지만 반드시 완치할 수 있다.


디스크를 평생 안고 평생 힘들게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지금 당장 아랫배와 엉덩이 운동부터 시작하길.




디스크가 많이 흘러나온 경우는 움직이는 것 자체가 어려우므로 병원에서는 시술이나 수술을 권한다. 하지만 수술은 척추에 철심을 박는 것이기 때문에 반드시 후유증이 남을 수밖에 없다.


'아프면 수술하면 되지'라는 안일한 생각은 버리고 정확한 진단과 치료, 그리고 운동으로 관리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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