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영화인과의 인터뷰 <1편>
인터뷰를 하는 동안 벡은 장난꾸러기 남동생이 되었다가 어른스러운 오빠가 되기도 했다. 소년과 어른의 경계를 넘나드는 매력을 가진 그의 ‘취향’을 꺼내보았다.
벡 에게
2019년 7월 15일 늦은 저녁 그로운 벗 팀원 한 명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현재 영화 일을 하고 있고 그로운 벗 내에서 재능을 기부하며 큰 힘이 되어주고 있는 벡을 만나고 왔다. 오늘 이 글의 주인공은 ‘벡’이다. 영화를 만드는 사람 ‘백도엽’과 그로운 벗의 팀원으로서 아이들을 만나는 ‘벡’의 이야기를 글로 기록해보았다.
전문 기자도 아닌 내가 어쩌다 영화감독님을 인터뷰하게 됐다. 조금 긴장도 했지만 생각보다 더 흥미롭고 풍성한 대화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벡’이라는 사람의 깊이와 매력을 발견할 수 있어서 기뻤다.
이 글을 통해 우선 벡에게 감사와 사과를 전하고 싶다. 벡의 이야기를 들으러 갔는데 도리어 내 이야기를 너무 많이 한 것 같아 후회를 했다. 집으로 오는 길에 벡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미안해요. 벡.) 그리고 바쁜 일정 중에 흔쾌히 인터뷰에 응해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꼭 전하고 싶다. (고마워요. 벡.)
저녁식사
인터뷰 약속을 정할 때 함께 저녁을 먹기로 해서 만나자마자 저녁 메뉴를 정해야 했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은 벡이 안 좋아하고 벡이 좋아하는 음식은 내가 안 좋아해서 메뉴 선정에 있어서 약간의 난항을 겪었다.
시간 여유가 많지 않았고 둘 다 식욕이 별로 없었던 터라 눈에 보이는 분식집에 들어가서 간단히 저녁을 해결했다.
저녁을 먹는 동안 자연스럽게 영화 이야기가 나왔다. 직업으로 영화를 만드는 사람(벡)과 영화를 단순히 좋아하는 사람(앨리, 나)은 생각보다 꽤, 적어도 방금 전 저녁 메뉴를 고를 때보다는 대화 주제에 대해 흥미를 보였다.
근황
첫 번째 질문으로 나는 그에게 근황을 물었다. 바쁜 그의 일상이 궁금하기도 했고 분위기를 편안하게 만들어주고 싶었다.
“영화 편집이 끝나고 내년에 찍을 영화를 위해 시나리오 구상 중에 있어요. 주로 사무실에서 구상을 하는 편이에요.”
대화가 주제에서 벗어나면 안 되는데 궁금함을 참지 못한 나는 그에게 “시나리오를 직접 쓰냐”라고 물었다.
“시나리오를 직접 쓰기도 해요. 사실 스무 살 이전에는 남의 이야기를 각색해서 연출을 했는데 그 이후에는 제 자신의 이야기를 재구성해서 직접 쓰고 만들었어요”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을 구상하고 쓰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나는 그에게 “벡은 굉장히 창의적인 사람 같다”며 칭찬을 했다. 그런데 벡은 자신에 대해 그리 창의적이지 못한 사람이라고 답을 했다. 창의적이지 못하고 상상력이 부족한 것이 자신의 단점이라고 겸손한 답을 했다.
그리고 벡은 교회 오빠이다. 그래서인지 그는 요즘 교회일로 눈코 뜰 사이 없이 바쁘다고 했다. 그의 스케줄을 나에게 보여주었는데 진짜 일정이 빡빡했다. 그 일정은 전부 영화를 위한 일 아니면 교회일이었다. 바쁜 와중에 그는 그로운 벗 팀원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고 있었다.
영화, Film
벡이 하는 일이 영화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사실 영화가 어떤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는지 나는 제대로 알지 못했다. 그래서 벡에게 영화가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해 질문을 했다.
“영화에 여러 부분이 있어요. 감독과 배우가 있고요. 촬영감독, 미술감독, 음악감독, 조명감독, 조연출, 연출, 제작, 편집자 등... 정말 다양한 부분이 있어요. 각 부분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의 협업으로 영화 한 편이 제작이 돼요.”
“저는 주로 연출을 담당하지만 촬영도 직접 하고 미술감독을 하기도 해요. 편집도 하고 시나리오도 쓰고 있어요.”
“영화를 찍는데 1년이 걸린다고 가정을 하면 6개월은 사전작업을 해요. 준비 기간이라 할 수 있어요. 막상 실제 촬영은 1~2주 정도면 끝이 나요. 물론 영화에 따라 다를 수는 있지만요. 그리고 나머지 반년은 편집을 해요. 여러 스텝들과 긴 시간 협업을 통해 영화 한 편이 만들어져요.”
벡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약 두 시간에 달하는 영화 한 편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이 상당히 고된 일임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긴 시간 동안 수많은 사람들의 노고가 더해져 비로소 한 편의 영화가 탄생한 다는 사실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그 과정을 고스란히 겪어오고 있는 벡을 상상해보니 함께 그로운 벗 일을 할 때와는 또 다른 그림이 그려졌다.
벡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호기심으로부터 비롯된 단순한 질문을 이어서 했다. “과정을 들으니 영화가 만들어졌을 때는 정말 기쁘고 좋을 것 같지만 만드는 과정은 정말 스트레스가 엄청 날 것 같다. 힘들지 않나?”
“정말 힘든데 계속하게 되는 어떤 매력이 있다. 사실 촬영이 끝나면 앓아눕기도 한다. 그런데 어느새 또 새로운 영화의 시나리오를 구상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정말 멈출 수 없는 매력 같은 것이 영화에 있는 것 같다.”
그는 영화를 한 지 햇수로 10년이 되었다고 했다. 솔직히 그의 열정이 너무 부러웠다. 그리고 멋진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가지 일을 10년 동안 꾸준히 그것도 최선을 다해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는 이 사실을 경험을 통해 배우게 된다. 그런데 그는 그 어려운 일을 실제로 해내고 있었다. 이 것은 대단한 일이다.
축구, 리버풀
벡은 축구를 좋아한다. 축구 이야기를 할 때 그의 표정이 아이같이 너무 밝았다. 그는 축구를 너무 좋아해서 여행하고 싶은 나라도 영국(리버풀)이고 유일하게 하는 게임도 축구게임인 피파 온라인이다. 리버풀 팀을 10년째 응원하고 있으며 주말에 시간을 내서 풋살을 할 정도다. 그것도 아주 열심히.
나도 축구를 좋아하는 편이지만 벡보다는 그 마음의 크기가 훨씬 덜 하기도 하고 축구에 대해 아는 것도 많지 않다. 나는 모드리치와 그리즈만을 좋아하는데 최근 그리즈만이 바르셀로나에 입단해서 어디를 응원해야 할지 난감한 상황이 되었다.
기리보이, 미술관 그리고 빈티지 옷
취향과 취미를 나누다 보니 자연스럽게 음악에 대해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그는 음악에 대해 장르를 가리지 않고 듣는 편이라고 했다. 가끔 혼자 코인 노래방에 가서 노래를 부른다고도 했다. 다양한 음악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요즘 래퍼 기리보이 특유의 감성이 좋다고 했다. 그리고 인디가수 프롬의 노래 <Do You Mind If I Look At You>를 추천해주었다.
그리고 그는 사람이 많은 곳보다는 조용한 곳을 선호한다고 했다. 미술관에 가서 전시 보는 것을 좋아한다고 해서 최근 내가 보고 온 전시를 추천해주었다.
인터뷰를 하던 날 벡은 편안하지만 색감이 예쁜 옷을 입고 나왔다. 그는 여러 스타일을 가리지 않고 시도하는 편이나 특히 빈티지 패션을 좋아한다고 했다. 자신에게 어울리는 옷의 스타일과 분위기를 잘 알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벡만의 색과 분위기가 있는 것 같다.
영화와 취향에 대해 이야기하다 보니 시간이 많이 흘러 있었다. 잠시 쉬었다가 인터뷰를 이어갔다. 이후 인터뷰 내용은 다음 편에 실릴 예정이다.
다음 편에서는 본격적으로 벡이 그로운 벗에 합류하게 된 계기와 그로운 벗을 향한 그의 마음 그리고 아이들에 대한 그의 따뜻하고 진심 어린 생각들이 기록될 것이다. (인터뷰 2편은 벡이 추천한 영화를 보고 쓸 작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