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영화인의 이야기 2
벡의 인터뷰 2편을 이제야 쓰게 되었다. 요 며칠 바쁘기도 했고 글쓰기를 시작하는 것이 유난히 어려웠다. 바쁜 일상과 쌓여가는 어려운 생각들, 좋지 못한 컨디션. 오늘은 이 모든 핑계와 변명을 뒤로하고 글을 써보기로 했다.
오늘은 벡에게 있어서 청소년들의 의미를 기록해보려 한다. 벡이 추천한 영화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을 보고 나면 벡에게 있어서 아이들의 의미와 아이들에 대한 그의 진심 어린 고민이 더욱 생생하게, 그리고 깊이 와 닿을 것이다.
벡은 존의 권유로 그로운 벗에 합류하게 됐다. 존은 벡에게 “아이들을 위한 활동이며 벡이 힘을 보태주면 좋겠다”라고 제안을 했고 벡은 흔쾌히 동의를 했다.
그렇게 벡은 그로운 벗에 함께하게 됐고 그로운 벗 팀에 자신의 재능을 더해 힘을 실어주고 있다. 그로운 벗 팀 역시 사진과 영상 부분의 필요가 많은데 그는 현재 하고 있는 본업인 영화 일 이외에도 사진이나 영상 쪽으로 그로운 벗에 도움을 주고 있다.
그런 벡에게 그로운 벗 팀원들이 어떤 의미인지를 물었다. 그는 담백하게 “가족”이라고 답을 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말을 이어갔다. “그런데 요즘 내가 집을 나온 기분이 든다. 그런 느낌이다. 기존에 가치를 두고 하고 있던 일들로 자주 함께 하지 못하니까 탕자가 된 기분이 든다.”
물론 그를 자주 보지 못하는 것은 분명 우리에게도 아쉬운 일이다. 하지만 “집”이라는 장소가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생각보다 더 크고 따뜻하다. 집은 우리에게 공간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밖에서 벡을 필요로 하는 곳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집에 돌아왔을 때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면 좋겠다. 그렇게 편안한 마음으로 시간과 상황이 허락될 때 우리와 함께 우리가 하려던 일, 우리가 추구하는 일들을 함께 해나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우리는 말없이 벡을 따뜻하게 반겨줄 것이고 그의 모든 순간을 진심으로 응원할 것이다. 집과 가족은 이런 모습으로 우리 곁에 존재하고 있으니까.
벡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아이들에 대한 생각이 굉장히 깊었다. 벡은 아이들이 자유로웠으면 좋겠다고 말을 했다. 자신이 그렇게 자라왔듯 아이들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자유롭게 커가면 좋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조금 이상적이고 동화 같을지 모르지만 자연 속에서 뛰어놀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 좋아하는 일, 잘할 수 있는 일들을 하며 행복을 느끼면 좋겠다.”
“요즘 각박하게 지내는 주변 청소년들을 보고 있을 때면 너무 맘이 아프다. 안쓰럽다.”
생각보다 자연 속에서 뛰어놀며 배우는 것들이 많다. 물론 책상에 앉아 책을 읽으며 배우는 세계와 지식 그리고 지혜도 너무 좋고 필요하지만 그만큼 뛰어놀면서 얻는 것들도 많다.
벡은 아버지에 대한 존경과 애정이 많아 보였다. 물론 다른 가족들에 대한 사랑 역시 크지만 아버지에 대해 이야기할 때 더욱 그렇게 느껴졌다.
십 대의 벡이 처음 꿈을 안고 영화 일을 시작했을 때 아버지가 응원과 지원을 많이 해주셨다고 한다. 벡의 아버지께서는 아들의 꿈을 존중하셨고 든든한 지원까지 아끼지 않으셨다.
힘든 상황 속에서도 가족을 위해 무너지지 않으셨고 내색하지 않으셨다. 그렇게 아들들의 꿈을 지켜주신 아버지. 스무 살이 훌쩍 넘은 아들을 여전히 애기처럼 다정하게 대해 주시는 아버지.
벡은 이런 자신의 아버지를 보며 “이 모습이 가장의 모습이구나.”를 느꼈다고 한다. 그리고 실제로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아이들과 아버지 그리고 결혼에 대한 고민과 자신의 생각들을 이야기하는 벡을 보고 있으니 정말 좋은 가장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벡은 탁 트인 것을 좋아한다고 했다. 영화 일을 하다 보니, 항상 화면을 보는 일을 하다 보니 좁은 공간에 갇혀있는 것 같을 때가 있다고 말을 했다. 그래서인지 그는 탁 트인 바다가 너무 좋다고 했다.
벡에게 좋아하는 영화 한 편을 추천해달라고 했다. 그는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을 추천했다. 이 영화를 보고 인터뷰 2편을 쓰고 싶었다. (그러다가 조금 늦어지기는 했지만) 이 영화를 실제로 보고 이렇게 인터뷰 2편을 기록했다. 그렇게 하기를 잘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영화는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생애에 존재하는 희로애락이 모두 담겨있었다. 이 영화가 더욱 특별하게 느껴지는 것은 이 모든 희로애락과 함께 특히 ‘상실의 아픔’을 독특한 방식으로 표현했다는 데에 있다.
테러로 인해 갑자기 이별을 하게 된, 사랑하는 아빠를 잃게 된 한 남자아이에 대한 이야기이다. 아빠가 자신에게 알려주고자 했던 모든 것을 찾기 위해 독특한 모험을 떠나는 한 남자아이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는 아빠에 대한 그리움과 상실의 슬픔으로 시작된 모험 속에서 만나게 된 사람들의 다양한 사연과 사정을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그들을 바라보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신도 모르는 사이 상처와 상실을 아주 조금씩 치유해 나가게 된다. 그리고 그는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
태양이 폭발해도 8분 동안은 그걸 알지 못한다. 빛이 지구까지 오는 데 8분이 걸리니까. 그러니까 8분 동안은 세상이 여전히 빛날 것이다. 여전히 따뜻할 것이다. 아빠가 돌아가신 지 1년이 지났다. 아빠와 함께 보낸 8분의 기억이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中
헤어짐은 언제나 아프고 그래서 사람을 땅바닥에 누워 소리 없이 울게 만들어버린다. 그만큼 사람에게 커다란 상실감을 안겨준다. 예상치 못한 이별은 충격이 배가 되어버린다. 이러한 상황을 아주 천천히 그리고 조금씩 극복해 나가는 그 속에서 삶의 다양한 부분들을 발견해 나가며 어른이 되어가는 한 아이의 이야기를 화면을 통해 보게 됐다. 이 아이, 오스카를 보며 우리 아빠가 떠나기 전 그 짧았던 순간들을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리고 결코 쉽지 않은 이 생애를, 다양한 방식으로 존재하는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우리의 삶을, 아이가 겪게 되는 세상의 차갑고 아픈 현실과 동시에 찾아오는 따뜻한 빛 한 줄기를 우리는 생각해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상실을 극복해 나가는 한 아이의 고되지만 유의미한 시간들을 화면을 통해 바라보며 나 자신의 상실에 대하여 조금 부드럽게 접근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자신에게 안겨오는 조카를 이야기하며 함박웃음을 짓던, 축구를 너무 좋아해서 신나게 이야기하던, 영화 이야기와 아이들에 대한 생각과 고민을 이야기할 때는 누구보다 진지했던 어른 친구 벡.
그는 이번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삶을 돌아볼 수 있었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어서 좋았다고 전했다. 그리고 자신이 가지고 있던 생각들을 표출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했다.
나 역시 정말 좋은 시간이었다. 유쾌했지만 깊었고 따뜻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