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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일][01월04일]꿈의 아지트

꿈이 제작되는 곳...

매일 새벽 알람소리에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상태에서 향하는 곳은 주방과 거실 사이에 놓여져 있는 식탁이다. 밥 먹는 시간을 제외하고 책상처럼 쓰이는 우리집 식탁. 지금 생각해보면 6인용을 살껄 후회가 된다. 한 자리를 차지하고 앉으면 내 앞에 노트북을 놓고 그 옆에 마우스 패드와 마우스, 필기구가 듬뿍 담겨 있는 필통이 있고, 옆 자리에는 책이 수북하다. 앞 자리에는 3p 다이어리, 땡큐다이어리, 탁상달력, 두루마리 화장지, 거울이 있고, 대각선 자리에는 아이들 책 또는 장난감이 있다. 글을 쓰는 지금은 기다란 은물 4개가 놓어져 있다. 정리 정돈 된 깔끔한걸 좋아하는 남편은 초반에 조금 잔소리를 하더니 요즘은 나를 응원하는 건지, 포기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아무말 하지 않는다. 조명은 백열등 빛깔이라 은은하다. 가끔 마무리 되지 않은 부엌일이 생각나서 글을 쓰다가 옆으로 새기도 하지만 이제는 그것도 적응이 된 것 같다. 요즘 가장 큰 적은 '잠' 이다. '잠'주기가 온건지... 아님 년말/년초에 맛있는 것을 많이 먹은게 살이 쪄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유난히 아침에 일어나서 정신을 못차린다. 일찍 잠을 자는 날에도 그렇다. 1시간 반 이상 지난 후에야 잠이 깰 때도 있는데 1월 1일엔 너무 피곤한 나머지 4시 반에 일어나 6시 반까지 글을 쓰다가 다시 침대로 향했다. 왠만해서는 한번 깬 이상 다시 자지 않으려고 하는데, 의지만으로 되지 않았다. 점점 좋아지겠지...??? 예전 같았으면 자책을 했을 텐데 요즘은 내 몸의 소리에 귀기울여 준다. 그만큼의 여유는 생긴 것 같다.


서재방에 데스크 탑과 결혼할 때 혼수로 장만한 엄청 큰 책상이 있다. 결혼하고 나서 공부하겠다며 침대는 퀸으로 샀으면서 책상은 정말 큰 걸 샀다. 가격도 식탁의 두배였다. 그런데 그 곳에서 제대로 공부를 한 기억이 없다. 춥기도 하지만 왠지 분위기가 집중이 안된다. 5년 4개월 정도 되었지만 새것이나 다름 없는 책상... 진심으로 팔고싶다. 한 때 안방과 드레스룸 사이의 파우더 룸에서 글쓰기를 했던 적이 있다. 포베이 구조의 아파트라 거실은 조금 좁은데 주방, 안방의 파우더룸, 드레스룸, 욕실이 상대적으로 넓다. 그래서 파우더 룸이 공부하기에 참 아담하다. 선반도 있어서 책으로 가득차 있다. 문제는 키보드 소리와 책장 넘기는 소리, 조명 때문에 아이들의 잠에 방해가 된다. 남편이 중국에 있을 때에는 그래도 파우더 룸에서 자주 글을 썼다. 남편이 귀국하면서 많은 것에 변화가 있었다. 올빼미 족에서 새벽형 인간으로, 꿈의 아지트를 파우더 룸에서 식탁으로. 결과적으로 지금이 훨씬 좋다. 밤 늦은 시간 보다는 새벽 시간의 에너지가 좋다. 밀폐형 파우더 룸 보다는 탁 트인 식탁이 좋다. 꿈의 아지트에서 글을 쓰며 한가지 소원이 생겼다. 나만의 작업실을 갖는 것이다. 주택을 짓는다면 다락방을 예쁘게 개조하여 나만의 작업실로 쓰고 싶다. 꿈을 꾸었으니 언젠가 이루어지겠지. 그 날을 위해서 나는 오늘도 꿈의 아지트에서 글을 쓴다. 나만의 아지트가 있다는 것이 감사하고, 하고 싶은게 있다는 것이 축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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