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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일][01월10일]누구나 글을 써야하는 이유

2014년 그해 겨울.

한파와 함께 평범했던 내 인생에 최대 위기가 찾아왔다.


자신의 꿈을 이룬 성공한 사람들을 보면 자신에게 닥친 위기 상황을 터닝 포인트 삼아 잘 극복하고 이겨내 결국 꿈을 이루고야 마는 성공 스토리를 꼭 하나씩 갖고 있다. 왜 나는 그런 것 하나 없느냐며 내가 성공하지 못한 이유, 꿈을 이루지 못한 이유를 외부에서 찾고 있었다. 나에게도 기회가 온다면 분명히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자기합리화 했다. 그런데 막상 나에게‘위기’상황이 닥치니‘오호라! 드디어 내 인생에도 기회가 왔구나!’하며 반길 수 없었다. 사실은 그 당시 그런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오로지 내가 과연 감당할 수 있을지 막연한 두려움 뿐 이었다. 피할 수 있다면 피하려고 했다. 다행이 하늘은 내가 지금 까지 살아왔던 것처럼 상황을 탓하며 살도록 내버려두지 않았다. 인생에 크게 찾아온다는 세 번의 기회 중 한 번을 잡을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해 도왔다. 그렇게 표현 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결론적으로 나는 위기를 기회로 삼아 그 시간 동안 지금껏 놓치며 살아 온지도 몰랐던 많은 것들을 찾을 수 있었다.  


첫째가 28개월, 둘째가 100일 무렵 나는 육아휴직 중 이었다. 남편은 몇 개월 전 둘째 만삭이었을 무렵이었다. 회사에서 전액 지원해 주는 해외파견 기회가 있는데 지원해도 되냐고 물었다. 상황이 상황이니 만큼 남편도 많은 고민 끝에 이야기를 했을 터였다. 확실히 된다는 보장도 없는 일을 내가 막는다면 평생 미련이 남을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할 수 있으면 해보라며 흔쾌히 허락했던 몇 개월 전 일이 현실이 되었다. 최종 확정 발표가 난 것이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시나리오는 아니었지만 둘이서 함께 하는 육아도 만만치 않은데 혼자서 두 아이를 볼 생각을 하니 눈앞이 깜깜했다. 그나마 남편이 퇴근하고 돌아오면 잠시 나마 숨 돌릴 틈을 찾고 위안을 삼았는데 그 시간마저 없다니, 그건 둘째 치고 주말도 문제였다. 또 아이들이 느낄 아빠의 빈자리는 어떻게 하고? 과연 우리 세 식구 건강하게 잘 지낼 수 있을까? 한숨만 나왔다. 짐 싸서 친정으로 내려가야 하나, 남편을 못 가게 해야 하나 여러 대안이 있었지만 모든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남편이 아무리 걱정하고 대안을 세워준들 어차피 내가 감당해야 하는 거잖아? 시작한 것은 하나도 없는데 왜 해보지도 않고 고민만 하고 있지? 그래! 일단 내가 다 감당해보자! 어차피 내 몫인 걸! 죽기야 하겠어?’그렇게 나 혼자만의 육아가 시작되었다.


지금까지 착한 딸, 모범적인 언니, 괜찮은 아내로 살아 왔다. 누가 보더라도 모나지 않는 평범한 인생 이었다. 그런데 나는 늘 2% 부족함을 느꼈다. 무엇으로도 채워 지지 않는 더 정확하게 이야기 하자면  무엇으로 채워야 할지 모르는 공허함 이었다. 공부해서 좋은 성적을 받아도, 착하고 성실하다고 주변에서 칭찬해 주고 인정을 받아도 이정도면 괜찮은 아내라고 해도 만족할 수가 없었다. 이대로 살아도 되는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왜 나는 내 삶에 만족할 수 없는지 나조차 답답했다. 열길 물속은 알아도 사람 마음은 모른다고 했다. 내가 늘 데리고 사는 내가 무슨 생각을 하며 매 순간을 살아가는지 종잡을 수 없었다. 무엇이 문제인지, 대체 답은 있기나 한 건지? 해결 될 것 같지 않았던 모든 문제가 남편이 자리를 비운 1년 3개월 동안 해결되었다. 그 사이 무슨 마법 같은 일이 있었던 걸까?


아이들과의 일상을 남편과 공유하기 위해 블로그에 육아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나 혼자 두 아이를 데리고 할 수 있는 것은 매우 제한적 이었다. 때문에 매일 비슷한 하루였다. 그런데 일기를 쓰기 위해 그 속에서 특별함을 찾고, 가치를 부여 하는 나를 발견했다. 기록으로 인한 재탄생이었다. 우리가 사는 것이 다 마찬가지 일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슷한 삶 속에서 어떤 사람은 돌멩이에도 가치를 부여해 진주로 만들고 또 어떤 사람은 진짜 보석을 보면서도 지나칠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 쓰기의 힘을 어렴풋이 느낄 때 즈음‘육아’에서 ‘나’에게로 중심을 옮겨 나에 대한 글쓰기를 시작했다. 답을 찾고야 말겠어! 라는 각오로 시작한 글쓰기는 아니었다. 쓰다 보니 자연스레 나에 대해 알게 되었고, 그 동안 내가 참 나 자신에게 무관심 했구나 깨달았다. 나에게 미안하기도 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버텨준 것에 대해 감사했다.


계속해서 묻고 또 물었다. 같은 질문에 다른 대답을 할 때도 많았다. 정답은 없다. 마냥 묻고, 답하고, 묻고, 답했다.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내 삶에 가장 가치를 두는 것은 무엇인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에 대한 나만의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그 결과 지금껏 한 번도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 없던 ‘나의 꿈’을 찾았고, 삶에 대한‘소명’이 생겼다. 꿈을 향해 소명을 다하는 삶을 살고자 마음먹었더니 신기하게 가슴이 꽉 찬 느낌이 들었다. 온 몸에 전율이 흘렀다. 애기 엄마가 남편 없이 두 아이를 육아하며 꿈을 찾을 수 있다니. ‘엄마 = 희생’, ‘육아 = 경력단절?’ 이 것 또한 내가 어떻게 가치를 부여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글쓰기는 우리 삶의 모든 것에 가치를 부여하는 마법이다.


내가 특별해서 글을 쓰고, 글을 쓰며 꿈과 소명을 찾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누구나 글을 쓰며 놓치고 있던 나에 대한 것을 알아갈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지금껏 나 자신에게 생각할 기회를 주지 않았기에 찾을 수 없었던 것 뿐 이다. 누구나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고유한 자신만의 가치가 있다. 엄마가 아이를 잘 기르는 것 만 으로도 매우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것이 전부 일 수는 없다. 어쩌면 나를 한 단계 더 성장시키기 위해 나에게 온 선물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 그 것을 알아내고 그 삶대로 살아가는 것이 풀어야 할 평생 과제다. 나 자신에게 나를 알아갈 수 있는 기회를 주자. 더 이상  억누르고 비교하고 보여주기 위한 삶을 살지 말자.


이 책을 손에 잡았다는 것 자체가 ‘나’를 찾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렸다. ‘기회’라고 생각하는 순간 이미 꿈을 찾아 떠날 마음은 셋팅 완료다!

 

제2의 인생을 준비하자.

엄마의 진짜 인생은 글쓰기로 시작된다!


사실,

우리 모두의 진짜 인생은 ‘글쓰기’로 시작 된다고 이야기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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