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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8일][1월26일]인생에 술은?

약이 될 수 있는가?

20대. 술은 취하기 위해 마시는 것이라 생각했다. 거의 취할 때 까지 마셨던 것 같다. 그 때는 술이 쎄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결론적으로 정말 많은 술을 마셨다. 그래야 취했기 때문에. 함께 취하면서 웃고 떠들고 했던 기억들이 지금은 다 추억으로 남아있다. 분명 실수도 있었고, 뒷 끝이 좋지 않았던 일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좋은 기억만 남아있다. 학교를 1년 일찍 들어갔기에 대학교 1학년 때에는 친구들에게 신분증을 빌려 술을 마셨다. 그때의 조마조마함이란 마치 소개팅에서 상대방을 기다릴 때의 두근거림과 비슷했다. '두근두근' 소리가 내 귀에 들릴 정도로 떨면서 술을 마셨던 열아홉.ㅋ 그랬기에 더 맛있었겠지? 필름이라는 것도 끊겨보고, 밤새 술도 마셔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뭐가 좋다고 또 마시고 했던 그 때. 술은 마약 같았다. 없던 용기도 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막강한 힘이 있다. 그래서 '취중진담' 이라는 말도 있나보다.  술도 좋았지만 술자리, 그 분위기, 함께 하는 사람이 좋았다. 술은 관계를 한단계 업그레이드 시켜주었다. 끈끈한 무언가랄까? 술의 좋은점을 더 많이 느꼈던 20대.


30대. 두번의 출산과 휴직으로 술과 거리가 꽤 멀어졌다. 두 아이 합하여 총 3년의 모유수유 기간과 80주 임신기간을 거치며 자연스레 멀어졌다. 두번의 출산 때문인지, 오래 술을 안마셔서 인지, 나이를 먹어서 인지? 이 모든 것이 복합적인 건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이제는 20대 주량 절반만 마셔도 머리가 지끈거린다. 또 주변에 가끔 과음으로 나를 힘들게 하는 분들이 있어서 -_-;;; 술에 대해 점점 좋지 않은 인식을 갖게 되었다. 술은 우리 삶에 '약이 될 수 있는가? 아님 결국 '독'인가? 누군가의 술 때문에 내가 힘들어 질 때마다 생각을 했다. 모든 것이 그렇듯 술 또한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뭐든 적당하게, 범위 내 에서는 약이 되고, 관계를 위한 좋은 도구가 되지만 그 이상으로 넘어가게 되면 독이 된다. 그것도 주변까지 힘들게 하는 독 중에 독! 혼자 힘든것을 넘어 주변 사람까지 피해를 주는 일이 생긴다면 백해무익한 것이 되어버리고 만다. 지금은 그렇게 술의 안좋은 점을 더 많이 느끼고 있다.


어제 오랜만에 예전에 함께 일했던 동료들과 술을 마시며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역시 어리버리했던 그 시절의 추억들을 꺼내어 놓으며 웃고 또 웃었다. 누가 들으면 군대에서 축구한 이야기를 나누는 남자들처럼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면서도 마냥 즐거웠다. 적당히 마시고 적당히 취했다고 생각했는데 아침에 일어나니 몸이 무겁고 머리가 지끈거린다. 설 연휴의 첫날이라 짐도 챙겨야 하고 할 것이 많은데 머리까지 아프니 걱정이 앞선다. 어제 밤까지 술은 인생을 아름답게 해준다고 생각했었는데 오늘 아침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그래. 뭐든 정답은 없겠지. 누군가가 그랬다. 상처 받는 것도 사람이지만 치유할 수 있는 것도 사람이듯이 술 역시 내가 어떻게 유용하게 잘 활용하느냐가 관건이라고. 그것 역시 자신의 재량이라고. 좋다. 나쁘다. 정해 놓는 것 자체가 의미없다. 내 인생에 술이라는 도구를 잘 활용해 보도록 하자. 단지 누군가가 나에게 피해를 주지만 않았음 하는 작은 바램이 있다.


앞으로 40대. 50대... 그리고 그 이후.

내 인생에 적을 만들 것인가 또 하나의 내 편을 만들 것인가?

술이 내 삶에 약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순전히 내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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