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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8일][2월11일]솔직할 수 있는 '용기'

오늘도 글을 쓰는 이유

나는 얼마나 솔직한 사람일까? 살다보면 항상 솔직할 수는 없다. ‘선의의 거짓말’ 이란 말처럼 선의로 내 감정에 거짓말을 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늘 상대방의 기분이나 상황에 맞춰 나의 감정을 숨길수도 없는 일이다. 이런 경우 다른 사람과 문제는 덜 발생될지 몰라도 내 안에 쌓이고 쌓여 언젠가 폭발할지도 모른다. 폭발하지 않으면 내 안에서 곪아 언젠가는 터질 것이다. 그런 삶은 진정 나의 삶이라 할 수 없다. 되짚어 보면 좋은 것이 좋은 거라고 꽤 많이 ‘괜찮은 척’ 즉, 솔직하지 못하게 살았던 것 같다. 인간관계에서 오는 힘듦이 나 혼자 힘든 것 보다 더 감당하기 힘들었으니까. 문득 《미움받을용기》라는 책이 생각난다. 전체적으로 나에겐 부족했다. 모든 종류의 ‘용기’가.


그래서 글쓰기의 매력에 훅 빠졌는지도 모르겠다. 글을 쓸 때만큼은 솔직할 수 있으니까. 물론 블로그에 포스팅 하거나 책쓰기를 할 때는 읽는 사람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기에 온전히 솔직할 수는 없다. 100% 솔직한 글쓰기는 ‘모닝페이지’ 가 맞춤이다. 《아티스트웨이》를 읽고 나서부터 매일 쓰고 있는데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나의 의식을 종이에 있는 그대로 내뱉어 내는 것이다. 고민하며 잠들었던 문제가 다시 떠오르면 그것에 대해서 쓰고, 오늘 있을 일들이 걱정되면 또 그대로 모든 것을 거르지 않고 막 뱉어낸다. 100% 솔직한 글쓰기가 가능한 유일한 기록이다. 그렇게 쓰다보면 한껏 격해져 있던 감정이 문자로 변환되며 눈 녹듯이 사라지기도 하고, 절대 이해할 수 없어!! 라고 생각했던 상대방의 입장이 조금씩 이해가 되기도 한다. 내 감정을 회피하지 않고 스스로 솔직했을 때 오히려 상대방이 진심으로 이해가 되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문제라고 생각했던 상황이 자연스레 풀리기도 한다.


어제 저녁에 엄마와 통화 도중에 약간의 문제가 있었다. 솔직히 문제가 생길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엄마 마음이 상했으니 결국 문제가 되어버렸다. 어제 저녁 설거지를 하고 있었는데 엄마한테 전화가 왔다. 번개 제안을 했는데, 나는 꽤 마음에 들어서 맞장구를 치며 그렇게 하자고 했다. 그런데 판을 더 키우려고 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엄마의 입장과 나의 입장에는 분명히 차이가 있으니 대립이 생겼다. 나는 처음에 한 제안까지는 좋았지만 판을 키우는 것은 부담이 되었다. 엄마와 딸의 관계니까 그 정도는 솔직하게 이야기 할 수 있는 신뢰가 형성 되어있다고 생각하며 내 의견을 이야기 했다. 그런데 엄마는 나의 솔직한 대답에 서운하고 마음이 상한 듯하다. 다시 전화를 주겠다던 엄마는 내가 잠들기 전까지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자고 일어나니 ‘부모의 권의’ 에 대한 문자가 와있었다. 엄마는 언제나 솔직하다. 생각한 그대로 거르지 않고 이야기한다. 큰 딸로써 모든 것을 받아주기에 버거울 때가 있다. 오늘 같은 경우가 그렇다.


3시 20분에 기상을 했다. 문자를 보고나니 마음이 불편하다. 어떻게 또 풀어가야 할까? 오늘 모닝페이지는 전부 그 내용으로 채워졌다. 내가 솔직하게 이야기 한 것이 잘못되었던 걸까? 아니면 앞으로 “말조심” 하라는 뜻인가? 모닝페이지에 마구 쏟아내니 솔직했던 것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내 입장을 표현함에 있어서 말투에 속상하셨던 것 같기도 하고... 아직도 내 입장은 고려하지 않은 엄마에게 나 또한 서운한 부분이 있다. 그건 나중에 이야기 해야지. 나도 조금은 서운했다고 말이다. 모닝페이지를 쓰다 보니 어제부터 다시 읽기 시작한 《논어》의 한 구절이 생각났다. 제 1편. 학이(學而) 두 번째 나오는 내용이다.


유자가 말했다. “그 사람됨이 부모에게 효도하고 어른에게 공경스러우면서 윗사람 해치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드물다. 윗사람 해치기를 좋아하지 않으면서 질서를 어지럽히기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군자는 근본에 힘쓰는 것이니, 근본이 확립도면 따라야 할 올바른 도리가 생겨난다. 효도와 공경이라는 것은 바로 인(仁 )을 실천하는 근본이니라!”


‘효(孝)’ 는 자식이 부모님께 정성을 다하는 마음

‘도(道)’ 는 당연히 가야 할 바른 길

‘제(弟)’ 는 손아랫사람이 손윗사람을 공경하는 마음

‘인(仁)’ 은 인간들 사이의 가장 조화롭고 안정된 관계

           효도과 공경이 인을 실천하는 근본.

즉, 부모님께 효도하고 손윗사람에게 공경스럽게 대하는 자세가 모든 인간관계의 근본임을 가르쳐 주는 것이다.


나는 얼마나 부모님께 정성을 다하는 마음으로 대했는가? 만약, 승윤이와 승연이가 나만큼 자라서 아까 내가 엄마에게 했던 것처럼 이야기 하면 기분이 어땠을까? 꽤 괜찮은 딸이라고 생각했는데 내 기준으로 생각해 왔던 것이 아닐까? 진정 효도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가? 솔직하게 이야기 하는 것을 떠나 어떠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는지 되돌아보았다. ‘부모님 말씀은 법이다! 무조건 따라야 한다!’ 는 의미가 아니다. 내 마음 상태에 대해 한번 점검해 보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이렇게 결론을 짓고 나니 엄마와 문제는 여전히 그대로 남아 있지만 내 마음은 한결 편해졌다. 편한 마음으로 엄마와 대화하면 처음 상태보다 훨씬 쉽고 좋게 해결될 것이다.


글을 쓸 때는 ‘나에게 솔직할 수 있는 용기’를 쉽게 낼 수 있다. 나와 일대일 정면승부다. 아무도 방해하지 않는 오로지 나와 내가 공존하는 시간. 글을 쓰며 스스로 솔직해진 나는 결국 글을 통해 상대를 이해한다. 글쓰기의 참맛이다. 여러 맛 중에 가장 강한 맛! 오늘도 나는 글쓰기의 참맛을 통해 나에게 솔직할 수 있는 용기를 낼 수 있었다. 이제는 ‘문제’가 아닌 ‘상황’ 이 남아있다. 다시 용기 내어 엄마의 서운함을 잘 풀어 드려야겠다. ‘인(仁)’을 실천하는 마음으로.


오늘도 글을 쓰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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