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377일][3월3일]무애가

어떤 것도 마음에 담아두지 않는다.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 될 수는 없다. 누군가에게 내가 항상 도움이 되는 좋은 사람으로 남기를 바라는 마음 역시 욕심이다. 우리나라 사람은 정(情) 에 약하다고 하는데 나는 특히 더욱더 정에 이끌리는 사람이다. 마음을 쉽게 열지는 않지만 한번 열면 내어주는 속도가 빠르다. 받는 사람의 입장은 생각하지 않고 (주는 내 마음이 좋으니 상대방도 좋다고 단정지어버리는 듯) 마냥 내 마음이 이끌리는 대로 주고, 주고, 또 주고 싶고 마음이 가는대로 행동한다. 그 마음에서 끝난다면 OK. 문제는 나도 모르게 내가 준만큼은 아니어도 조금이라도 알아주기를, 내 마음의 절반이라도 돌려받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 마음이 나를 지치게 한다.


윌리엄 글라서가 이야기 한 사람의 다섯 가지 욕구 중, (인정/사랑, 힘/성취, 재미/즐거움, 자유, 생존) 나는 인정 욕구가 강한 사람이라는 것을 새삼 느낀다. 머리로는 백번 이해하면서 마음이 좀처럼 따라주지 않을 때가 있다. 그리고 특히 그런 상대가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에 대한 구분!!!’


너도 이 정도는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이야기 하는 것은 전혀 의미가 없다. 상대방의 마음은 내 것이 아니다. 내가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는 영역이다. 이론으로는 잘 알고 있다. 글을 쓸 때나 이야기 할 때 자주하는 이야기 이다. 그런데 정작 실천이 잘 안되는걸 보면 아직 안다고 할 수 없다. 아무리 구체적으로 세운 계획도 여러 변수로 인해 틀어지기 마련이다. 내가 나의 의지대로 조절 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내 마음’ 뿐이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내 마음 하나에 따라 천국과 지옥을 넘나든다.


어제 저녁 잠들기 전 승윤이가 ‘불교를 널리 알린 원효’ 란 제목의 책을 들고 왔다. 읽다보니 여섯 살 아이가 이해하기는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밥도 많고 내용도 심오(?) 했다. 그런데도 잘 들어주어 끝까지 읽어줄 수 있었다. 소리를 내어 읽다보면 그냥 눈으로만 읽는 것과 느낌이 다르다. (모든 책이 그렇진 않지만)내 목소리로 직접 듣는 거라 그런지 더욱 집중이 되고 곱씹게 되고 흡수가 된다.  내용 중, 원효가 설총을 낳은 후, 스님 옷을 벗어버리고 백성들이 입던 허름한 옷을 입고 조롱박을 들고 춤을 추며 ‘무애가’를 부르고 다녔다고 하는 이야기다.


“스님, 그게 무슨 노래입니까?”

“무애가란 어떤 것도 마음에 담아 두지 않는다는 뜻이라네.
어떤 것에도 마음을 두지 않으면 고통도 사라진다는 말이지."


마음에 담아 두지 않는다...

얼마나 많은 불필요한 마음을 품고 또 담아 두고 있는지 스스로를 되돌아본다. 실천이 쉽지는 않지만 글귀를 읽는 순간 마음이 편해지는 것이 담아 두었던 것을 푸~욱 떠내어 조심히 내려놓은 느낌이다. ‘무애가’. 원효 스님의 가르침대로 어떤 것도, 특히 나를 힘들게 하는 그 어떠한 것 혹은 사람도 마음에 담아 두지 않아야겠다고 스스로에게 이야기해 본다. 내가 나를 진정 사랑한다면 어떤 외적인 것도 나를 흔들어 놓을 수 없다. 가장 든든한 지원군인 내가 언제 어디에서나 내 편이라는 것은 나를 설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다. 나의 삶을 사랑하고, 나의 인생을 즐기자. 물 흐르듯 인생의 결에 따라 춤을 추며 흐르자.


매거진의 이전글 [379일][3월5일]AmazingThankU-day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