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일][12월3일]나와 만나는 유일한 시간

아이들 재우다가 깜박 잠들었나보다. 다시 눈뜬 시간이 새벽 2시다. 오늘은 평소 같았으면 기절했을 법한 꽉 찬 일정을 소화했다. 그럼 그냥 자지? 왜 이 시간에 이러고 있는건데? 누가 그러래? 나는 왜 지금까지 들어본 적 없는 엄청난 무게의 눈꺼풀과 싸우며 pc 앞에 앉아있을까.. 누군가 ‘너! 절대 자지마! 이거 꼭 해야만 해!’ 라고 강요 했다면 결코 일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따로 알람을 맞춰놓은 것도 아닌데 어떠한 힘에 이끌려 일어났고, 오늘의 일을 기록으로 남긴다. 모두가 잠든 시간. 나홀로 글쓰기를 하며 마무리 된 하루만이 진정 내 것으로 소화된 하루이기에 천근만근 몸을 이끌고 이렇게 앉아 있다. 비몽사몽 횡설수설 할 것이 뻔하지만 오로지 나를 위한 이 시간이 나를 완성 시킨다.


토요일 아침. 여전히 침대 안에서 더듬더듬 핸드폰을 찾고 시간을 확인한 순간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6시 30분. ‘꺄~~~~~~~~~~~~~·악!!!!!!’ 6시 40분 서울로 가는 버스를 타야했다. 5시 알람을 시작으로 총 다섯 개의 알람을 맞춰놓고 잠들었건만 어떻게 다 껐는지 기억이 없다. 오늘은 10시에 문래동에 있는 한국심리상담연구소에서 현실치료 성공사례발표가 있고, 끝나면 바로 강남에서 글쓰기 수업이 있는 날이다. 저녁엔 대전에 사는 작은 시누이네 집에 간다. 이렇게 많은 일정을 소화해야하는 날의 전날...발표 준비, 대전 갈 짐싸고 하느라 새벽 3시에 잠이 들었다. 그러니 무의식 중에 알람을 모두 꺼버릴 수 밖에... 어차피 예약한 버스 타기는 물건너 갔지만 아직 시간이 지나지 않았기에 예약 취소를 할 수 있었다. 1시간 10분 후 시간으로 다시 예매를 했다. 눈을 비비며 준비를 시작했다. 마음이 급하다. 지각은 아니지만 여유는 없을 것 같다. 오늘 나는 꽤 많은 시간 자유의 몸이다. 잠은 부족하고 발표 준비로 긴장 상태지만 설레는 마음 한 가득 이다. 매일 글쓰기에 심리공부... 남편이 너무 무리하는거 아니냐며 걱정까지 할 정도로 최근 늦공부에 빠져 지낸다. 이렇게 공부했으면 서울대도 충분히 갔겠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발표를 해야 하니까 늦었지만 화장은 또 정성스럽게 한다. 평소 화장을 잘 안하는 편이라 잘하지는 못하지만 두 아이의 엄마가 된 만큼 피부고 뭐고 예전 같지가 않다. 최선을 다한 것에 자신감이 더해진다. 이정도면 시간투자대비 만족이다. 다행이 7시 50분 버스를 타고 고속터미널에 도착하니 9시다. 5시에 일어나 글쓰기를 조금이라도 했어야 했는데...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이지만 마음 한켠에 아직도 후회가 된다. 일어났어야 했는데... 아이공... 글쓰기를 못하고 시작한 하루는 왠지 모르게 허둥지둥 하다. 마음의 여유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하루 잘 해내야만 하는 일들이 많으니 일단 집중하고, 저녁에 나만의 시간을 갖고 마무리를 하면 돼.. 괜찮아... 나를 다독이며 여유를 찾아본다. 그래! 새벽에 만나지 못한 나를 늦게라도 저녁에 꼭 만나자!!! 정신없이 시작한 하루였지만 참 잘했다고, 많이 발전했고 성장했다고 쓰다듬어 주자. 나 스스로 칭찬해 주자.


앞으로 자주 가고싶은 곳! 내 미래를 담을 곳이기도 한 한국심리상담연구소. 강사가 되기 훨씬 전인데 좋은 기회가 생겨 성공사례발표를 하게 되었다. 10시 시작이라 9시 50분까지 오라고 했는데, 10시 딱 맞춰 도착을 했다. 훨 여유가 있을 줄 알았는데 이렇게 딱 맞다니... 어쨌건 늦지 않아서 다행이다. 문래역이라고 들어서 지하철에서 내리면 바로인줄 알았는데 내린 다음에 버스를 타고 종점까지 가야하는 거였다. 그렇게 따지면 그 시간에 늦지 않게 도착한 것만으로 하늘이 나를 도운거다. 감사합니다. 원래 세 번째 발표순서인데 다음 일정이 있다고 말씀드리니 맨 앞에 발표 할 수 있도록 배려까지 받은 터라... 더욱 시간에 예민해있었다. 다행이 첫 번째로 발표를 잘 마치고 다음 이동장소인 강남으로 출발했다. 11시부터 수업이 시작되는데 12시에 도착했다. 다행이 아직 절반 이상의 수업이 남아있었다. 글쓰기 수업을 들으며 내가 책을 써야하는 이유에 다해 다시금 충전을 하고 각오를 다진다. 꼭 책을 출판하려는 목적이 아니더래도 글쓰기는 우리의 효율적인 삶에 꼭 필요하다.


수업까지 잘 마치고, 같이 수업을 들었던 분들과 그리고 강의를 해 주신 대표님과 마지막 수업의 아쉬움을 달래며 뒷풀이를 했다. 이미 작가님이신 분들, 곧 출간을 앞둔 작가님, 계약을 앞둔 작가님, 초고를 완성한 작가님, 초고를 쓰고 있는 작가님... 우리 모두는 이미 작가였다. 작가님들과 함께 한 자리에서 ‘글쓰기’ 라는 공통된 주제도 많은 이야기가 오갔다. 이 분들과 한자리에서 이야기를 나눈 다는 것 자체가 참 영광스럽다. 예전의 나였다면 상상할 수 없는 꿈 같은 장면이다. 왜냐하면 지금껏 장래희망에 ‘작가’ 는 단 한 번도 없었고,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즐기는지. 어떤것을 하면 잘할 수 있는지... 나에게 진지하게 묻지 않았기 때문에 알 수 없었다. 사람들은 ‘내가 뭘 좋아하는지 모르겠어요. 잘하는게 정말 하나도 없어요.’ 라고 이야기 하지만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은 쉽게 찾아지는 것이 아니다. 끊임없이 물어야 하기도 하지만 그냥 묻는다고 해서 찾아지지 않는다. 진짜 나를 만나는 시간, 나와의 진솔한 데이트 시간에 진지하게 물어봐야한다. 나와 마주앉아서 말이다.


모든 일정을 마치니 저녁 12시. 아이들만 재워놓고 얼른 일어나 글을 쓴다고 했던게 잠이 들어 2시가 되었던 것이다. 남편과 아이들의 새근새근 숨소리가 새삼 사랑스럽다. 가족들 사이에서 이불을 뒤집어 쓰고 글을 쓰고 있는 나를 위에서 바라보고 있다고 상상해 본다. 마치 영화 속 한 장면 같다. 늘 한 몸이다시피 한 아이들과 함께가 아닌 나 혼자만의 시간이 많았던 하루지만 혼자 있다고 해서 나를 만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나를 만난다는 의미는 진짜 나와 마주한다는 이야기 이다. 순간 순간 내가 하고 있는 생각들을 바라본다는 것이고, 내 마음이 무슨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지 어떤 기분인지 들을 수 있고,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뭔가 거창한 것처럼 이야기 했지만 그런건 아니다. 모두 잠든 시간, 새벽이든 늦은 밤이든 혼자 글을 쓰는 시간만이 나와 마주하는 시간이다. 그 시간을 통해 온전한 나의 하루가 완성이 된다.


사이토 다카시의 <혼자있는 시간의 힘> 중,


적극적으로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면서 자기 안의 샘을 파고, 지하수를 퍼 올려야 한다. 자유롭게 내면에 축적된 내공을 꺼낼 수 잇는 사람은 누구에게나 매력적으로 보인다. ‘혼자여도 괜찮다’는 당당함에 여유로움과 안정감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하는 일마나 제대로 풀리지 않고, 친구도 연인도 떠나는 순간은 누구나 감당하기 어렵다. 그때의 외로움은 겪어본 사람만이 안다. 그러나 고독을 극복하고 내면에 깊이를 더한 사람은 결코 흔들리지 않는다. 수동적인 고독을 넘어 적극적인 고독을 선택한 사람, 안락한 자리를 뿌리치고 하고 싶은 일을 하겠다는 사람은 깊고 빛난다.


온종일 아이들 틈에 육아를 하며 이리 저리 치이는 엄마들은 말 그대로 적극적으로 혼자만의 시간을 갖을 필요가 있다. 그 시간을 통해 내 안의 샘을 파고, 지하수를 퍼 올려야 한다. 아이들이 어린이집에 가고 없는 사이 아줌마들과 드라마 이야기, 남의 험담, 나의 힘든 처지에 대해 공감하고 위로하는 대신 철저히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적극적으로 고독을 선택해야 한다. 고독을 선택한 시간에 스마트 폰이나 인터넷 서핑을 하는 대신 글쓰기를 통해 나의 내면과 마주해야한다. 내면에 깊이를 더해가며 바쁘고, 정신없고, 때론 나를 지치게 하는 육아 안에서 중심을 잡을 수 있다. 내가 중심이 되어야 아이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날 수 있다. 쓸데 없는 욕심에서 한발자국 물러날 수 있다. 아이를 위한 육아가 아닌 서로 윈윈하는 마음편한 육아를 할 수 있다. 너를 위해 희생하는 육아가 아닌 너를 통해 성장하는 육아를 할 수 있다.


나에게는 2015년이 그런 해였다. 의도치 않은 적극적으로 고독을 선택한 해. 남편이 중국으로 파견을 가게 되어 1년 3개월 동안 철저히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글쓰기를 통해 내 안의 샘을 파고 지하수를 퍼올려갔다. 처음에는 나 혼자 어린 아이 둘과 너무 외로울 것 같았다. 혼자서 고독할 것 같았다. 늘 누군가가 내 옆에 있어 줬기에 지레 겁을 먹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 고요한 시간에 글을 쓰며 진정 나를 찾고, 만날 수 있었다. 정확히 내가 무얼 원하고 있었는지 그 목소리가 너무 작아서, 너무나 깊어서 여태 들을 수 없었던 소리였다. 남편이 없고, 두 아이가 자는 고요했던 고독의 시간에 글로써 내면의 소리와 교신할 수 있었다.


육아! 하루 종일 바쁜 거 안다. 순간이 사고이고, 매번 그 뒤처리에 집안일도 해야하고, 나는 안 챙겨 먹어도 아이들은 끼니 때 마다 챙겨줘야 한다. 거기에 항상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존재한다. 아이가 아프다던지, 행사가 있다던지 등... 정신없이 살다보면 내 인생이 하루살이 같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언제까지 이렇게 상황을 뒤처리하며 살 것인가? 아이와 함께 잠들고 아이와 함께 일어나면서 시간이 없다고 한다면 아무런 로또도 사지 않고 당첨되길 바라는 것과 같다. 아이가 잠든 시간에 자유를 외치며 스트레스 해소한다고 시작한 스마트폰으로 몇시간을 홀랑 보내면 진정 자유가 느껴지나? 육아를 하는 엄마는 참으로 제약사항이 많다. 내 마음대로 나갈 수도, 잘 수도, 먹을 수도, 놀 수도, 울 수도, 쉴 수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글쓰기’다. 모두가 잠든 새벽, 최소 1시간 일찍 시작한 시간 오로지 나를 만나는 시간이다. 그 시간동안의 글쓰기는 하루를 나의 하루로 완성시켜주는 완벽한 도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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