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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 Apr 27. 2023

9. 혼자 남겨진다는 것에 대하여

[서평 9] 이구아나와 나(이유리)

  나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그러나 어디서부터 무엇을 어떻게 써야 해야 할지 정하기 어렵다. 또 솔직하게 나의 이야기를 쓰려고 하면 할수록 글은 더 꾸며지고, 가공되어 도저히 담백하게 쓸 수가 없어진다. 그래서 다른 이의 글을 통해 내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이 글은 나를 비롯한 누군가의 이별 이야기이다.


   혼자 남겨지는 것은 항상 남겨진 사람에게 매우 잔인한 일이다. 일반적인 연애에서 어느 한쪽이 마음이 떠났다면, 아직 마음이 남아 있는 사람이 어떠한 노력을 해도 그 마음을 돌리기 쉽지 않다. 나는 계속 그 사람이 좋고 잘하고 싶지만, 나의 어떤 노력도 결과에 반영되기 어렵다고 생각하면 이처럼 잔인한 일이 없다. 따라서 서로 질려버려서 서로 다른 사람을 만나겠다고 이별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상적인 이별은 없다. 남겨진 누군가는 항상 상처를 받는다.


  남겨진 사람의 상처를 떠나간 사람은 결코 알 수 없을 것이다. 물론 상대방이 지금까지 노력하지 않았고, 나에게 잘 못해준 101가지 이유를 댈 수 있겠지만, 어찌 상대방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겠는가. 그 사람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몇 번의 노력을 해봤다. 헤어지고 싶은 이유도 물어봤다. 그런데 이런 노력이 이미 마음이 떠난 사람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 수 있을까?


  그 친구와 함께한 추억이 계속 생각난다. 자주 갔던 카페, 함께 들었던 음악, 그때의 분위기, 했던 말, 그 친구의 표정까지 모든 것이 생각난다. 그리고 우울해진다. 왜 더 잘해주지 못했을까? 우리도 한 때는 누구보다 서로 아끼고 서로의 잘 됨을 진심으로 응원해 주었던 사이였는데...


  그러고 나서, 그 친구가 나에게 얼마나 노력했는지 알게 되었다. 나는 그 친구와 잘 맞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생활 태도, 좋아하는 음식, 휴식 때 하고 싶은 것들, 같이 있으면 편하고 이 친구는 믿을 수 있고 평생 함께해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어쩜 이렇게 잘 맞는 사람을 만났는지 싶었다. 이 얼마나 아이 같은 생각인가! 그 친구는 나를 만나는 동안 나에게 맞추기 위해 수 없이 노력했다. 본인이 진짜 좋아하는 것보다는 내가 더  좋아하는 것을 선택했고, 본인의 시간을 내어서 나에게 썼고, 본인이 불편하고 무서운 것도 함께 해 주었다. 그런 그 친구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오랜 시간 만날 수 있었던 것이다.


  마지막 그 친구가 나에게 했던 말이 생각난다. “너는 나를 진심으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 나는 그 친구보다 항상 내가 더 중요했다. 나의 직장 내 성공, 나의 학위, 나의 돈 모의기, 나의 집 사기 등등 온통 ‘나’ 뿐이었다. 그리고 혼자 남게 되었다. 당연한 결과다. 이제와 후회해 봐야 소용없다는 것도 안다. 그러나 그 친구와 보냈던 7년이 내 인생에 가장 찬란했던 순간이었음도 안다. 그리고 그런 기회는 앞으로 매우 적을 것이라는 것도 안다. 


  나와 잘 맞는 사람만을 고집하기보다는 내가 다른 사람과 잘 맞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렇기 위해서는 상대방이 진심으로 궁금해야 한다. 나만 생각해서는 직장 내 인간관계든, 취미생활 모임이든, 결혼시장이든 그 어떤 곳에서도 환영받을 수 없다.


  안 좋은 일은 한 번에 찾아온다고 했다. 나에게 지난 1년은 직장에서의 실패, 이별, 건강문제 등등 여러 어려움을 동시에 경험했다. 그러나 그 덕분에 글을 쓸 수 있게 되었다. 좋은 일도 앞으로 한 번에 일어나리라 믿는다. 결과가 좋지 않아도 된다. 원인을 파악했으니 이제 실천만 하면 된다. 오늘은 회사에서 팀장님께 먼저 웃으면서 인사하기를 실천했다. 그리고 팀장님의 성공을 진심으로 기도해 보았다. 잘 안되었지만 나는 나 나름대로 몸부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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