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35] 1973년의 핀볼(무라카미 하루키)
1. 서론
회사에서 퇴사 목표 시점을 설정하자 무엇을 해야 할지 조금은 명확해졌다. 퇴사 후 회사에 놓고 가야만 하는 것은 직위, 직급이다. 퇴사 후 내가 가져갈 수 있는 것은 회사에서 배운 기술, 전문성, 네트워크 등이다. 언젠가 회사를 떠나야만 하는데, 놓고 가야만 하는 것에 목숨을 걸었던 것 같다. 누구보다 빨리 진급하고, 보직을 받아서 인정받는 것이 중요했다. 언젠가 놓고 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그것이 나의 직장 생활의 모든 것이 아닌 것임이 분명해졌다.
2. 오래 다니기 위한 직장생활
사실 퇴사 목표 시점을 정립한 가장 큰 이유는 이 회사를 오래 다니기 위함이다. 매우 아이러니하게 들리겠지만 그것이 나의 진심이다. 남들보다 빨리 이뤄내는 것에서 오래 다니는 것으로만 바꿔도 마음이 한결 여유롭다. 나는 남들보다 더 많이 노력하지도, 훨씬 더 능력이 있지 않으면서 빨리 인정받고 싶었다. 회사에서 승진을 하면 급여 상승 등 외적 보상이 있다. 그러나 빨리 도달하여 10년을 근무하는 것과 30년을 근무하는 것의 경제수명을 도입한 총수입을 따져보면 무조건 오래 다니는 것이 경제학적으로 우위에 있다. 물론 빨리 승진해서 오래 다니는 것이 베스트겠지만 어찌 모든 경쟁에서 내가 승리할 수 있겠는가?
3. 가장 경계해야 할 것
빨리 가려다 실패해서 마음의 상처를 입고 회사를 그만두는 것을 가장 경계해야 한다. 실제로 승진을 빨리 하고 싶은 마음에 남들보다 더 몸을 갈아 넣으면서 일했다. 그리고 같이 일하는 직원들을 무시했다. 왜 나처럼 열심히 하지 않는지 원망했다. 그리고 무던한 사람들 보다 나는 더 늦게 승진했다. 여러 이유로 승진이 미 끌어질 때마다 나의 노력을 부정당하는 것 같아 회사를 떠나고 싶었다. 여기보다 훨씬 좋은 곳으로 이직해서 이곳에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 빅 엿을 먹여주고 싶었다. 그러나 어디도 갈 수 없었고, 그때 어디든 이동했다면 내 인생은 더 비참해졌을 것이다. 배가 고플 때 장 보러 마트에 가면 안 된다.
4. 실질적으로 해야 할 것
이번 주에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1973년의 핀볼”을 다시 읽었다. 나의 성장을 위해서 일과 관련된 서적을 읽기로 했으나, 쉽지 않다. 잘 읽히지 않고 내용도 잘 모르겠다. 그렇다 보니 시간도 오래 걸린다. 그래도 느리더라도 꾸준히 해야 한다. 그것이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여유를 느낄 수 있는 책은 계속 읽고 글로 써 볼 생각이다. 이 활동이 다른 사람에게 어떠한 유익을 제공하지 못한다 할지라도 나에게는 필요한 행위이기 때문이다.
5. 결론
회사에서 가져갈 수 있는 것을 정리해 보았다. 대표적으로 내가 작성한 전문 보고서, 기획 보고서, 예산 확보 실적, 국외 협력사업 실적 및 그 관련 내용을 학술적으로 정리한 논문이다. 이번에 파견 지원서를 써 보면서 그동안 나의 포트폴리오를 다시 업데이트했다. 회사를 오래 다니기 위해 더욱 나에게 집중하고, 회사에서 내가 이뤄낸 것들을 잘 정리하고 문서화하여 시장에 제시할 수 있는 실적을 축척해 놓아야 한다. 앞으로 남은 기간은 그 작업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나의 다짐을 이번 주 이 글에 남겨 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