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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 Aug 08. 2023

18. 열심히 대충 살기

[서평 18] 여행의 이유(김영하)

 수영을 시작한 지 6개월이 흘렀다. 처음 초급반으로 시작했는데 현재는 반 이름이 상급 2반으로 바뀌었다. 자유형, 배영, 평영, 접영까지 모든 영법을 배웠고, 접영을 빼고는 오리발 없이 수영장 반 바퀴를 갈 수 있다. 다행히 같이 수강하는 사람들 연령대가 높아 크게 뒤처지지 않고 계속 잘 다니고 있다. 7월에 감기로 수영을 2주 쉬고 곧바로 여름휴가 차 여행을 다녀와 거의 한 달 만에 수영을 나갔다. 평소보다 발차기를 힘껏 찬다고 찼는데도 앞으로 잘 나가지 않고, 힘은 힘대로 들었다. 힘을 빼야 된다고 머리로는 생각하고 있지만 전혀 힘은 빠지지 않았고, 물에 몸이 잠기자 힘이 더 들어가는 악순환이 반복되었다. 수영이 끝나고 전 수영선수 출신 친구에게 이 이야기를 하니, 물과 친하지 않기 때문에 힘이 들어간다고 한다. 물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면서 물에 적응하여 물이 편해지면 자연히 힘이 빠진다는 것이다. 우리 내 삶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회사에 가면 몸이 긴장한다. 몸에 힘이 들어가 부자연스러운 행동을 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집에 오면 진이 빠져 침대에 눕게 된다. 이러한 원인은 회사가 편하지 않기 때문이다. 일의 능률을 올리는 것은 애 당초 불가능하고, 다른 사람의 시선에 온갖 신경을 써야 하기 때문에 피로가 쌓인다. 그리고 번 아웃이 온다. 악순환이다. 이러한 악순환을 끊어보기 위해 이번 여름휴가는 5일을 붙여서 연차를 써 버렸다. 회사와 잠시 거리 두기를 해보려고 했다. 이번에 읽은 김영하 작가님의 ‘여행의 이유’에서는 여행을 하면서 겪은 일화를 중심으로 여행에 대한 작가님의 생각이 드러나 있다. 여행을 통해 깨달음을 얻는 것도 필요하고, 다른 환경에서의 두려움과 숙소에서의 안정감도 필요하다. 반면, 나는 이번 휴가는 철저히 휴식을 위해 노력했다. 10시간 이상 자고, 잘 먹고, 회사생각은 절대 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그런데 타국의 호텔방에서 조차 긴장이 풀리지 않았다. 회사생각을 하지 말아야지 생각하면 할수록 회사생각이 났다. 집으로 돌아가는 날이 다가올수록 그 두려움은 커져만 갔다. 마치 힘을 빼야 한다고 생각하면 할수록 힘이 더 들어갔던 수영 같았다.


   회사와 익숙해져야 한다. 회사 내 사람들과의 관계가 편해져야 한다. 회사에 머무는 시간을 줄이는 것만이 답이 아닐 수도 있다. 수영장에 오래 머물며 물을 느끼는 것처럼 회사 공기에 나를 익숙하게 해야 한다. 그런데 회사에 익숙해지는 게 노력으로 가능한가? 그것이 의문이다. 회사에서 인간관계를 잘하려고 노력하면 할수록 먼 가 더 어려워지는 느낌이다. 주변에 그냥 무던하게 사람들과 잘 지내는 사람들도 많은데 나는 왜 이렇게 잘 못하는지 의문이다. 회사 친구 한 명이 나의 이런 고민에 대해 답해 주길 ‘열심히 대충 살라’고 한다. 너를 보면 너무 잘하려고 하는 게 보여서 보는 사람이 숨이 막힌다고 한다. 네가 회사일 잘하고, 본인 인생에 충실히 살려고 하면 할수록 주변관계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한다. 몸에 힘을 빼는 것은 어쩌면 너무 잘하려는 마음을 버리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할 수도 있다. 굳이 뭘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잘 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에 대한 불안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러기 위해 오늘만은 열심히 대충 살아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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