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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 Aug 03. 2023

17. 젊음과 불안의 관계

[서평 17] 젊은 근희의 행진(이서수)

 회사에서의 하루는 순식간에 지나가기도 또는 매우 더디게 지나가기도 한다. 긴박하거나 무료한 하루하루를 보내다 보니 어느덧 8월이 되어 버렸다. 연 초에 계획한 것들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다이어리를 살펴본다. 그냥 가만히 있으면 안 될 것 같아서 시작한 일들은 성과는 내지 못한 채 마음의 짐으로만 남아 있다. 회사만 문제없이 다니는 것도 대단한 것이라 생각하지만, 가만히 아무것도 안 하고 있으면 안 될 것 같다든 생각이 마음을 더 무겁게 한다. 


  ‘젊은 근희의 행진’은 이서수 작가의 단편소설 모음집 중 하나의 소설 제목이다. 단편집에 실린 소설들 대부분은 젊은 주인공 또는 주인공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다. 소설 속 주인공은 유튜버로, 취업 준비생으로, 집을 구하는 가족원으로, 제육덮밥을 판매하는 자영업자로 등장한다. 소설 주인공들의 특징은 젊다는 것과 세상의 관점에서 안정적인 삶을 이루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런 환경 속에서 미래에 대한 불안과 현실에 대한 애증이 드러나 있다. 이야기의 주인공들이 본인이 처한 현실에 대해 불만족스럽게 그려내고 있진 않지만 소설 속 불안이 나에게 전달되었다.


  나는 항상 불안이라는 감정과 함께하고 있다. 그리고 나의 불안이 꼭 환경에서 기인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 책을 보며 알게 되었다. 만약 나의 불안이 환경에서 온다고 한다면, 환경을 개선함으로 불안을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어떤 환경의 개선이 있더라도 나의 불안은 없어지지 않을 것을 안다. 결국 불안은 나의 마음에서, 나의 생각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불안을 없애기 위해서는 나의 생각을 바꾸는 것 밖에 방법이 없다. 주변에서는 환경에 대한 민감도를 낮추라고 조언해 준다. 다른 사람들이 너에게 그렇게 크게 관심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다른 사람의 시선이 계속 신경 쓰인다.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내가 또 무슨 일을 잘못한 것은 없는지 등의 생각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그 생각의 뿌리에는 나의 잘못이 외부에 드러난 경험에 있다. 다른 사람들이 오해해서 나를 지적하거나 정죄하는 것에는 오히려 당당할 수 있다. 그것이 사실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보다 훨씬 더 무서운 것은 내가 실제로 잘못한 일이 모든 사람들 앞에 적나라케 드러나는 것이다. 거기에는 변명이 있을 수 없다. 그 경험을 하고 나니 남들이 나에 대해 말하는 것들이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오해인지 헛갈리게 된다. 내가 진짜 그런 잘못도 했나? 내가 진짜 이상한 사람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더 나아가 아직 드러나지 않은 나의 잘못 들이 언제 세상에 드러날지 두렵다. 불안을 계속 안고 살아서는 행복할 수 없다. 


  사회적 지지와 연결 부족에서 오는 불안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건전한 공동체 구축이 필요하다. 결국 나의 불안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작게는 우리 팀부터 그리고 우리 단, 더 넘어서는 우리 본부 내 나를 믿어주고 지지해 주는 동료가 필요하다. 어깨 좀 피고 당당히 다니라고 항상 말해주는 선배님께서 알게 모르게 너를 지지해 주는 사람이 더 많다고 말씀해 주실 때 회사에서의 두려움이 조금 줄어듦을 느꼈다. 회사에 있는 시간이 아직 불안하다. 그럴수록 가까운 사람들에게부터 친절하게 잘해볼까 한다. 웃으며 인사하기, 친절하게 대답하기 등 유치원에서 이미 배운 것들을 실천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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