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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 Sep 15. 2023

20. 행복한 삶은 어디서 오는가?

: [서평 20] 행복의 기원(서은국)

 행복한 삶을 살고 싶었다. 그런데 우리가 쉽게 말하는 행복한 삶을 개념적으로 정의하기가 쉽지 않다. 정의가 불분명한 막연한 개념을 추구하는 것보다는 행복에 대해 알아보고자 하는 마음으로 ‘행복의 기원’이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저자는 20여 년간 행복에 대해 연구한 연구자로 책의 대부분이 다른 연구자의 연구결과에 근거하고 있었다. 책 내용은 지금까지 접했던 행복한 삶에 대한 방법론과는 큰 차이가 있었다. 책의 내용에 100% 동의하기 어렵지만 행복에 대해 다른 시각으로 접근해 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 되었다.


  지금까지 나는 ‘행복한 삶’과 ‘가치 있는 삶’을 혼동해서 생각해 왔던 것 같다. 나 스스로 행복한 삶은 다른 사람의 존경을 받을 정도로 사회적으로 큰 업적을 이뤄야 하고, 남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에서는 ‘행복’에 대해 진화생물학적으로 기쁨을 느끼는 경험의 산물로 정의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는 행위 등을 예로 제시했다. 정리하면 인간이 생존과 번식을 위해서 ‘행복’이라는 기분을 이용하는 것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라는 것이다. 마치 강아지를 교육시킬 때 간식을 사용하는 것처럼 특정 행동을 하면 보상으로 기분이 좋아지는 것이 행복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행복한 삶은 결과가 아닌 과정이며, 행복을 느끼다 보면 ‘생존’과 ‘번식’을 할 수 있는 결과가 주어진다고 설명한다. 


  책 한 권을 한 문단으로 설명할 수 없기에 이 내용에 더 자세히 알고 싶으신 분들은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시간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행복에 대해 전통적인 시각과 다른 새로운 시각을 접할 수 있다. 책에서 얻을 수 있었던 충격적인 정보 중 하나는 행복을 결정하는 독립 변수 중 유전적 요인이 50% 이상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자산, 학위, 연봉, 자동차, 집, 거주 지역 등등 모든 요인을 합쳐도 50%가 안 되는 것이다. 그리고 좀 더 세부적으로는 ‘외향성’이 행복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한다. 외향적인 성격의 사람들의 특징은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자신의 잘못이나 실수에 자책하는 것이 적고, 개방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다. 


  ‘외향성’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행복하기 쉬운 이유는 결국 행복은 ‘관계’에서 오기 때문이라고 한다. 행복을 측정할 때 (-) 요인과 (+) 요인을 나누어 측정해 보면, 일정 수준이 넘어가서 0을 지나면 그 요소로는 (+)의 행복을 느낄 수 없다고 한다. 예를 들어 갈증이 심한 상태에서 생수 1병은 (-) 요인을 제거하는 큰 요소이지만 갈증이 해소된 뒤의 생수 100병은 (+)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는 것을 들 수 있다. 따라서 죽도록 생수를 모아봐야 행복을 느낄 수 없다. 돈을 어느 정도 모은 뒤에는 돈으로 더 이상 행복감을 느낄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그 정도 돈이 없기 때문에 아직도 돈이 많으면 나는 행복하다.) 결국 (+) 요인은 ‘관계’에서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이 또한 생존과 번식에 ‘관계’가 필수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나는 행복하기 위해 외적조건을 쌓는 인생을 살았다. 좋은 학교, 좋은 직장, 높은 연봉, 집, 차 모든 것이 내가 행복하기 위해 쌓아 올린 나만의 조그마한 탑이었다. 그리고 나의 노력들이 나를 행복하게 해 줄 것이라 믿었다. 책의 표현을 빌리자면 becoming만을 쫓으며 산 것이다. 이 학교에 들어가면, 이 직장에 들어가면, 이 만큼 연봉을 받으면, 이 자격증을 취득하면, 승진을 하면 행복해질 것이라 믿었다. 그중 대다수는 실패했고, 또 어떤 것은 쟁취했다. 성공했을 때 그 기쁨은 정말 행복이었다. 그러나 그 행복은 어떤 것은 2달 또 어떤 것은 2주 만에 끝나 버렸다. 성취하는 것은 becoming이지만, 삶은 being이기 때문에 being에서 행복하지 못한다면 절대 행복할 수 없다. 마치 원하던 직장에 들어가면 행복할 것이라 믿지만, 직장생활은 생각했던 것만큼 행복하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이다. 가시적인 성과는 마치 마약과 같아서,  그것을 성취했던 행복감을 느끼기 위해 계속 노력을 하게 되고 무엇인가 하지 않는다면 불안감까지 들게 한다. 


  결론은 being이 행복해야 하는 것인데, 책에서는 이 방법으로 작은 성취를 지속적으로 얻는 것을 추천한다. 그 작은 성취의 대부분은 관계에서 얻을 수 있다. 친구와 대화하는 것, 같이 식사를 하는 것, 여행을 가는 것 등 경험에서 얻는 작은 성취가 인생을 풍성하게 한다는 것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남들보다 조금 더 빨리 가는 것이 중요하게 느껴진 적이 있었다. 고등학교 때는 좋은 대학에 들어가는 것, 취직을 좋은 곳에 하는 것, 결혼하는 것 등등 그 시기에 해야 할 것들에서 누군가는 빨리 성과를 내는 듯 앞서 나가고, 누군가는 조금 헤매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지나고 보면, 아직 그들의 끝은 알 수 없지만, 아무리 빨리 간다고 해도 얻을 수 있는 절대적 총량은 거의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 빨리 가는 것보다는 그 순간을 즐기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남보다 빨리 가려다 보면 주변사람의 사정을 살필 시간이 없고, 계절의 변화도 느낄 수 없으며, 길가에 핀 꽃을 볼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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