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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여유에 대한 나의 생각

[서평 3] 나는 가장 슬픈 순간에 사랑을 생각한다(새벽부터)

by 제이

연휴의 시작이다. 지난주 극적으로 회사에서 해야 할 모든 일이 마무리됨에 따라 금요일부터 아주 여유로운 연휴를 시작하게 되었다. 감사한 일이다. 그 일이 마무리되지 않았다면, 연휴 내내 또 신경을 써야 했을 것이다. 연휴 시작 전 도서관에 들러 연휴 동안 일을 책 3권을 빌려왔다. 한 권은 수필이고, 한 권은 철학책이며, 마지막은 경제에 관한 책이었다.


불금을 보내고, 토요일부터 집 앞 카페에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읽은 것은 '나는 가장 슬픈 순간에 사랑을 생각한다'는 수필이다. 약 3년 간 트위터에 작성한 글을 책으로 엮은 형식으로 글이 길지 않고, 삶의 따듯함이 풍기는 좋은 글이 가득했다. 아무런 기대 없이 빌려온 책에서 작은 깨달음을 얻는다. 매일 출근하는 것, 낙엽을 쓸며 몸을 움직이는 것, 소중한 사람에게 안부를 묻는 것 등 지속되는 인생에서의 행복을 느끼는 지혜가 책 속에 있었다.


다음으로 읽은 책은 철학 책이었는데, 대학교 때 한번 읽고 이번에 다시 읽어보려 했던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였다. '열한 계단'을 읽고 이번엔 잘 읽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에 읽었으나, 역시나 읽기 쉽지 않았다. 내용을 이해할 수 있는 문해력이 향상되었더라도 마음의 여유가 없는 것이 문제였다. 철학 책을 읽어서 무엇하나? 이걸 읽는 게 내 삶에 어떤 유익이 있는가?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니 책을 넘기는데 들어가는 시간이 아깝게까지 느껴졌다. 여유가 없다.


반면, 돈을 버는 것은 생산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월급을 어떻게 나누어 저축할 것인가? 연금저축 계좌와 ISA계좌를 어떻게 운영할 것이고, 이번 1년 간 얼마를 저축할 것인가? 지금 저축된 돈들의 포트폴리오를 바꿔야 하는 것은 아닐까? 이런 생각들은 퍽 생산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관련 경제 유튜브를 보고, 투자 관련된 책을 읽는 것은 시간이 전혀 아깝지 않다. 다만 철학책을 읽은 것은 시간이 아깝다고 느끼는 것이다.


'나는 가장 슬픈 순간에 사랑을 생각한다'의 저자는 책 속에서 자신이 풍요롭지 못한 삶을 살았다고 했다. 생계를 위해 60 중반이 넘어서도 계속 일한다고 했다. 그러나 그가 돈만을 위해서 일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는 일터에 와서 매일 반복되는 일상을 사랑했다. 몸을 움직이는 것을 통해서 삶을 바로 잡았고 일터에서의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행복을 느꼈다.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는 모든 개인의 선택이고 그 선택에 정답은 없다. 다만 나에게 맞는 정답을 내가 찾아내는 것이 숙제인 것이다.


나는 인생의 최적화를 꿈꿨다. 나는 아직 젊다. 해야 할 것이 많고, 하고 싶은 것이 많다. 그리고 그걸 할 수 있는 능력이 있고 시간과 건강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결국 조금씩 내려놓아야 할 시기가 올 것이다. 그리고 그것들을 모두 내려놓더라도 내가 삶을 지속할 수 있는 무언가는 항상 필요하다. 그것이 돈인지, 책인지, 글쓰기 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것을 찾기 위해서는 무언가를 계속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지난 한 달 많은 스트레스를 받으며 일을 다 했기에 연휴를 쉬면서 보낼 충분한 자격이 있다. 조금 늘어져도 남들에게 뒤처지는 것이 아니다. 내가 읽고 싶은 책을 읽고 시간을 글을 쓰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 결코 낭비가 아니다. 나 자신에게 친철해야 한다. 계속 무언가를 해내야 하고, 내 인생에서 쌓아가야 한다는 압박에서 벗어나야 한다. 나는 나 자신 그 자체로 소중한 사람이다.


모든 활동이 꼭 최적화 될 필요는 없다. 나이가 들며 경쟁에서 뒤쳐지는 것은 피할수 없는 숙명이다. 그걸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도태에서 견디는 연습을 해야 한다. 영원회귀 같은 일상에서 나의 열정을 쏟을 무언가를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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