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4] 모르면 호구되는 경제 상식(이현우)
연휴가 끝났다. 내일 회사에 가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겁다. 월요병이 생각보다 심하다. 일에 대한 부담감에 정신을 지배받을 수 없다. 아침에 헬스장에 가서 스쿼드 4세트를 하고 하체 중심으로 운동을 했다. 점심을 먹고는 동네 도서관에 갔다. 연휴 전 빌렸던 책 3권을 반납하고 새로 2권을 빌려 걸어서 집에 왔다. 움직이니 좀 기분이 좋아졌다. 결국 정신이 몸을 지배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역설적이게도 정신을 바꾸는 노력보다는 몸을 움직이는 노력이 더 효과적이라는 것을 오늘 또 깨닫는다. 몸을 움직일 수 있음에 감사한다.
연휴 동안 집에서 푹 쉬었다. 그리고 처갓집에서 시간을 보내며 돈 쓸 곳이 많다는 생각을 했다. 돈이 필요하지 않은 곳이 없다. 혼자 있을 땐 생각도 못했던 곳에 돈이 나간다. 돈을 무조건 아끼기만 했던 나로서는 지출하는 것이 쉽지 않다. 꼭 써야 할 곳에 쓴다고 생각하지만, 내 소비 수준이 워낙 낮았던 터라, 기본적이 소비에도 기분이 좋지 않다. 돈을 쓰는 게 어렵고 기분이 안 좋아지는 원인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결국은 그 이유는 미래에 대한 불안 때문이다. 지금 돈을 쓰면 미래에 쓸 돈이 없어진다는 생각 때문이다. 돈을 많이 쓰면 쓸수록 원치 않는 노동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생각 때문이다. 미래에 어떤 사고가 날지, 내가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을 상황에 처하게 될지, 지금으로서는 전혀 알 수 없다. 하지만 그런 막연한 불안으로 인해 현재의 소비를 할 수 없어진다. 아울러, 지금의 1억이 30년 뒤에 얼마나 내 삶을 지탱해 줄지 생각하니 도저히 현재의 소비를 할 수 없게 된다.
그러나, 가족을 위해서 지금 필요로 하는 삶을 위해서 소비는 불가피하다. 큰 소비를 했지만, 그 결정에 대해 존중해야 한다. 사람은 모두 가치관이 다르다. 돈을 많이 모아서 늙어서 자식에게 물려줄 생각은 없다. 그냥 불안한 내 미래에 대해 안전장치를 가지고 싶을 뿐이다. 이런 나의 솔직한 이야기를 하니, 배우자는 우리 아이는 참 불행하겠다고 한다. 남자가 '돈' '돈' 거리며 아이에게도 돈을 쓰지 않으면 우리 아이는 행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100% 맞는 말이다. 나의 돈에 대한 생각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24년 물가상승률 보다 나의 연봉은 오르지 않았다. 나의 연봉을 계속 올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소비를 줄이고 저축하는 것만이 유일한 미래를 준비하는 길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소비를 줄이지 못한다. 필수소비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소득을 늘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결국 있는 돈을 잘 모아놔야 한다. 나는 내가 알지 못하는 것에 투자를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지금까지 일정 수준의 자산을 형성하는 데까지는 투자를 하지 않았다. 재형저축과 최근 금리가 높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연 5% 수익을 계속 냈기 때문에 돈을 그냥 은행 예금에 저축하는 것이 크게 손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러나 세액공제를 위해 계속 돈을 넣는 개인연금(연 600만 원), RFP(연 300만 원) 계좌에서는 무언가를 사야 한다. 다행히 IRP계좌는 금리연동형 안전상품의 투자 옵션이 있어 공부를 하지 않았어도 되었다. 하지만 개인연금 계좌는 중계형으로 내가 무언가 상품을 구매해야 한다. 그냥 넣어두면 이자도 안 생긴다. 결국 개인연금 계좌를 운용하기 위해 투자공부를 시작하기로 했다.
그 첫걸음이 '모르면 호구되는 경제상식'이라는 책이었다. 나는 대학에서 경영학을 배웠기 때문에 금리 내리면 채권가격이 상승한다는 기본적인 사실은 알고 있다. 이 책에서 내가 배운 것은 1) 시간에 대한 분산과 2) 자산에 대한 분산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나는 우선 연금저축계좌에서 미국주식 ETF 4종을 10개씩 샀다. 그리고 미국 금리가 인하될 것이라는 장기적인 기대로 미국채 10년 선물 ETF도 샀다. 기간에 대한 분산이 중요하다. 월에 넣는 만큼 소액을 적립식으로 더욱 관심이 가는 상품을 구매해야 한다. 우선 잘 모르더라도 1주라도 사야 한다. 그래야 관심에 생긴다. 모른다고 계속하지 않으면 영원히 못하게 된다.
나도 '돈' '돈' 거리는 내가 멋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삶의 경험적으로 돈이 없을 때 얼마나 사람이 비굴해지는지 알고 있다. 내가 봤던 가정의 행복도 결국 일정 수준의 안정적인 재정이 필수적이었다. 결국 행복한 가정을 지키기 위해 돈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걸 굳이 주변에 말할 필요는 없다. 나 혼자 질머질 짐이다. 누구한테 내가 힘든 것을 말할 필요는 없다. 그럼 또 돈돈 거리는 사람이 될 뿐이다. 주변에 말하지 않고, 나 스스로 공부하고 준비해야 한다. 내 인생은 그 누구도 책임져 주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