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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나만 중요해진 세상, 타인을 알아주지 못하는나

[서평 31] 1Q84(무라카미 하루키)

by 제이

1. 서론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를 다시 읽었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1973년의 핀볼', '양을 둘러싼 모험', ' 해변의 카프카'는 내가 좋아하는 무라카미 소설들로 모두 3번 이상 읽었다. 무척 잘 읽힌다. 나머지 소설들도 1번씩은 읽었는데, 위에 언급한 소설만큼은 잘 읽히지 않는다. 그리고 그것이 지극히 내 개인적인 취향인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자서전적 성장 소설을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으로 좋아하는 것이다. 1Q84를 다시 읽는데, 끝까지 읽는데 애먹었다. 잘 읽히지 않았다. 무엇보다 왜 읽고 있는지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2. 타인의 삶에 무관심해진다.

나의 삶에 너무 집중하게 되면 타인에 대한 관심이 낮아진다. 주변에 무슨 일이 일어나건 그게 나와 무슨 상관이지 라는 생각이다. 요즘은 쇼츠도 보기 힘든 수준에 이르렀는데, 어떤 연예인이 태도가 어떤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내가 도대체 왜 알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뉴스는 토가 나오고, 예능은 머리가 아프다. 내 삶 자체도 너무 복잡한데, 왜 다른 사람의 인생까지 알아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 그 단계가 지나치게 심해지면서는 소설조차 읽기 힘든 상황이 된 것이다. 도대체 1Q84 시대에 달이 2개가 되어 리틀피플의 위협에서 탈출하는 게 나의 삶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싶다.


3. 세상이 진정한 안정을 줄 수 있는가?

세상은 자신에게 더욱 집중하라고 한다. 더 풍성한 삶을 더 일찍 체계적으로 준비해야 한다고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내가 앞으로 설 자리가 없을 것이라 한다. 돈이 나의 삶을 지켜줄 것 같다. 미국의 금리 인하 예측에 대한 기사가 나오고, 어떤 ETF를 지금 투자해야 한다고 한다. 돈을 모으는 것만큼 재미있는 일이 없다. 늘어가는 계좌 잔액이 나의 삶에 안정을 줄 것 같다. 그것이 내 삶과 나의 가족을 지켜주고, 내가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게 해주지 않을 것이라는 희망을 준다. 그런데, 세상이 주는 것 중에 진정한 구원이라는 것이 있는 것인가? 도대체 얼마만큼의 통장 잔고가 있어야 진정 안정한 삶인지 알지 못하겠다.


4. 타인의 존재를 존중해 주는 것

모두들 자신의 존재를 알아주길 원한다. 나 역시 타인이 나의 가치를 인정해 줄 때 행복감을 느낀다. 그것은 내가 쓴 글에 대한 공감으로 드러날 수도 있고, 내가 타인에게 어떤 행위로 기여했을 때 돌아오는 감사의 표현이 될 수도 있다. 모든 사람이 자신의 존재를 존중받고 싶어 한다. 그러나 타인의 존재를 인정해 주기에 나의 삶은 너무 바쁘고 여유가 없다. 나는 인정받고 싶지만, 타인에 대해 관심을 갖고 인정해 주는 여유는 없다. 그런 관심이 없다. 내 인생이 너무 중요하기 때문이다. 참 이기적인 생각이다.


5. 결론

받고 싶은 게 있다면 내가 먼저 타인에게 그것을 줘야 한다. 정말 간단한 이치다. 사람들이 모이는 것, 습관적으로 사람들이 시간을 보내는 것, 사람들의 불편함을 해소해 주는 것에서 돈을 벌 수 있다고 한다. 어쩌면 지금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타인이 나의 삶을 알아주는 것이다. 그럼 타인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게 하는 어떤 플랫폼 같은 것이 돈을 벌 수 있게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냥 이야기를 듣고 인정해 주는 것이다. 나의 인생이 얼마나 힘든지, 얼마나 억울한지 들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대가로 돈을 받는다. 나는 타인을 알아주고 싶지 않으나, 내 삶은 누군가 알아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돈과 교환하는 것이다. 이것이 정신과 상담이 될 수 도 있고, 종교시설이 될 수 도 있다. 참 교묘한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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