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직접 경험하고 쓴 성인 ADHD이야기
바로 역설과 모순입니다.
언뜻 보이는 능력으로는 잘 해낼 듯한데 성과가 안 나오거나 효율이 떨어지고.
업무 분야에서는 한 치의 오차도 용납하지 않는 완벽주의를 추구하다가도 일상에서는 허술함과 구멍이 뻥뻥.
혼자 있고 싶다고 늘 말하면서 관계지향의 욕구가 채워지지 않음에서 오는 허전함과 우울에 시달리거나
주변 사람들에게 섬세한 관심과 배려를 하는데 가까이 다가가서 보면 서운할 정도로 무심한
정말 말 많고 시끄러운 듯하면서도 급 과묵하고 조용해지거나
온갖 세상 이슈에 다 관심을 가진 듯한데 남들이 다 아는 상식적인 것을 모르고 있다거나
여기저기 기웃거리면서 산만함으로 뭐 한 가지 제대로 안 하는 듯 보이는데 한번 꽂히는 일에 열중하기 시작하면 그것만 붙들고 있다거나
얽매임, 틀, 관습, 결혼에 절대 구애받지 않고 살겠다는 소신으로 지내오다가 덜컥 스스로를 구속하는 환경에 몰아넣거나 갑자기 생긴 애인에게 집착하거나
온갖 감각이 민감하고 까다로워 보이는데 자신의 감정적 고통이나 물리적 부딪힘으로 인한 상처를 모른 채 지낼 정도로 무디기도 하는
사소하거나 가능성이 낮은 위험에 대한 강박에 사로잡혀 외출도 힘들어하다가 새롭게 접한 쓰릴 있는 레저나 위험성 높은 결정을 급발진시키기도 하는
사람들의 소소한 가십이나 고정관념에 의한 평가에 무관심하다며 자유로움을 추구하며 대범한 듯 보이지만 결국 남들의 사소한 평가에 너무 민감해서 깊은 상처를 받고 잠수를 타기도 하고
평소 미미한 생물에 대해서도 공감과 연민을 느끼고 평화주의자로 지내다가도 한번 정당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일에 꽂히면 급 호전적인 사람으로 돌변하기도 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