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 약을 먹었는데 왜 효과가 없나요? (2)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직접 경험하고 쓴 성인ADHD 이야기

지난시간에 이어 치료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들에 대해 설명드리겠습니다.

(지난 시간 내용이 궁금하시다면 클릭!!)

다섯째, 치료 목표가 불분명할 경우입니다.

지난 시간  네번째 이유와 연결선상에 있는 이유일 수도 있습니다.

막연히 좋아질 것이라고만 기대하고 약물 치료를 통해 무엇이 좋아지기를 기대하는지가 명확하지 않은 것이죠.

우울증이나 공황장애는 애초에 치료를 통해 벗어나려는 고통의 내용이 지목됩니다.

하지만 ADHD는 전반적이고 만성적인 어려움이고 무엇이 문제인지 혼란스러운 상태로 오시기 때문에 치료를 통해 개선하려는 내용을 구체화하기 어렵습니다.

치료 목표가 불분명하다면 어떤 치료제로 어느 선의 용량까지 사용해야할지 기준을 정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주치의와 상담을 통해 어떤 목적으로 치료제를 사용하고 무엇을 우선 개선하고자 하는지 구체화 할 것을 권합니다. (후에 치료 목표와 관련하여 연재 주제를 정해보겠습니다.)

여섯째, 공존질환의 영향입니다.

우울증이나 불안이 심하거나 알코올의존,  조증,  정서가 불안정한 심한 성격 문제가 있으면 자극제의 치료효과를 보기 어려울 뿐 아니라 공존 질환이 더 악화되기도 합니다. 따라서 현재 상태에  더 크게 영향을 미치는 문제를 먼저 치료하는 원칙에 따라 심한 공존 질환을 우선적으로 다루어야합니다.

그리고 공존질환이 안정화가 되었더라도 공존질환 치료제를 유지해야하는데 그 약물로 인해 자극제가 충분히 효과를 나타내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병용 약물의 진정 작용 등의 원인)

따라서 주치의와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약물 조절에 대해 상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일곱번째, 급한 성격으로 인해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기다리지 못하는 경우 입니다. 

제 체감상 성인 ADHD 치료받는 분들 열 분 중 한 두분은 이 이유로 치료에 실패하는 것 같습니다.  

도입부에서 말씀드린대로 충분 용량의 자극제를 처음 복용하면 어떤 느낌이 "퐉!" 옵니다. 그런데 그걸 부작용이 없으면서 생활이 흘러가게, 효과가 나타나게 지속적으로 끌어가는 과정은 차원이 다른 작업이며 생각보다 시간이 걸립니다.

그런데 그 과정을 견디지 못하고 "효과가 없어요." "저 한테는 이 약이 안 맞나봐요" "빨리 올려주세요" "우울증 약도 더 주세요" 이렇게 조급하게 요구를 하시는 경우가 있습니다. 물론 그런 행동도  증상을 구성하는 특징이라고 이해는 하지만 치료자도 같이 조급해지면서 급히 증량을 하거나 약을 바꾸게 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필요 이상의 용량으로 급히 올리게 되면 부작용으로 인해 중도 탈락하거나 고용량에서 오는 치료 효과 감퇴(오히려 집중력 감소와 충동성)를 겪을 수도 있습니다.

여덟번째, 실제 중추신경자극제에 치료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경우입니다.

여러 문헌에서 약 10~20%의 치료 대상자에서는 효과가 부족하다고 합니다.  

이 경우, 비중추신경자극제를 교체 혹은 병합하거나 특정 우울증 약을 사용함으로써 일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아홉번째, 자극제가 내성이 생길 경우입니다.

아직까지는 중주신경자극제의 치료 효과는 장기간 치료해도 내성이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특히, methylphenydate 약제는 신경전달물질을 직접 분비시키는 것이 아니 재흡수 방지를 통한 기전으로 작용하기에 내성이 생길 가능성이 이론적으로 낮습니다.

하지만, 임상에서는 일부 치료 대상자분들은 수 개월 정도 사용 후 내성으로 인한 효과 감소를 강력하게 호소합니다. 일부 문헌에서 약 5% 정도라고 합니다.

열번째, 오진단 되었을 가능성입니다.

사람이 하는 일이고 정량화된 평가가 어려운 영역이다보니 오진단의 가능성은. 낮지만 늘 존재합니다. 저도 진단을 바꾸게 될 가능성은 항상 열어두고 진료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진료 간격을 잘 지키면서 꾸준히 상태를 평가받고 스스로도 일지 등을 통해 투약과 수면기록 그리고 증상 변화와 호전 정도를 기록해두는 것이 큰 도움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