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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인드립 Mar 08. 2023

ADHD 약을 먹었는데 왜 효과가 없나요? (1)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직접 경험하고 쓴 성인 ADHD 이야기

네. 많은 분들이 물어보십니다.

온라인에서 자극제는 먹어보면 바로 안다고 하는데 왜 저는 효과가 없냐고요?

혹시 저는 ADHD가 아닌건가요?


이럴때 저는

첫날 효과를 느끼는 것과 지속적인 효과를 가져가는 것은 전혀 다른 과정입니다.  자신에게 맞는 용량과 용법을 찾기까지 한 두 달 정도 예상해주세요.

라고 말씀드립니다.



그래서 오늘은 ADHD 치료제가 기대에 못 미치는 이유들을 알아보겠습니다.


글을 쓰기 전 생각나는 이유를 메모지에 적었더니 무려 10가지나 됩니다. ㅜㅜ

먼저 약물 특성과 관련한 빈번한 4가지 이유부터 설명드리고 다음 시간에 나머지 이유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첫번째, 수면 문제입니다.

수면시간이 부족하거나 불규칙적인 수면으로 인해 수면 효율이 떨어지면 당연히 피곤하고 집중력이 떨어집니다. 물론 자극제가 졸리지는 않게 깨워줄 수는 있지만 뇌가 피로한 상태에서 기대하는 치료 효과를 보기는 어렵답니다.


안타깝게도 ADHD가 있으면 기본적인 생활 관리가 잘 안 되는 분들이 반 수 이상이고  진단 받는 분들 절대 다수가 청소년, 청년기 연령대이다보니 늦은 수면 습관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진료 중에

" 꼰대 소리를 들을까 잔소리를 하고 싶지는 않지만  규칙적이고 충분한 수면 습관 강조를 오실 때마다 아니할 수 없습니다!" 라는 말을 하게 됩니다.


두번째, 부작용 때문입니다.

두근거림과 두통, 식욕부진에 취약한 체질인 분들이 계십니다. 이로 인해 적정 효과를 달성하는 용량까지 올리는게 어렵습니다. 또는 유효 용량까지 올려서 효과는 느껴지는 것 같은데 약물 혈중 최고 농도에 달하는 시간대 무렵에 쫒기는 느낌과 더 집중하기 어려움 등을 호소하기도 합니다.

자극제는 적정치료범주(therapeutic window)가 좁기 때문에 오전에는 치료효과가 좋다가 점심 때 부작용을 느끼다가 이른 오후에 효과가 빨리 떨어지는 식으로 변동성이 생기기 쉽습니다.  

제가 만들었어요  히히.

적정치료범주 (therapeutic window):  초록선과 빨간선 사이의 농도 구간

(더 자세한 내용은 여기를 눌러주세요)

이 경우 용량을 낮추어서 부작용이 충분히 적응이 될때까지 기다렸다가 다시 용량을 올릴 것을 권하게 됩니다.

때로는 평균 처방 용량의 반만 사용해도 효과가 있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 경우, 평균 처방 용량에서 부작용으로 더 집중이 안 된다고 호소하는데 복용량을 낮추면서 부작용도 없고 적정 효과도 느껴서 만족할 수도 있습니다.


세번째, 각성감을 효과로 착각하는 경우입니다.

자극제가 각성감을 높히는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그 각성효과는 기대하는 주요 치료 효과가 아닙니다. 각성 효과만이라면 카페인으로도 가능하지요. 그런데 복용 초기에 각성감과 고양감이 잘 느껴지기 때문에 효과 여부의 기준으로 삼는 경우가 많습니다.

안타깝게도 이 효과는 비교적 내성이 생깁니다.  따라서 치료제 효과를 각성됨으로 판단하는 것은 부적절합니다.


네번째, 치료제로 호전된 상태에 장기간 적응되었을 경우입니다.

적정 용량을 찾고 생활 습관을 조절하면서 안정된 효과가 생겼지만 수 개월이 지나면서 첫 약 복용 시점으로부터 전후 비교를 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이 때 여러 가지 변수로 인해 안정이 되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좋아진 상태에서 고생했던 때를 비교적 희미하게 기억하기에 치료제 효과로 느끼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투약 휴지기를 가지면서 실제 작용하고 있는 효과를 비교해볼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이유로, 치료 효과로 인해 기능성이 좋아졌는데 성향상 소화할 수 있는 데까지 활동을 늘려가는 분들이 있습니다. 성과가 늘어났지만 늘 힘들다고 좋아지지 않았다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가령, 저의 경우 내담자분들의 말씀이 더 잘 입력되고 차트도 더 길게 쓰게 되고 진료의 질이 높아지는 것 같은데 일은 더 많이 하게 되면서 제가 편해지거나 수익성이 늘어다는데는 거의 기여도가 없는 것 같습니다 ^^; 그런데 끊어보고 비교하면 '도움이 이 만큼이나 되었구나' 라고 느낄지도 모르겠구요.)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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