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부쩍 자기주장이 강해진 첫째 아이와 오늘도 한바탕 실랑이를 했다. 답답한 마음에 찬물을 들이켤 때 라디오에서 '바람이 불어오는 곳'이라는 노래가 흘러나왔다.
김광석 님의 목소리가 아닌 제이레빗의 목소리였다. 맑은 목소리로 들려오는 노랫소리에 이끌려 나의 20대로 빠져들었다.
홀로 타지에서 직장을 다니며, 쉽지 않은 생활을 하고 있었다. 고시원의 작은 방 한 칸이 내가 오롯이 쉴 수 있는 공간이었다. 왕복 3시간의 출퇴근을 하며 끼니도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 야근과 주말 출근은 일상이 되었고, 일한 만큼 월급을 받을 수 없는 때였다.
기나긴 출퇴근 길에 나를 위로해 준 것이 제이레빗이었다. 그녀들의 음악을 들으면 답답하고 괴로운 마음에 청량한 바람이 불었다. 그러면 일순간 상쾌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그렇게 버티며 20대를 살아냈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제이레빗의 노래를 들으며, 그 시절의 내음이 느껴졌다. 출퇴근길의 고단함, 음악과 가사에 힘입어 다시금 한발 한발 나아가던 나를 만났다.
그때의 내가 지금의 나에게 응원을 보내는 듯했다. 힘겨운 날들도 있지만, 이 노래를 듣고 상쾌한 마음으로 한 발 나아가길 바란다고. 나의 응원을 받아 오늘도 조금 성장해 본다.
바람이 불어오는 곳 - 제이레빗
바람이 불어오는 곳 그곳으로 가네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아래로 덜컹이는 기차에 기대어 너에게 편지를 쓴다 꿈에 보았던 그 길 그 길에 서있네 설레임과 두려움으로 불안한 행복이지만 우리가 느끼며 바라볼 하늘과 사람들 힘겨운 날들도 있지만 새로운 꿈들을 위해 바람이 불어오는 곳 그곳으로 가네 햇살이 눈부신 곳 그곳으로 가네 바람에 내 몸 맡기고 그곳으로 가네 출렁이는 파도에 흔들려도 수평선을 바라보며 햇살이 웃고 있는 곳 그곳으로 가네 나뭇잎이 손짓하는 곳 그곳으로 가네 휘파람 불며 걷다가 너를 생각해 너의 목소리가 그리워도 뒤돌아 볼 수는 없지 바람이 불어오는 곳 그곳으로 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