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 되자 어김없이 온 가족 나들이에 나섰다. 체험하는 것을 좋아하는 첫째를 위해 체험관을 가기로 했다. 점심 식사는 가는 길에 들르기로 하고 목적지를 향해 열심히 달렸다.
오가는 대화 속에 너무 열심히 달렸던 탓일까. 도착지가 코앞인데도 식당을 찾지 못했다. 결국 더욱 나아갈 수밖에 없었고, 겨우 찾은 식당에서 밥을 먹었다. 그리고 어쩌다 보니 스무 살의 내가 설렘을 안고 찾았던 나의 학교 근처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렇게 된 김에 그냥 엄마 추억여행을 하기로 했다. 학교로 가는 길에서부터 기억을 거슬러 올라갔다. 10여 년이 흐른 탓에 많은 것이 변해있었다. 건물의 모습과 이름이 달랐기 때문일까. 어디가 어디인지도 헷갈릴 만큼 낯설었다. 공부했던 건물을 비롯해 여기저기를 들렀다. 학식을 먹던 학생식당은 아예 다른 곳으로 탈바꿈했다.
아이가 쉬야를 하고 싶다고 해서 간 중앙도서관은 인증코드를 찍고 들어가야 했다. 호출을 누르고 들어가려 했지만 응답이 없어서 아쉬움을 뒤로하고 돌아서야만 했다. 더 이상 누구든 편히 머물 수 있는 곳이 아니게 되었다. 졸업생인 나조차 가림막에 막혀 추억에 닿지 못했다.
변화는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가족들과 함께 엄마의 추억여행으로 온 곳을 마음껏 보여줄 수 없다는 사실이 조금은 아렸다.
다행인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편과 아이들이 엄마의 학교에 왔다는 것만으로 좋아해 주었다는 것이다.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내 과거의 장소가 사라지지 않고 존재한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그 자리에 그대로 있어주었기에 오늘 사랑하는 가족과의 소중한 추억 하나를 더 쌓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