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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고 싶지 않아

잠시 놓아도 괜찮아

by 공감힐러 임세화

나는 생각이 굉장히 많은 사람이다. 과거에는 그 정도가 심해서 혼자서 '생각 버리기' 연습을 하곤 했었다. 생각이 가득 찬 상태로 살아가는 것은 너무나 답답하고 혼란스러운 일이기에 '생각 버리기' 연습을 통해 내 생각들을 깔끔하게 정리하고 싶었다. 그러면서 해야 할 생각들을 정리하는 것에 익숙해졌고, 해야 하는 일들을 해나가는 것에도 도움이 되었다.


분명 그렇게 성장해 온 나의 생각들인데, 요즘에는 아예 생각하고 판단하는 것 자체를 하고 싶지 않을 때가 있다.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생각을 안 하고 싶다는 것이 모순적이기도 하지만, 종종 그런 순간들이 찾아온다.

특히 육퇴를 한 이후가 그러하다. 육퇴 후 글을 쓰는 지금도 글에 대한 생각은 하지만, 다른 생각과 판단은 하고 싶지 않다.

생각하고 싶지 않아 하는 나 대신 생각과 판단을 내려야 하는 남편에게 조금은 미안하고, 감사한 마음은 더욱 커진다.


글을 쓰다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하루종일 아이 둘 가정보육을 하며 매일 너무나 많은 생각을 하고 있다. 그렇게 매 순간의 선택과 판단을 끊임없이 반복하다 보니 스스로 과부하를 방지하기 위해 생각하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닐까. 자기 방어가 절실한 때라서 말이다.

그리 흘러가다 보니 '생각을 잠시 놓고 멍~하게 있는 것이 꼭 필요한 것이구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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