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에 입는 한겨울 옷
기침 한 번에 선풍기도 돌려요
우리 집 사람들은 땀이 많다. 나도 땀이 많기는 하지만 온도 변화에 예민한 터라 에어컨이 세차게 돌아가면 금세 추워진다. 더위를 많이 타는 식구들로 인해 이번 여름에는 24시간 내내 에어컨이 돌아갔다.
출산의 후유증인지 이전보다 더 한기가 느껴지고 몸이 시렸다. 한여름에도 긴 츄리닝을 입고 생활해야 했다. 물론 폭염이 지속될 때는 반팔을 입을 때도 있었고, 더운 주방에서는 츄리닝을 벗어나곤 하지만 이런 나를 보며 남편은 종종 말했다.
"한여름인데, 한겨울 옷을 입노. 안 더운가?"
여러 번 흘려듣다 결국 답한다.
"출산하고 나니 그렇네요. 땀 많은 사람들이랑 있으려니 너무 춥습니다. 에어컨 온도를 높이거나 끈다면 한겨울 츄리닝에서 벗어날 수 있겠군요."
조금 서운한 마음이 들었던 걸까. 나도 모르게 딱딱한 대답을 해버렸다. 그러고는 계속되는 기침에 연거푸 물을 마셨다. 남편은 무심한 듯 선풍기를 다른 방향으로 돌린다. 그 모습에 괜스레 감동을 받고 마음이 눈 녹듯 녹았다.
살다 보면 종종 생기는 오해로 서운할 때도 있지만, 서로를 아끼는 마음만큼은 잊지 말자고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