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는 오래된 찜질기가 있다. 몸이 조금이라도 좋지 않다 싶으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나만을 위한 찜질기. 오늘도 매운맛 육아를 마치고 욱신거리는 곳들에 찜질기를 대고 있노라니 스르륵 옛 추억 속으로 빠져들어간다.
태어나기를 약하게 났기 때문일까, 어릴 때부터 힘든 상황 속에서 버텨왔기 때문일까. 체력이 약해서인지 체온 변화에 민감했다. 더워서 땀을 뻘뻘 흘리다가도 에어컨을 조금만 쐬면 추워서 닭살이 돋았다. 겨울의 추위는 더욱이 매섭게 느껴졌다.
결혼 전 그런 매서운 추위를 온몸으로 느끼고 있을 때, 지금의 남편이 말없이 종이 가방을 하나 내밀었다. 찜질기였다. 딱히 필요하다고 말한 적도 없고, 사야겠다고 생각한 것도 아니었다. 나조차 스스로에 대해 잘 모를 때였으니, 추위도 별것 아닌 양 그저 버티며 살아가고 있던 중이었다. 그런 나에게 갑작스럽게 찜질기를 들이밀었다. '이걸 왜..?' 하며 의아해하는 나에게 별다른 설명도 하지 않고 추우니까 쓰라고 말했다.
당황했지만 받았으니 써보기 시작했다. 오.. 찜질기가 참 좋은 것이더라. 추울 때 따뜻하기도 했지만, 조금이라도 안 좋은 곳은 다음날 왠지 괜찮아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찜질기는 나조차 챙기지 못하던 나를 누군가 신경 써주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주었다. 누구에게도 의지할 수 없던 나에게 기대어도 된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나를 알아주는 이가 있으니, 나 또한 스스로를 알아가는 일에 용기 낼 수 있었다.
글을 적고 보니 잠깐씩 찜질하고 던져두던 찜질기가 굉장히 소중한 추억의 물건이었구나 싶다. 남편도, 나도 그때의 파릇파릇하고 풋풋한 모습은 온데간데 없어졌다. 하지만 여전히 서로를 챙겨주고, 의지하며 살아가고 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시간이 더 지나면 지금의 모습 또한 빛이 바래져 가겠지만, 그때도 역시 손을 잡고 발맞추어 걷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