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코더를 계속 배우고 있습니다.

나의 리코더 입문기

by 리코더곰쌤

무엇인가 꾸준히 지속하는 걸 어려워하던 내가 3년이라는 시간 동안 계속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 관심의 끈을 놓지 않는 것이 있다. 그건 바로 리코더 배우기. 맞다. 어린 시절 학교에서 배우던 바로 그 악기 말이다.

처음에는 내가 리코더를 이렇게 오래 배우게 될 것인지 상상도 못 했다. 리코더라는 악기만을 위한 대학교와 리코더 연주의 전공자가 존재하고 있는지도 차마 몰랐다. 리코더라는 악기를 연주하기 위한 배움의 폭과 깊이도 이리 깊고 넓은 분야인지 알지 못했으니까...... 그래도 나는 초등 교사라서 운지법을 다 아는데, 그래서 동요나 가요나 조금 불면 되지 굳이 레슨이 꼭 필요한가 생각도 했다.

왜 리코더는 장난감 같은 교육용 악기라는 인식이 있지 않은가? 어린아이들이 학교에서나 잠깐 익히다가 남학생들이 칼싸움을 하는 무기로 사용되는!ㅋㅋ 그래서 플루트이나 클라리넷을 배우기 전 운지법과 호흡을 연습하는 가짜 악기, 진짜 악기로 도약하기 위한 도움닫기용 악기 같은 이미지 말이다.
리코더를 배운 지 한 달 만에 이런 나의 편견은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아주 약간의 관심을 기울였더니 리코더는 더 이상 간단하고 쉬운 악기가 아니었다. 다른 진짜 악기 학습을 위한 준비 악기는 더더욱 아니었다. 그동안 나는 리코더에 큰 오해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건 나태주 시인의 시 풀꽃과 같은 경우였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고 오래 보아야 사랑스러운 것처럼 리코더가 딱 그랬다. 그 자체가 고유하고 독창적인 악기! 존재만으로도 우뚝 설 수 있는 악기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모든 관악기의 원조로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진짜 악기라는 것도 알았고 많은 형제자매를 가진 리코더족 악기들로 다양한 효과를 내며 합주를 할 수 있는 것도 이때 처음 알았다. 오케스트라에 들어가지는 않지만 다양한 크기의 리코더끼리 합주가 정말 멋진 악기라는 사실을 알고 충격도 받았다.

플루트를 전공한 선생님이 '관악기는 모두 나에게로!' 하는 마음으로 리코더를 잘 가르칠 수 있는 게 아닌 것이다. 덧붙여 피아노 학원 선생님께 단기 특강을 받고 비약적인 실력 향상으로 리코더 수행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을 수는 있겠지만 그건 중등교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으면 초등교사도 할 수 있다는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인 거다. 약은 약사에게 진료는 의사에게처럼! 리코더를 제대로 공부하여 리코더 특유의 앙부쉬(입모양), 운지법, 리코더의 역사와 유명한 레퍼토리, 시대별 악기의 특징, 고음악 반주법, 다양한 르네상스 바로크시대에 대한 이해와 작곡가별 작품세계에 대한 이해가 선행될 때 그제야 진짜 리코더 선생님이라고 할 수 있다.

처음 리코더에 관심을 갖기 시작할 때부터 나는 기적처럼 나는 그런 찐 선생님을 만나 뵙게 되는 행운을 누렸고 가르침을 받을 수 있었다. 그리하여 순발력이 좋고 지구력은 약한 프로 도전러인 내가 3년이라는 세월 동안 계속 리코더의 매력에 빠져 허우적 되고 있는 매직이 일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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