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하는 모든 일에는 다 이유가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어린 시절 엄마의 출산을 못 지켜보고 나중에 동생이 태어난 소리만 듣고 안도했던 꼬마 형이 나중에 커서 산부인과 의사가 된다던가, 학력이 한이 된 부모의 한풀이를 듣고 자란 사람이 명문대에 가서 대기업에 취직하거나 고위 공무원이 된다는 그렇고 그런 스토리.
나의 리코더 레슨기 이야기에 왜 이런 거창한 서두가 나왔냐고? 그건 바로... 내가 왜 리코더를 사랑하게 되었냐는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해서이다.결론부터 말하자면 나의 첫 악기 피아노에 대한 실망! 그리고 그다음에 만난 두 번째 악기 리코더에 대한 반대급부적인 매력 때문이다.
어렸을 때부터 흥얼흥얼 노래 부르기 좋아하던 나는 엄마 손잡고 친척의 결혼식 예식장에 다녀온 후 집에 있던 피아노로 결혼행진곡을 한 손으로 뚱땅거렸다고. 그때가 아마 다섯 살이었나? 엄마는 내가 모차르트라도 될 줄 알았는지 엄마 친구가 하는 피아노학원에 데리고 갔단다. 그런데 한껏 기대를 품은 우리 엄마에게 엄마 친구는 그다지 신기할 게 없다는 듯 반응을 보였고 우리 엄마도 그러면 그렇지 하며 우리 집안에 웬 음악가냐! 음악 시키면 돈도 많이 든다는데 재능이 없다니 차라리 다행이다 하고 가슴을 쓸어내리셨단다. 모르긴 몰라도 나에게는 절대음감 비스므레한 재능이 있었던 것 같다.
그렇게 자라서 초등학교에 입학하자 엄마는 내게 피아노 학원에 보내셨는데 엉덩이가 가벼운 나에게 지겨운 바이엘. 하농. 체르니 100번은 너무나 지겹고 힘든 과정이었던 것이다. 나도 빨리 멋진 곡을 치고 싶은데... 그러다가 3학년이 되어 학교에서 리코더를 배우게 되는데!
오! 이건 불면 그냥 소리가 나는 것이 아닌가? 피아노처럼 기본기를 다지고 말고의 수련시간이 필요치 않는 게 큰 매력이었다. 이때부터였다. 내가 리코더를 좋아하기 시작한 건 말이다.어려운 피아노보다 소리 내기 편한 리코더를 가르쳐 주시는 초등학교 때 선생님 말씀에 얼마나 또랑또랑한 눈빛으로 지켜봤던지! 그리고 고3 때 진로결정을 할 때 과연 무슨 직업을 가져야 하나 고민하던 그 시절! 무슨 과를 가고 싶냐는 친구의 질문에 '나 교실에서 애들하고 리코더 부는 거 하고 싶어!'라고 말하며 나의 행복했던 어린 시절 음악시간을 떠올렸다. 그렇게 나는 초등학교 교사가 되었고 오늘도 교실에서 리코더를 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