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코더를 전문가에게 개인 레슨을 받게 되면 금방 실력이 쑥 늘 줄 알았다. 결론적으로 그건 나만의 착각이었다. 음악을 좋아하는 초등 교사라 이미 운지법도 다 외웠고 나름 초등학교 중고등학교를 거치며 음악을 사랑하던 학생이 아니었던가?
와! 그런데! 레슨 선생님께 지적받은 첫 코멘트는 나의 예상과 보기 좋게 빗나갔다. "참 잘하셨어요. 그런데 너무 경직되셨어요"라고 하시며 상체의 완전한 이완을 말씀하셨다. "지금 입술도 손가락도 다 지나치게 힘이 들어가셨어요. 물론 일반인들에겐 너무 당연한 건데요. 한번 상체에 힘을 쫙 빼시려고 노력해 보세요!" 레슨 선생님의 말씀은 내가 리코더 취구를 마치 플루트를 연주하는 것처럼 입술을 너무 힘주어 앙다물고 있다는 것이었다. 또 손가락에도 너무 힘이 들어가서 로봇처럼 뻣뻣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하셨다. 이게 웬 말이란 말인가! 그동안 관악기에 대한 다양한 관심으로 클라리넷과 플루트를 배우는 동안 나도 모르게 다른 악기를 배웠을 때 입모양을 했던 버릇이 리코더에도 나온 것이다. 리코더를 정식으로 배우다 보니 시간과 에너지를 아끼기 위해 잘해보고 싶은 마음에 긴장해서 온몸이 굳어졌던 것도 같다.
잘하려고 하는 마음이 오히려 멋진 연주에 방해가 되고 있었다. 온몸의 힘을 마치 쭉 뺀 상태로 코어에만 힘을 주고 복식호흡 상태에서 배를 빵빵하게 유지하려는 '지지력'이 핵심이다. 레슨 선생님께서는 일단 자연스러운 입모양과 손가락 모양을 만드는데 초점을 두어야 한다고 하셨다. 실제로 공군군악대 왕벌의 비행 영상으로 유튜브 스타가 되고 유재석 유퀴즈에도 출연했던 남형주 군의 영상에서도 보면 윗입술에 힘이 완전히 빠져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손가락도 힘이 안 들어가야 자유롭게 날아다닐 수 있다. 힘이 들어가는 곳은 오직 세 군데! 리코더를 지지하고 있는 아랫입술, 리코더를 받치고 있는 왼손 엄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오른손 엄지손가락이다. 힘 빼기가 리코더에 알파이자 오메가인 것이다. 리코더 레슨을 받기 시작한 지 약 육 개월동안 나는 힘 빼기와의 사투를 벌였다. 상체에 힘이 빠지기 시작하자 거짓말처럼 소리의 질이 달라졌다.
내 몸의 근육 하나하나 어디에 힘이 들어갔는지, 하품하듯 성대에 힘은 빠졌는지, 목이나 어깨는 충분히 이완되었는지 살피는 일은 낯설었지만 가치로운 경험이었다. 살면서 한 번도 이렇게 내 몸의 구석구석을 제삼자의 관점에서 관조적으로 살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얼굴을 찡그렸는지 눈썹에 힘을 가득 주지는 않았는지 늘 살피며 리코더를 불기 시작했다. 리코더를 잘 불기 위해 나는 나를 처음으로 살펴보고 나에게 신경 쓰기 시작했다. 나에 대한 관심의 첫 번째 단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