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음악 전담
리코더를 좋아하는 초등교사입니다.
리코더와 처음 사랑에 빠진 건 초등학교 3학년 음악시간이었다. 우리 반 담임선생님이 다른 반 도덕과목을 가르치시고 피아노를 아주 잘 치시는 만능 음악왕 옆 반 선생님이 교환 수업을 하셨던 거다.(나중에 그 음악왕 선생님은 합창지도와 오케스트라 지도까지 하셨던 걸로 기억된다. 오, 주여!) 선생님의 노란색 원목 나무 리코더는 우리의 까만 플라스틱과는 차원이 다른 아름답고 곱디고운 음색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악기는 재료빨이긴 하지만 실력도 지도법도 무척 좋으셨던 것 같다.
도레미파 운지법을 배우고 음악책 속에 나오는 동요를 불고 어찌나 신나고 기뻤는지! 선생님은 늘 눈을 실눈처럼 가느다랗게 뜨신 채 리코더를 있는 힘껏 후후 불어 재끼는 남학생들에게 바람이 너무 강하면 올바른 음정이 안 나온다며 '센 바람은 높은 소리를 냅니다. 아름답게 투우 투우, 두둣두 해봐요!' 말씀하시곤 했다. 3학년 때 우리 반 리코더를 가르치셨던 선생님께서는 6학년 때 담임선생님으로 또 만났다. 덕분에 중. 고등학교 음악 수행평가 시간에는 늘 리코더를 불었고 제일 좋은 점수를 받았다. 바이올린, 플루트, 피아노로 멋진 곡들을 연주하던 아이들 틈에서 리코더를 불며 솔직히 좀 주눅이 들었던 적도 있었지만 해가 거듭될수록 언제나 음악 실기 시험 1등은 늘 맡아놓고 했던 터라 뿌듯한 기분도 들었다. 뭐든지 첫 단추를 잘 꿰어야 하나 보다. 음악 연주의 즐거움을 알려주시고 리코더의 기초부터 튼튼히 다져 주셨던 3학년 때 음악 선생님께 감사한 마음이 든다.
처음 발령을 받고 나서도 아이들과 함께 했던 제일 기쁜 시간은 모두 함께 리코더를 연주하는 음악 시간이었다. 학기 초에는 리코더를 전혀 못했던 아이들도 여름쯤 되면 쉬운 동요들과 유행하는 가요들 정도는 가뿐히 부는 실력들이 되는 매직! 쉬는 시간 점심시간 가리지 않고 언제나 리코더를 연습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힐링 그 자체였다.
올해는 음악 전담을 맡았기 때문에 원 없이 아이들과 리코더 수업을 하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지난 삼사 년간은 학교에서 리코더를 가르칠 수 없어서 6학년 아이들 대부분 운지법도 정확히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3월부터 매 시간 리코더를 연습한 결과! 학기 초로부터 3달이 지난 6월 첫째 주 현재, 베토벤 바이러스, 엘가의 환희의 송가, 할아버지의 낡은 시계 등의 노래는 거의 모든 아이들이 수월하게 연주할 수 있는 실력이 되어 뿌듯하다. 음악실에서 피아노를 치며 아이들의 리코더를 반주하며 함께 이 기쁜 시간을 나누는 요즘! 나는 정말 행복한 교사이구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