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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움 즐거움 Nov 20. 2023

A lovely stranger!스테퍼 스튜디오 개인전

 그 이방인. 나 역시 기꺼이 되리!

좋아하는 것들이 하나둘씩 계속 늘어나고 있는 요즘! Stepper studio의 전시가 열리고 있는 압구정 갤러리 언플러그드에 다녀왔다. 똑똑똑, 입장이다.

지난번 더현대 천호 전시에서 못 봤던 신작도 엄청 많았다. 예전에 봤던 작품들도 큐레이팅한 위치에 따라 느낌이 색달랐다.

찐천재 화가 가족, 여동생 재치 작가님, 오라버니 율 작가님. 이들이 의기투합하여 만든 팀, 스테퍼 스튜디오! 이들은 미술계의 악동뮤지션 같은 오누이 아티스트들이다.

이번 전시의 제목은 A lovely stranger!
어떤 즐거움이 나를 맞이하려나?

케이크 위 체리를 마치 놀이 공원 범퍼카의 운전대처럼 또는 장난감 자동차처럼 가지고 놀고 있는 자유로운 사람들의 모습을 보니 미소가 절로 나온다.

캔디 위에서의 달콤한 휴식! 나도 저렇게 자유롭게 일광욕 하고 싶다. 서로의 거리를 지켜가며, 자유롭지만 스트레인저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침해하지 않고, 일정 거리의 안전거리를 확보한 채, 따로 또 같이!

아, 율작가님의 캐비닛을 엿보는듯한 이 기분. 자기만에 방에 나의 관심사, 좋아하는 취미, 사랑하는 대상, 애정을 주고받을 그 무언가를 차곡차곡  저장해 놓으라는 이야기처럼 들린다.

새벽까지 야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왔지만 운동복으로 갈아입을 시간도 없이, 온종일 혼자 있었을 반려견을 위해 아침 산책을 하는 젊은 직장인의 모습 속에서 아름다운 책임감과 사랑의 힘을 본다. 그 에너지는 서로를 살게 한다. 살아내게 한다.

케이크 양 옆에 주인공과 반려견 함께 있는 거 너무 귀엽다. 아, 달콤해! 이런 게 진짜 휴식일걸.

이들의 그림은 세상에 지친 나를 다독여주고, 위로해 준다.

괜찮다고, 누구나 그렇다고, 실패가 아니라 쉼이 필요했던 거라고 말해준다. 방법은 하나다. 내 안의 어린이 본능을 되찾는 거다.

나를 속박하고 있는 가방도 신발도 다 벗어던지고 훌훌 가벼운 몸과 마음으로 숲으로 간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멍멍이와 함께!

내 안의 불꽃을 찾아 다시 설렘을 느끼고 온 우주를 유영하는 사람들.

지난 여름 코엑스에서 이 그림을 본 후 나는 달라졌다. 두려움 가운데에서 리코더 공연을 해냈고, 글벗 친구들과 책을 냈고, 태극권 대회에 출전했다.

올여름 이전에는 미술 관람의 재미와 의미를 모르고 살았다. 이 사랑스럽고 재기 발랄한 오누이의 그림들을 알기 전까지는. 코엑스에서 열린 2023 어반브레이크 행사에 참여한 이들의 작품을 보고 난 충격에 빠졌다. 그래서 난생 처음 인스타에도 가입했다. 이 작가들의 그림 뒷 이야기를 읽고 싶었다.

지난가을, 인스타를 통해 더현대 천호의 팝업 전시 소식을 듣고 두 번째로 이분들과 만났다.

그곳에서 내 안에 잠재된 에너지와 열정이 다시 불타오르는 것을 느꼈다. 강렬한 생의 의지였다.

이 젊은 작가들의 역사를 함께 하고 싶었다. 이들은 말한다. 인생의 즐거움과 재미를 찾으면 된다고, 그럼 다시 태어난 어린아이처럼 세상을 신나게 살 수 있다고.좋아하는 일을 찾아서 그 누구가 아닌 나를 위해 살라고 말이다. 신나게!

작품에서 풍겨 나오는 달달한 디저트의 향기에 취해 내 마음도 몽실거린다.

누군가의 예술에 이렇게 설렘 가득한 삶을 선물 받을 줄 그 누가 알았겠는가!

나에겐 이들이 그렇다.

부지런한 젊은 창작자들의 노고 덕분에 내 안의 자유, 젊음과 다시 조우한다.

내 안에 숨어 있는 귀여움과 사랑스러움, 천진난만함과도 수줍게 인사한다.

일방적인 정답만을 강요하는 이 도시에서는 나 역시 이방인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오리의 발처럼 움직이고 있는 이들처럼 나도 멈추지 않겠다. 나의 즐거움을 계속 찾겠다.

그리하여 난 기꺼이 이 지구별의 자발적인 이방인이 되려 한다.

Toast to the artists, 그리고 나 자신에게! 인생의 새로운 챕터를 위하여. 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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