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자주 보결 수업에 들어간다. 독감이나 코로나로 결근하시는 담임 선생님들이 부쩍 늘었기 때문이다. 아침에 출근하면 제일 먼저 교감선생님으로부터 온 메시지가 있는지를 체크해 본다. 누가 아파서 못 나오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보결은 1학년부터 6학년까지 다양한 학년에 들어간다. 보결 수업을 마치고 오신 교과 선생님들의 멘탈이 탈탈 털리신 표정을 보면 몇 학년에 다녀오셨는지 알 수가 있다.
지난주 우리 교과실 내 앞에 근무하시는 영어선생님의 이야기다. 평소 텐션 높기로 유명한 우리 영어선생님은 예전에 2학년 담임은 해 봤다고 하셨다. 하지만 단 한 번도 1학년은 안 맡아보셨다고 걱정하던 우리 선생님, 쉬는 시간 마치고 교과실 문을 열자마자 우리에게 말한다.
"1학년은 기체 같아요. 손가락 사이로 싸악 빠져나가요."
우리 모두는 웃음을 터트렸다. 정확한 표현이다. 아무리 박수 세 번, 주의 집중 구호를 목 놓아 불러도 쪼르르 교사 옆으로 다가와 자기 말만 하는 스물다섯 명의 아기 참새들.
그래서 우리 모두 그 자리에서 학년별 특징을 정해보았다.
1학년이 기체라면 2학년은 액체 정도는 된다. 그릇에 담아 놓으면 찰랑 거리는 상태는 가능하다. 3학년은 젤리 상태다. 아직은 자유롭고 형태의 변화가 가능한 말랑 말랑한 겔 형태! 4학년 정도가 되어야 비로소 고체의 흉내를 될 수 있다. 5학년 정도 되면 담임선생님이 혹시 아파서 못 나오시더라도 아이들끼리 서로 조용히도 시키고 아픈 담임선생님께 롤링페이퍼 편지라도 만드는 기특한 '고체'상태가 된다. 완전체 6학년은 어른 같다
다른 반 교실을 보다 보면 담임선생님께서 얼마나 아이들에게 사랑을 주고받으셨는지가 단박에 드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