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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움 즐거움 Dec 07. 2023

애쓰지 않고 편안한 목소리의 힘

최소 오디오북 성우를 하셔야 합니다.

"목소리가 참 좋으시네요." 최근들어 새로 알게된 분께 이런 피드백을 듣고 깜짝 놀랐다.  안정되고 신뢰감 있는 목소리가 주는 편안함을 잘 알고 있기에 나 또한 그런 보이스를 갖고 싶었다. 지하철 속 기관사님의 안내멘트를 들을 때에도, '저 분은 마음이 따뜻한 분인 것 같다. 저런 감성멘트를 던지시다니.' 라고 혼자 상상하곤 한다. 학창 시절 라디오를 끼고 살며 DJ에 목소리에 반해 방송국 앞에서 기다렸다가 싸인을 받았던 추억도 있다. 난 청각에 무척 예민한것 같다.

최근 태극권 모임 식구들과 온라인 중국어 수업을 받기 시작했는데 여기 모인 분들 목소리가모두들 기가 막히게 좋다. 강사님인 김영화 선생님부터 현경 교수님, 김영전 선생님, 그리고 김현미 선생님, 한은희 선생님까지 모두 배에서부터 우러나오는 복식 호흡의 소유자이시다. 온 몸과 성대에 긴장을 하지 않기에 자연스러운 호흡이 목소리에 묻어나온다. 가수 박진영이 말하는 공기반 소리반이랄까? 단전에서부터 나오는 깊은 울림이 공명감이 발생시켜 듣기가 더 좋은듯하다. 결국 이 분들은 의도하지 않아도 성우 발성이 되시는 분들이다. 반면 나는 긴장하면 카드 회사 언니 목소리가 나온다. 나름 친절하려고 노력하기는 하는 목소리인데 그 속에 긴장감이 팽팽히 느껴진다. 흐으음...

얼마 전 우리 학교에서 전교생들에게 방송으로 학교폭력예방교육을 실시한 적이 있다. 우리 학교에 오신 강사님 목소리가 범상치 않았다. 강의 중간 중간 본인의 편안한 목소리와  성우같은 딕션을 번갈아가며 구사하셔서 아이들이 집중력이 수직 상승했다. 처음에는 무척 다정하고 겸손한 목소리였다. "친구들, 오늘 학교폭력 예방 교육의 강사로 여러분을 만나게 되었지만, 폭력없는 세상을 여러분에게 물려주지 못해서 어른의 대표로 미안한 마음을 표현하고 싶어요." 아이들에게 사과와 용서를 구하는 강사님의 진심어린 목소리에 아이들이 자세를 고쳐 앉강의에 몰입하기 시작한다.

매끄럽게 시작된 강의는 폭력이 일어나는 상황을 친구의 휴대폰 속 게임을 하고 싶을 때 우리는 어떻게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로 연결되었다. 친구 폰 속 게임을 하고 싶다면 친구에게 허락과 동의를 구해야 한다. 이건 다양한 상황에 대입할 수있다. 친구의 몸을 함부로 건드리거나 스마트폰 채팅방에서 뒷담화를 하며 맘에 안드는 아이를 고립시키는 일도 마찬가지다. 상대의 허락받지 않은 모든 행동은 모두 선 넘는 거다. 뚱보 돼지라고 남을 놀리는 것, 이런 선 넘는 행동을 하는 것 모두 폭력의 범위에 해당하는 것. 강사님은 마치 배우처럼 아이들을 혼내는 엄마의 역할이나 친구를 욕하는 아이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연기해내셨다.

"이 분 최소 오디오북 성우 하셔야겠네요." 한 어린이가 자유자재로 변화하는 강사님의 강의에 감탄하며 말한다. 나 역시 이 분 목소리에 반해버렸다. 단순히 말투나 어조, 연기톤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이 분 강의에는 알맹이가 있었다. 사람에 대한 깊은 이해와 신뢰, 배려를 아이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그 마음이 느껴졌다.

나 역시 방송실로 내려와 이 분의 명함을 받아왔다. 혹시 나중에라도 업무적으로 협조를 구하려고 말이다. 참고로 이 분과 나는 어떤 학연 지연도 연결되지 않은 처음 본 사이다.

 "강사님, 오늘 강의 오늘 진짜 실감났어요! 이렇게 재미있는 학교폭력 예방 교육은 처음이에요." 방송반 아이들도 나도 이구동성으로 강사님께 감사함을 표현했다. 간절한 뜻을 전달하려는 마음이 담긴 진실된 목소리는 사람과 사람을 연결시키는 힘이 있는듯하다.

김수현작가님,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 중에서

상기되지 않고 중심이 묵직한 그런 목소리를 갖고 싶다. 바른 생각, 맑은 마음, 자유로운 감정, 긴장되지 않고 이완된 신체와 성대를 위해 힘을 빼는 연습이 필요하다. 스스로를 힘주어 붙잡지 않기, 하침하여 내려 놓기를 생활화 해야겠다.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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