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들아, 우리 잘 한번 불어보자"가 아니었다. 아이들이 리코더를 잘 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교사가 알아야 할 사항들이 이렇게나 많았다니!
한국 리코더 연주자협회의 2월 강연의 제목은 리코더와의 첫 만남, 강연자는 리코더연주자 이다미 선생님이시다.
남형주 선생님의 바통을 이어받아 이번 강의를 준비하신 이다미 선생님께서는 한예종 리코더 전공 학사, 석사출신의 전문 연주자이시다. 또한 문화예술교육 전문강사로 리코더 교육의 최전선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육자이기도 하다.
경기도 교육청 초등 1급 정교사 자격 의무 연수 강사이자 최근 개정 음악 교과서의 리코더 파트 시범 녹음을 하신 이다미 쌤을 직접 만나 뵐 수 있다니! 올해는 새해 벽두부터 운수 대통이다.
초등학생부터 음대를 지망하는 고급 수강자까지 다양한 수준의 학생들을 지도해 보셨기에 리코더를 배우는 사람들이 흔히 겪는 문제점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계신 선생님.
리코더가 교육용 악기로만 여겨지는 현실 속에서 이를 극복하고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알고 싶었던 나로서는 놓칠 수 없는 기회였다. 이번 강의는 초등학생부터 음대를 지망하는 고급 수강자까지 다양한 수준의 학습자들에게 발견되는 문제점과 해결책을 논의하는 자리여서 더욱 뜻깊었다. 재미있는 사실은 1984년에 출판된 책 '더 모던 리코더 플레이어'에도 우리나라 상황과 똑같은 문제점을 토로하는 이야기가 나온다는 것!
Hauwe, Walter van. The mordern recorder player,1984
단순한 악보를 묶어놓은 교본을 넘어 리코더 교수 학습에 대한 학문적인 교과서가 있다는 점도 고무적인데, 한걸음 더 나아가 내가 느끼는 문제점에 대해 미리 연구한 학자가 있고 이에 대한 결론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나를 흥분하게 했다.
내 궁금증을 풀어줄 이론이 적혀 있는 서적을 보니 가슴이 벅차오른다. 이다미 선생님께서 준비하신 핸드아웃을 보며 계속 무릎을 쳤다.
흔히 리코더는 안 배워도 가르칠 수 있는 '쉬운'악기라고 여겨진다. 그런 이유로 교육용 악기로 초등학교 3학년부터 음악 교과 시간에 가르치도록 되어있다. 하지만 당장 교과서만 하더라도 잘못된 정보들이 넘쳐난다. 악기를 잡는 방법, 손가락의 모양, 입술 모양, 호흡과 텅잉법에 대한 설명 모두 흡족하지 않다.
"리코더를 불 때에는 친한 친구에게 비밀 이야기를 하듯이 여린 바람으로 불어야 해요. 소프라노 악기는 더욱더 귓속말하듯이, 창문에 김이 서리듯 말이지요."
핵심은 따뜻하고 약한 바람으로 '두두두'라고 말하듯 부는 것이다. '후후후' 나 '투투투'도 아니다. 리코더를 부여잡고 있는 힘을 다해 바람을 내뿜는 것은 삑사리로 가는 지름길이다. 교과서에서 이야기하듯 '투투 '불면 안된다.
앉는 자세도 중요하다. 오늘의 시범 조교는 그 유명한 남형주 선생님. 엉덩이를 의자 앞쪽으로 걸터앉는다. 다리를 바닥에 딱 붙이고 허리는 벽이나 등받이에 기대지 않는다.
책상 위에 팔꿈치대는 것도 금지. 배꼽 인사하듯 팔을 위로 올려 자연스럽게 악기를 들고 손가락 그 어디에도 긴장하지 않도록 유의한다. 아래는 왼손 엄지 써밍 자세를 나타낸 사진이다.왼손 관절이 꺾이지 않도록 주의하자. 잘못하면 플라스틱 악기도 도끼로 찍듯 파이게 된다. 내 악기가 그렇다.
누가 보면 사이비 종교집단의 모습이나 요가수련으로 착각할 수 있는 장면이지만 복식호흡을 연습하는 모습이다.
이번 세미나에는 전문 연주자분들께서 그간의 리코더 교육을 경험을 공유하는 소통의 장이기도 했다. 나 역시 교실에서 아이들에게 리코더를 가르치는 입장이라 이 분들의 말씀 하나하나가 생명수 같이 느껴져 더욱 주의 깊게 듣게 된다.
초보자가 중상급, 고급학습자로 넘어갈 수 없는 이유는 바로 이런 기초 기본 교육의 부재에 있다. 바이올린, 피아노를 연주하는 방법은 세댜를 거치며 발전된 기본 지식이 이미 존재하나 리코더의 경우는 그렇지 못하다. 교대나 사대 음악교육 커리큘럼에 리코더 전공 강사의 전문 지도가 절실히 필요하다.
두 시간이라는 시간이 쏜살같이 흘러갔다. 질의응답 시간에 거의 핑퐁 수준으로 오고 가는 모든 문장들 하나하나가 피가 되고 살이 되는 티칭 노하우들이었다.
난 그냥 귀를 열고 듣기만 했다. 너무 행복해서 그냥 웃음이 나왔다. 그 어느 곳에서 이런 귀한 가르침을 받을 수 있을까? 음악교육의 생생한 나눔의 장에서 함께 보낸 이 시간이 참으로 소중하고 행복하다. 바야흐로 봄이 오고 있다. 새 학기를 준비하며 선택한 이 강의는 올해 음악전담을 맡게 된 내게 꼭 필요한 연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