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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움 즐거움 Mar 29. 2024

시인 선생님의 사랑스러운 교실

말랑말랑 몽글몽글 귀욤귀욤

요즘은 담임이 아니라 교과 전담으로 다양한 교실에 들어가다 보니 쌤들 교실에서 만난 귀여운 아이템들이 눈에 들어온다. 또박또박 알림장에 꼭꼭 눌러쓴 저 글씨체, 실물화상기에 붙여 놓은 따뜻한 말 스티커들 모두 소중하다.

아이들 얼굴을 하나하나 폴라로이드 사진으로 찍어 자기 점검표를 딱 배치하니 잔소리가 줄어들겠네!

아니, 뒷칠판 중간에 저건 달팽인가? 나, 너와 우리여서 줄여서 와우 달팽이로군! 점점 이 반 담임쌤이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이 반 친구들은 거울을 볼 때마다 얼마나 행복할까? 스티커로 저렇게 테두리를 꾸미는 아이디어 최고다.

이 반의 담임쌤의 진면목은 이제부터 나온다.

센스 넘치게 이면지 함 이름도 잘 지었네. '또 보겠지'라니! 이 반의 담임 선생님은 시를 쓰시는 분이다. 시인의 어휘 선택은 역시 탁월하다.

이 분이 시를 쓰시는 분인 걸 알게 된건 3월 초 어느 날이었다. 교실에 들어가서 수업을 하려는데 담임쌤 책상 위에 곱게 써서 붙여 놓은 쓴 시를 발견한거다. 제목도 그렇고 시 내용도 그렇고, '마음'이란 단어가 15번 넘게 나온 시다.


교과 수업이 끝나고 교실로 돌아온 쌤께 누가 쓴 시냐고 물었다. 헐, 직접 지은 시란다. 아, 내가 진짜 시인을 만나다니 이럴 수가! 쉬는 시간 교과실로 돌아왔지만 벅찬 마음을 도무지 감출 수가 없다. 감동에 가득 차서 벌게진 내 얼굴을 보고 옆자리 선생님이 묻는다. "우와, 쌤 완전 행복해 보이세요! 삼 일치의 행복인가요?" 그럴 리가. 삼일 아니야. 일 년 치 감동이야! 시인 선생님을 만나서 너무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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