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점심을 먹고 봄꽃을 만끽하고자 밖에 나왔다. 이제는 완연한 봄날씨다. 한낮의 기온은 21도, 봄을 점프하여 여름으로 내달리는 기분이다.
진달래가 만발한 정원을 지나 벚꽃이 핀 놀이터까지 천천히 발걸음을 옮긴다. 올해는 날씨 때문인지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지는 못한 것 같다. 1학년 가르칠 때에는 늘 3월 말에 벚꽃 잎을 주워다가 검은 돗화지에 풀로 자기 이름 써보기, 하트 만들기를 했었지.
바람에 흩날리는 꽃잎 잡기 놀이도 했었는데 말이지. 만화에 보면 꼭 그런 장면이 있지 않은가. 벚꽃은 꽃잎이 너무 자잘해서 다소 크기가 큰 목련으로 시도해본다.
바람이 강해서 쉽지가 않네. 바람의 속도를 못 이기고 우수수 떨어지고 만다. 낙하속도가 너무 빨라서 대 실패. 될듯 말듯, 내가 계속 실패하니 옆에 계시던 부장님이 도전해 보신다. 화이팅, 부장님! 그러나 이게 만만치가 않다.
점심시간이 끝나는 예비종이 울린다. 부장님께서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그 반 아이들을 부르신다. "친구들, 들어갈 시간이에요! 자, 여기로 모여서 실내화 갈아신어요!"
더 놀고 싶은데 소집이라니. 모범생 몇 명은 총알같이 달려오고 개구쟁이들은 아직도 미끄럼틀 뒤에 숨어있다. 밍기적 밍기적 아쉬움 가득한 발걸음으로 거북이처럼 걸어오는 녀석들. 그 중 한 아이와 눈이 마주쳤다. '더 놀고 싶은 그 맘 내가 잘 알지' 하는 눈으로 쳐다보니 그 녀석도 날보고 씽긋 웃는다. 신주머니를 돌리며 걸어가는 뒷모습이 리드미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