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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움 즐거움 Apr 03. 2024

봄날 운동장 산책

점심 먹고 꽃구경

어제는 점심을 먹고 봄꽃을 만끽하고자 밖에 나왔다. 이제는 완연한 봄날씨다. 한낮의 기온은 21도, 봄을 점프하여 여름으로 내달리는 기분이다.

진달래가 만발한 정원을 지나 벚꽃이 핀 놀이터까지 천천히 발걸음을 옮긴다. 올해는 날씨 때문인지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지는 못한 것 같다. 1학년 가르칠 때에는 늘 3월 말에 벚꽃 잎을 주워다가 검은 돗화지에 풀로 자기 이름 써보기, 하트 만들기를 했었지.

바람에 흩날리는 꽃잎 잡기 놀이도 했었는데 말이지. 만화에 보면 꼭 그런 장면이 있지 않은가. 벚꽃은 꽃잎이 너무 자잘해서 다소 크기가 큰 목련으로 시도해본다.

바람이 강해서 쉽지가 않네. 바람의 속도를 못 이기고 우수수 떨어지고 만다. 낙하속도가 너무 빨라서 대 실패. 될듯 말듯, 내가 계속 실패하니 옆에 계시던 부장님이 도전해 보신다. 화이팅, 부장님! 그러나 이게 만만치가 않다.

점심시간이 끝나는 예비종이 울린다. 부장님께서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그 반 아이들을 부르신다. "친구들, 들어갈 시간이에요! 자, 여기로 모여서 실내화 갈아신어요!"  

더 놀고 싶은데 소집이라니. 모범생 몇 명은 총알같이 달려오고 개구쟁이들은 아직도 미끄럼틀 뒤에 숨어있다. 밍기적 밍기적 아쉬움 가득한 발걸음으로 거북이처럼 걸어오는 녀석들. 그 중 한 아이와 눈이 마주쳤다. '더 놀고 싶은 그 맘 내가 잘 알지' 하는 눈으로 쳐다보니 그 녀석도 날보고 씽긋 웃는다. 신주머니를 돌리며 걸어가는 뒷모습이 리드미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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