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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움 즐거움 Apr 25. 2024

선생님의 숙제 검사

저는 곱하기 체질이 아닌가 봐요

교과시간, 4학년 담임 선생님 한 분이 공책검사를 하다가 박장대소를 하며 껄껄 웃으신다. 뭔 일인가 싶어서 고개를 돌렸더니 글쎄 이거 한 번 읽어보라며 공책을 건네주신다. 첫 문장을 읽고 나도 같이 빵 터졌다.

한 아이가 '저는 곱하기 체질이 아닌가 봐요. 저축이 어려운 것처럼요. 나눠주는 것은 것 쉬운데' 란 어록을 남긴 것이다. 으하하하. 우리 4학년 어린이, 공부에 체질이 어디 있느냐. 반복과 숙달만이 재미를 만든다네.

아이의 기발한 멘트도 재미있지만 또 이런 감동적인 코멘트는 또 무슨 일이란 말인가. 어린이 글씨 한 줄에 선생님 답글이 연달아 있다니. 숙제 검사 후 '검' 도장만 찍던 나의 과거가 떠올랐다. 어쩌면 저렇게 세심한 학교 아빠가 다 있을까 싶다.

늘 웃는 얼굴 스마일맨 투썸즈 업 담임쌤은 이렇게 아이들과 끈끈한 라포를 쌓고 계신 거다. 흐옹, 부장님, 진짜 좋으신 분이다.

"아이고, 부장님. 전 언제나 도장 꾹인데 언제 이렇게 다 답글을 달아주시나요? 진짜 대단하세요!" 란 나의 감탄에 "성의 없이 쓰는 아이에게는 저도 써 줄 말이 없지만요. 근데 이런  친구들에겐 자꾸 할 말이 생겨요."  하신다. 캬! 정답이네. 우리 부장님, 진짜 존경합니다

또 다른 선생님 한 분은 쉼 없이 빨간 색연필로 수학익힘책을 채점 중이다. 쉬는 시간에 복도에서 만나면 수익책 23권을 무겁게 들고 교과실로 들어오신다. 아이고 저걸 다 언제 채점하실까? 그럴 땐 반가워도 눈인사만 하고 절대 말을 걸지 않는 것이 우리끼리의 불문율. 한 시간 안에 저걸 다 채점하고 점수까지 기록하려면 수다는 절대 시작하면 안 된다.

"애들한테 채점 좀 시키시지 그래요. 그거 들고 다니시려면 엄청 무거우실 텐데요." 6학년은 4층, 교과실은 2층이다."누가 어느 부분이 약한가 제가 파악하려고요. 아이들 스스로 각자 채점하라고 하면 틀린 답도 동그라미 쳐 놓는 애들 있잖아요!" 흐엉. 교과실에서 만난 담임 선생님들의 모습을 보며, 나도 모르게 마음이 찡해졌다.  이거 드시면서 쉬엄쉬엄 하세요. 요즘 핫한 신상 과자예요. 사랑하는 우리 쌤, 당충전 하시고 힘내요. 늘 아름다운 그 모습 응원합니다! 쓰앵님,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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