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배움 즐거움 May 01. 2024

꼭 잡은 두 손

뒷모습이 전하는 말

지난 월요일, 급식을 먹고 나서 복도를 걸어가는 중이었다. 복도 끝으로 배식을 마치고 집으로 향하고 계신 어르신들의 모습이 보였다.

두 분은 친한 친구분 사이인지 두 손을 꼭 잡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시는 듯 보였다. 느릿느릿 서로의 속도에 보폭을  맞추어 걸어 가시는 그 뒷모습이 참으로 정겹게 느껴져 한참을 바라보았다.


우리 학교 급식실에는 아이들에게 반찬을 배식해 주시는 어르신들이 계신다. 근처 복지관의 어르신 일자리로 운영하는 사업이다. 급식 봉사 어르신들께서는 급식실뿐 아니라 교실 급식을 도와주시기도 한다.

예전에 1학년 담임을 할 때에는 우리 반에 오셨던 할아버님, 할머님을 잊을 수 없다. 그분들은 이렇게 아이들에게 편지까지 써 주셨더랬다. 편지를 받고 진짜 감동해서 우리 모두 울었다. 아이들도, 나도, 급식 할아버지, 할머니도. 진짜 잊을 수 없다. 글씨체도 한석봉이시다.


겨울 방학이 끝나고 개학을 하던 날, 급식 할아버지 할머님께 예의를 갖춘다며 교실 바닥에 넙죽 절을 하던 아이도 있었지. 헤어지는 날 우리 모두 아쉬워서 눈물도 흘렸었는데. 진짜 멋이란 게 폭발하셨던 분이셨다. 일 년 내내 아이들을 손자 손녀처럼 예뻐해 주시는 모습을 보며 감사한 마음이 가득했었다.

담임 선생님의 손을 꼭 잡고 행복해하는 1학년 어린이의 뒷모습을 바라보니 슬며시 웃음이 나온다. 분명, 선생님 속을 뒤집어 놓을  일을 해 놓고도 배시시 웃으며 '떤땡님, 따랑해요.' 하는 아이일 것 같군. 역시 슬픈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친구들이 교실로 다 갔는데도 홀로 숟가락과 사투를 벌이던 친구, 너였구나.

우유 상자를 사이좋게 나누어 들고 일인일역 봉사활동을 하는 2학년 어린이의 뒷모습도 카메라에 담았다. 어린 시절의 우리들은 이렇게 작은 일에도 성실하고 근면한 존재였는데 말이지.

"선생님, 얘가 제 동생이에요!"신나서 소개를 하는 6학년 여학생. 누나 손을 잡고 등교하던 4학년 남동생도 밝게 웃으며 인사를 한다. 사이좋게 두 손을 잡고 걸어가는 뒷모습 사이로  재잘재잘 재미있는 이야기가 들리는 듯하다. 보기만 해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풍경이 로또처럼 쏟아진 날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오전 8시 20분의 시집, 오후 4시의 피아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