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코더 동기 유발은 공군 군악대 영상으로!
리코더의 그랜드마스터 남형주 님 발견
작년 겨울, 친구가 심심할 때 보라며 카톡으로 유튜브 주소 하나를 보내 주었다. 제목은 '공군 군악대 리코더 마스터'. 보통 군악대 하면 튜바, 트럼펫, 트롬본 등의 금관악기 위주 구성을 떠올리기 쉬운데 특이하게도 여기에서는 우리가 아는 바로 그 리코더가 메인악기로 전체를 이끄는 주인공 역할을 하고 있었다.
내 평생 리코더 연주를 그렇게 집중해서 보기는 또 처음이었다. 현란한 손놀림, 화려한 테크닉, 엄청나게 빠른 속주 연주는 에어쇼를 구경하러 온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사로잡기 충분했다. 리코더 연주자의 이름은 바로 '남형주' 님. 스피드가 빠르기로 유명한 왕벌의 비행과 베토벤 바이러스를 무심한 듯 하나도 힘들지 않은 표정으로 연주하는데 감탄이 절로 나왔다. 학예회 때 남학생들이 태권도복을 입고 와서 태권무와 격파 공연할 때 많이 듣던 바로 그 곡 말이다. 오락실에서 펌프 뛰던 그 익숙한 노래!
에어쇼 관객 중 누군가가 화려한 리코더 연주영상을 찍어 유튜브에 올린 것이 초대박 히트를 치면서 남형주 님은 일약 리코더계의 스타가 되었다. 최근에는 유재석 조세호 씨가 진행하는 유퀴즈에도 리코더 그랜드 마스터로 출연했고 한 달 전에는 kbs 아침마당으로 지상파에까지 진출했다. 영상 밑유튜브 댓글을 읽는 일도 무척 즐거웠다. 이것이 진정 내가 알던 피리란 말인가? 리코더 소리가 이렇게 맑고 깨끗할 수 있나요? 피리 부는 사나이를 따라갔던 옛 전설 속 아이들이 이해됩니다 등등.
사실 음악 시간에 리코더를 가르치기는 하지만 나 역시도 리코더는 초등학교 때나 배우는 교육용 악기로만 생각했지 저렇게 멋진 곡을 연주하는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악기인 것은 몰랐었다. 플루트이나 클라리넷과 같은 진짜 악기를 배우기 전에 기초를 다지는 입문용 악기의 느낌이랄까?학교 앞 문구점에서 만원이면 사는 플라스틱 악기, 어쩌면 멜로디온 리듬악기의 연장선? 쉬는 시간 노는 아이들 칼싸움에 동원되는 막대기 대용 물건 등등...... 나는 그동안 리코더에 대해 진짜 무지했던 거다.
남형주 님은 일 년에 단 두 명만 뽑는다는 한예종 리코더 전공 대학생이라고 한다. 그는 공군 군악대를 제대하자마자 그 흐름을 타고 리코더 유튜브를 개설했는데 구독자 수가 진짜 어마 어마하다. 그곳에는 수업시간에 동기 유발로 사용하기 너무 좋은 리코더 영상이 무궁무진하다.
각종 동요와 가요, 연주곡, 재즈풍의 노래들! 그중 나의 최애곡은 메이플 스토리 '수련의 숲'이다. 다른 좋은 곡도 많지만. 남형주 님 유튜브를 보고 우리가 흔히 쓰는 소프라노 리코더 말고도 알토, 그리고 더 큰 테너, 베이스 리코더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리코더 이름에 합창단 성부 이름이 붙는 게 재미나다. 리코더 가족이라는 뜻이군!
플라스틱이 아닌 나무로 만든 악기가 주는 따뜻함과 순수함, 뭔지 모르는 아련함과 명랑함 등 리코더의 매력은 참 무궁무진한 것 같다. 올해는 저학년이라 리코더 연습을 하지는 못하지만 급식 시간이나 쉬는 시간에 아이들과 함께 리코더 영상을 즐겁게 보고 있다.
슬그머니 책상 서랍 속에서 리코더를 꺼내 살며시 불어 본다. 역시 고수의 소리와는 다르지만ㅋㅋ 내가 만약 음악 전담을 하게 되다면 리코더 수업 동기 유발은 바로 이 영상으로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