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영화평론가 이동진 님의 인터뷰를 보다 무릎을 쳤다. 질문 내용은 '책을 가까이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이동진 기자는 다독가로 유명한 인물이 아니던가?
요즘 사람들은 지하철에서건 엘리베이터에서건 스마트폰만 뚫어져라 쳐다본다. 어떻게 하면 책을 많이 읽을 수 있는지 다독왕 이동진 기자에게 물었더니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책을 한 권 가방에 넣어 다니며 틈날 때마다 조금씩 읽으면 됩니다. 한 번에 다 읽으려고 하지 말고 조금씩, 천천히 읽는 것이지요. -이동진 님 인터뷰 중에서-
그가 내린 다독 처방전은 다름 아닌 가벼운 책 가지고 다니기. 가방 안에 넣고 다니는 휴대용 크리넥스나 상비약처럼 늘 책을 소지하라는 것!
우문현답이네. 대답이 걸작이다. 뭐든지 가까이하고 자꾸 접해야 한다는 것. 이것 참 설득력 있구먼.
그래서 나도 가방에 무겁지 않은 책을 하나씩 넣어 다니며 시간 날 때마다 읽어 보려 노력하고 있다.
요즘 가지고 다니는 책은 바이올리니스트 김수연 님이 저술한 '그런 순간, 이런 클래식'이다. 음악 소개 글은 물론 그림과 사진 역시 힐링 그 자체다. 전작 <fun 한 클래식 이야기>도 참 즐겁게 읽었는데 이번 책 역시 가독성 최고다.
내용도 음악도 너무 좋아 아껴가며 읽느라 아직 한 챕터만 읽은 상태, 그중 리스트가 지은 <순례의 해> 시리즈가 눈에 들어온다. 스위스와 이탈리아의 풍광을 그림처럼 나타낸 리스트의 피아노 곡 모음집 순례의 해!
나의 최애는 스위스 편 중 파스토랄, 이 곡 진짜 예쁘다. 아, 나 리스트 좋아하네. 스위스 편 중 발렌슈타트 호수에서, 이 곡도 정말 멋지다. 인상주의 화가의 붓터치가 소리로 변화되면 이런 기분일까? 드뷔시가 이 분야의 일타강사라면 쇼팽과 리스트 등 그의 선배 뻘 되는 형님들의 작품에서도 이런 경향성이 보일 터. 리스트가 쇼팽과 서로 아주 가까웠던 사이였는데 훗날 사이가 데면데면 해 졌다는 이야기는 원래 알고 있었는데 그 유명한 마리 다구 백작과 스위스, 이탈리아 여행을 하며 쓴 곡들이라니 더욱 흥미로웠다. 하루키 책의 모티브가 된 곡도 있다니! 아름다운 곡을 발견한 기쁨에 행복한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