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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움 즐거움 May 14. 2024

음악쌤, 이따가 토킹 어바웃 해요!

담임쌤을 위한 음악 선물

"오! 음악쌤, 쉬는 시간 끝나고 수업 시간에 우리 토킹 어바웃 좀 해요. 지금 말고 좀 이따요." 지난  금요일, 복도를  걸어가는데 한 무리의 아이들이 날 보고 반색을 한다. '아니, 저 아이들은 왜 복도에서 이러고 있는 거지?' 생각하며 지나가는데,  리더십 넘치는 어린이 한 명이 나를 보고 급히 할 말이 있다는 신호를 한다. 옆에 있는 아이들 모두 신나는 얼굴이다. ​너희들이 말하는 토킹 어바웃 주제를 난 왠지 알 것만 같구나. 다만 재미를 위해 모르는 척해주마. 동그랗게 눈을 뜨고 무슨 일이냐는 듯 표정을 지어 보였다.

수업 종이 울리고, 담임 선생님이 교실 밖으로 나가신 그 시점, 아이들에게 질문을 했다.​
"혹시 아까 말한 토킹 어바웃 주제가 스승의 날과 관련된 거야? 혹시 음악쌤의 도움이 필요해?"
"오오오. 어떻게 아셨어요? 저희 다음 주 화요일 아침에 담임쌤을 위해서 서프라이즈 파티를 할 거예요." 아이들은 무슨 점쟁이를 본 표정으로 날 보며 소름이 돋는다고 호들갑이다. 그런 아이들을 쳐다보며 짐짓 비장하게 말을 이어갔다.

"너희  그럼 오늘 음악 시간에 스승의 은혜 노래 배워볼래? 그래서 리코더로 연주 선물을 해 드리는 거야. "​
"오오오! 그럴게요. 우와. 쌤 감사합니다." 아니 감사까지야. 스승의 날 특집으로 난 이미 이 곡 가르치려고 악보 수십 장 복사해 온걸. ㅋㅋ 난 가방에서 미리 준비한 스승의 은혜 악보를 꺼냈다. 계이름이 씌어 있는 버전은 오른쪽, 그냥 악보만 있는 것은 왼쪽에 배치했다. 반을 접어 악보를 읽고 계이름을 써 보도록 한 다음 오른쪽 페이지를 넘겨 정답을 확인해 보라고 말해주었다. 모두 완성되면 노래로도 불러보고 리코더로 함께 연주도 하자고 말이다.

담임쌤께 멋진 연주를 해드려야겠다는 목적의식이 있어서 그런지 단 한 명도 열심히 안 하는 아이들이 없었다. 쥐 죽은 듯 고요한 적막만 흐른 채 교실에는 오로지 악보로 읽어 내려가는 연필심 소리만 사각사각 들렸다.이야, 감동적인 순간이다. 필기를 마치고 노래를 부를 때에도, 리코더로 함께 연주할 때에도 아이들은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했다. 마치 고3 수험생의 눈빛 같았다.


내일은 스승의 날이다. 고학년 어린이들은 자기네 반 담임 선생님께 서프라이즈 파티를 해 드린다고 한껏 들뜬 모양새다. 아침 7시 50분에 후문 보안관 님께 혼나가며 교실문을 열고 담임선생님 맞이할 준비를 했다고 무용담을 늘어놓는 아이, 색종이로 곱게 카네이션을 접어 오는 아이, 편지지 가득 정성껏 감사함을 표현하는 아이. 오늘 학교는 온종일 핑크색 물결이다.

"쌤, 혹시 저희 라이브 하다가 틀리면 어떻게 해요? 그냥 쌤이 영상 찍어 주심 안돼요?"​ 아이고, 조금 틀리는 게 무슨 대수라고! 그래, 알았다. 그럼 한큐에 찍자. 선생님 수전증 있어서 화질은 장담 못 해. 알았지?
"야, 우리 마지막에 선생님 사랑해요 손하트 하는 거 넣자!" 아이들은 무지하게 신이 났다.

그리하여 우린 영상을 찍었다. 그리고 난 학교 메신저로 예약 발송을 걸어놓았다. 석가탄신일로 공휴일인 내일을 대신하여 오늘 아침 8시 45분으로.ㅋㅋㅋ  사랑스러운 아이들과 담임선생님의 행복한 시간을 응원하며! 분명 무척 기쁘고 정다운 순간이었을 것 같다.

교과쌤을 위한 담임쌤의 감동 백배 선물

모두의 기억에 아름다운 추억으로 오래 오래  간직하길. 유년 시절의 소중한 장면으로 남아있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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