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랑 리코더, 그리고 테오르보, 하프시코더가 함께한 [취향의 온도] 공연에 다녀왔다. 한마디로 마음을 촉촉하게 어루만지는 '수딩' 콘서트랄까! 차분하면서도 부드럽고, 그리움의 정서와 명랑함이 공존하는 나무리코더의 위로! <음악이 마음에 닿을 때> 공연제목부터 벌써 취향저격이다. 거기에 바로크 악기 3 총사의 대동단결이라니 어찌 귀하지 않을 수 있을까.
김규리선생님의 리코더 소리는 우리 모두를 매료시키며 바로크 시대로 음악 여행을 떠나게 했다. 리코더를 부르는 또 다른 말이 있구나. 부드러운 새의 소리가 난다고 플라우토 돌체, 새의 부리를 닮았기 때문에 플루트 아베크라고 부르는군! 그래서 바로크 리코더곡이 더 자연친화적인 느낌인지도 모르겠다.
하프시코더, 쳄발로, 클라브생이 모두 같은 것인 것처럼 리코더를 부르는 다양한 용어가 있는 것이구나.
생전 처음 본 테오르보 크기 진짜 크고 신기하게 생겼음. 류트계열 악기라는 것도 알게 됨. 기타 친구가 아니었다.
오늘 연주의 첫곡부터 마지막까지 모든 곡이 다 멋졌지만 그중에서도 잊히지 않는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 있다. 바로 바로크 시대의 리코더곡 텔레만을 연주할 때였다. 너무나 화려한 연주에 감탄한 나머지 악장과 악장 사이에 박수가 터져 나온 것! 리코더 곡이 이리 멋지다는 것을 인정받은 기분에 나까지 행복했다. 그 시대에 바흐보다 더 유명했던 텔레만이 존재했다는 사실을 이 세상 사람들이 알아준 것 같은 느낌에 나까지 어깨가 으쓱으쓱했다는. 이게 바로 리코더의 저력이다 이거임.ㅋㅋ 바로크시대의 월간 윤종신인 텔레만 선생님. 여기서 빵 터졌다. 찰떡같은 비유!
이 음악회가 오늘 하루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멘트와 함께 시작된 마르첼로의 샤콘느, 이어서 앙코르곡이었던 헨델의 울게 하소서까지 고음악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리 격조 높은 공연을 볼 수 있다니. 우아하고, 멋지고, 신비로운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