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가게 앞을 지나가다 '이 노래 뭐지?' 하는 노래를 발견했다. 얼른 스마트폰을 꺼내 음악을 검색했다.
곡 제목은 오키드, 우리말로 '난초'다. 가수 이름은 PL, 인디가수인가 보다. 가사도 멜로디도 노래하는 목소리도 아름답다. 일단 가장 옆에 있는 리코더를 잡아본다.
아니, 소프라노 리코더, 심지어 알토리코더로도 최저음을 연주하기 어렵네. 서랍 깊숙한 곳에 보관되어 있는 테너 리코더를 꺼냈다. 아! 된다. 이 곡 테너로 불어야겠네.
사실 손가락 길이가 짧은 나에게 테너 리코더는 열손가락 다 펴도 무리라 잘 안 불게 된다. 그래서 사놓고 한 두 번 불어 보았나 싶다. 이 곡은 테너 음역이라 일단 시도해 보았다. 하지만 숨도 너무 많이 들어가고 손가락도 불편하여 2절 부분은 다시 알토로 컴백했다.
테너를 불다 보니 매일 글쓰기를 함께 하는 선배님 생각이 난다. 올 겨울 리코더 캠프에서 같은 방을 쓰며 가까워진 우리 쌤은 리코더 캠프 내내 테너 리코더만 연주하셨던 분이다. 밤 열두 시가 훨씬 넘어서 피곤한 몸을 이끌고도 태블릿에 키보드까지 챙겨 오셔서 새벽까지 글을 쓰시고 주무셨던 분. 그 다음날 아침에도 새벽같이 일어나 바흐의 곡을 연주하시던 매력쟁이 선생님. 리코더와 글쓰기 두 가지 취미가 공통점이 된 우리는 그날부터 매일 저녁 카톡으로 1일 1 글쓰기 인증을 하고 있다.
난생처음 불어본 곡을 영상으로 찍었더니 음도 부정확하고 여러 부분 미숙함이 가득하지만 테너 리코더를 잡아 본 것으로 만족이다.
관계 속에서 저마다의 향기를 가진 화려하고 다채로운 꽃들 말고도 ‘이런 내 모습도 꽃이 될 수 있구나’라고 깨닫게 해주고 싶었어요. 불안과 기대 사이에서 상처받는 것이 두렵지만, 당신은 충분히 준비되어있는 사람입니다. 우리는 모두 사랑받을 수밖에 없는 사람들입니다. 사랑받는 것에 충족되어야 하는 자격은 없으니까요. From PL
곡을 소개하는 글귀까지 참 마음에 든다. 베이스 기타와 보컬, 단조로운 구성이 담백하고 진솔하다.
불안과 기대 사이, 흔들리며 피어나는 당신에게 라니. 이 분 노래가 좋은 이유가 있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