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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움 즐거움 Jun 04. 2024

소방관들을 위한 따뜻한 한 끼(강제규 에세이)

이런 책 너무 좋다. 힐링 원탑 도서!

가슴 따뜻해지는 책을 만나 오랜만에 행복한 독서 시간을 보냈다. 읽다가 '아, 좋다.' 몇 번이고 느낀 책은 실로 오랜만이다. 사회복무요원의 119특식일지라는 부제가 재미있어서 선택한 책, '소방관들을 위한 특별한 한 끼'이다.

"반장님, 저 요리사 출신입니다. 혹시 괜찮다면 점심을 제가 준비해도 되겠습니까?" 소방센터 식당 이모님이 갑자기 일이 생겨 못 나오신 날 밖에서 음식을 배달시켜 먹으려는 찰나, 우리의 주인공은 손을 높이 번쩍 들고 본인이 오늘 하루 주방을 맡아도 되겠냐고 묻는다.

술술 읽히는데 푹하고 묵직하게 가슴을 치고 들어오는 부분이 많은 책. 그중 내가 제일 좋아했던 부분은 바로 여기다. 119 안전 센터의 실세, 식당 이모님의 말씀이다. 이렇게 사랑스러운 식당 풍경이라니!

나는 이모님이랑 같이 아침 드라마를 보며 수박을 깎고 또 잘랐다. 이모님은 가장 달고 새빨간 가운데 부분을 내 입에 먼저 물려주셨다."먹어, 자격 있어. 원래 요리하는 사람이 가장 맛난 거 시식하는 겨."

그렇다. 여기서 우리의 주인공 글쓴이를 부르는 이름은 '아들'이었던 것이다. 수많은 보조 인력을 봐온 소방센터 센터장님의 이 말씀. 이 아들은 보통 아들이 아닙니다.

고1부터 야자 빼고 집에서 저녁 차린 아들이에요. 그래서 척 보면 착 요리하는 냉장고 파먹기의 귀재랍니다. 이미 고등학생 때 일식 요리사 자격증을 따 놓고 회도 뜰 수 있는 실력자이지요. 말만 하면 다 아는 패밀리 레스토랑과 뷔페에서 근무했던 경험이 있어 과일 깎기 실력도 어마 무시하고요.

무엇보다 소방서에 말뚝 박으라는 직원들의 칭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묵묵하게 5만 원으로 살 수 있는 메뉴의 조합을 고민하는 멋진 요리사랍니다. 무엇보다 자기가 만든 메뉴보다 더 적절한 선택을 할걸 후회하는 장면은 아, 이 청년 진짜 멋지다 싶었다. OMR 밀려 쓴 학생처럼 아쉬웠다니!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진짜 이 집식구들이 궁금해졌다. 아들내미를 이렇게 멋지게 키운 어머니가 궁금해진 거다. 그래서 어제는 강제규 작가의 어머니 배지영 작가님 책을 한 무더기 빌려왔다. 아! 이 집식구들 덕분에 너무너무너무 행복하다. 읽어야 할 책이 많아 기쁜 건 또 처음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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