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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움 즐거움 Jun 01. 2024

딱 아는 만큼 보인다. 보이는 만큼 사랑하게 된다.

5월 감사 일기 쓰기 완료

계절의 여왕 장미가 아름다움을 뽐내는 5월의 마지막 날이다. 요즘은 어디를 보아도 탐스러운 장미꽃을 많이 볼 수 있다. 봄에는 벚꽃 잔치였는데 말이다. 이렇듯 변화하는 주변 경치로 시간의 흐름을 실감한다.  

벚꽃이 필 무렵의 일이었다. 익숙한 벚꽃 근처에 이름 모를 진한 자줏빛 꽃이 탐스럽게 핀 광경을 보았다. 마치 철쭉과도 비슷한 색이었다.

아니, 나 이 꽃 어디서 본 기억이 나는데. 어디였더라. 생각이 날 듯 말 듯했다. 맞다. 우리 학교 교재원이었다. 그 꽃의 이름은 박태기 꽃!

요즘의 박태기는 마치 완두콩의 꼬투리처럼 재미있는 모양새를 하고 있다. 이렇듯 한 번 눈에 익으니 자꾸 들여다보게 되고 어떻게 바뀌었나 살펴보게 된다.

관심조차 없던 식물에 애정이 생긴 것이다. 아래에 있는 꽃 역시 마찬가지다. 길을 가다가 우연히 검색하여 알게 된 꽃, 산딸나무다.

일단 머릿속에 그 이름을 입력하고 나니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역시 우리 학교 교재원에서 산딸나무를 발견한 거다. 그동안 내내 몰랐다니 이럴 수가. 하긴, 올해라도 안 게 어디냐.

심지어 이렇게 떡하니 팻말까지 달려 있다. 관심 없었을 때는 그냥 스쳐 지나가는 배경일뿐이었는데 알고자 하니 진짜 꽃이 되었다.

아는 것만 보이고 아는 것만 들린다. 음, 영어 듣기 평가할 때 아는 단어만 들리는 것과 같은 원리다. 배경지식 하나 없이 영어 뉴스를 들으면 뉴욕, 화이트 하우스와 워싱턴 DC만 들린다. 아무리 오래, 많이 들어도 소용없다.

5월 감사일기를 다 썼다. 올봄부터 시작하여 3개월째 성공이다. 처음엔 매일 무엇인가를 쓰는 일이 익숙치 않고 번거로웠다. 예쁜 꽃나무가 주는 기쁨도, 사랑스러운 자매가 함께 등교하는 모습을 발견하는 일도 모두 감사 일기를 쓰는 동안 알게 되었다.

음, 멍하니 듣던 강의를 각 잡고 필기하며 집중해서 열심히 공부하던 순간에 비유할 수 있다. 단지 쓰는 삶을 살고자 했는데 내 인생의 시야가 훨씬 더 넓어졌다. 안 보이던 게 보이고 원래 보였던 건 더 사랑스러워졌다.

언제 무슨 일을 했고 어떤 생각을 했나 의식하며 살다 보니 관찰력과 감탄력이 자연스럽게 높아졌다. 삶의 순간순간을 꼭꼭 씹어 음미하며 사는 느낌, 하루하루를 더 농밀하게 살고 있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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