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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코더곰쌤 Sep 29. 2024

텔레만 인 파리

파리로 간 텔레만, 콘프레리 무지카의 공연

바로크 시대의 스타 음악가는 누구일까? 단연코 텔레만이다. 그 당시  바흐가 1200곡, 헨델이 700곡, 비발디가 900여 곡을 남긴데 비해 텔레만은 3000여 곡이나 작곡했다고 한다. 나도 오늘에서야 알았다. 고음악 앙상블 콘프레리 무지카의 공연에 가서 들은 이야기다.

1739년 9월 29일 연주된 이 곡이 대한민국에서 약 300년 후에 다시 연주되다니, 텔레만 선생님이 무척 기뻐하실듯하다. 나도 이 모든 곡을 오늘 처음에야 들었다.

프랑스 친구들의 환대에 방긋방긋 웃었을 독일사람 텔레만을 상상하며 음악을 들어본다. 명장에게 자신이 작곡한 음악을 들려주던 프랑스 음악가들의 모습도 머릿속에 그려본다. 슬그머니 웃음이 나온다. '잉글리시맨 인 뉴욕'이 아니라 '텔레만 인 파리'가 공연 타이틀인 게 그런 이유가 있었다. 앙코르까지 넋 놓고 홀린 듯 듣다 사진 한 장도 제대로 못 찍었다. 그만큼 감동이었다.

이분들 음악은 천연 탄산수 같은 경쾌함과 상쾌함이 넘쳐난다. 세상 무해한 나무에서 울려 퍼지는 무공해 소리다. 악기부터 너무나 자연친화적이지 않은가. 따로 또 같이 연주하는 악기들의 주고받음이 조화롭고 풍성하다. 연주자들이 만들어내는 리듬에 나도 모르게 둠짓둠짓 박자를 타게 된다.

모두가 '돌격 앞으로'를 외치고, 무한 경쟁이 난무하고, 독기가 넘쳐나는 이 시대에 이런 음악이 있다는 건 축복이다. 서로 눈을 마주치며 배려하며 연주하는 앙상블은 그래서 더 매력적이다. '나 홀로 빛나는 주인공, 디바예요.' 외치는 악기가 없고 모두가 합을 맞춰 더 큰 에너지를 만들어 내는 콰르텟의 하모니는 듣기만 해도 힐링이다. 오늘 연주를 들었는데 벌써 다음 공연이 언제일까 기대가 될 만큼 멋진 무대였다. 좋은 공연을 만난 충만함에 행복감이 밀려오는 가을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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