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가는 음표를 통해 감정과 정서를 악곡에 녹여 낸다. 따라서 어떤 곡이 내 마음에 쏙 든다는 것은 작곡가가 의도한 어떤 감정과 나의 마음이 하이파이브를 했다는 말이 된다. 전에는 화려한 쇼팽, 리스트, 격정적인 라흐마니노프만 좋아했었다. 바로크 시대의 음악은 뭔가 심심하고 단조로운 줄 착각했다. 귀로만 들을 땐 특히 그랬다. 내 손으로 연주하고 나니 세상 달랐다. 감정이 다 느껴진다.
숫자의 정확성을 추구하는 회계사나 수학자들 중에는 상상력을 자극하는 드뷔시의 곡을 선호하는 사람이 많다는 연구결과가 있다고 한다. 물론 일반화 할 수는 없겠지만. 나는 사실 좀 반대다.
내가 근무하고 있는 초등학교라는 교실 환경은 늘 소음이 가득하다. 그래서 휘몰아치는 오케스트라의 곡보다는 잔잔한 클래식 기타 사운드, 단순한 하프시코더 소리가 더 힐링이다. 예측이 안 되는 어린이들과 함께 생활하다보니 쉴 때 만큼은 차분하고 안정감을 주는 바흐의 곡이 끌리는 걸까.
가끔은 고전이나 낭만시대의 음악이 좋을 때도 있지만 이건 말 그대로 슈가보이 백종원 선생님표 특식을 먹는 느낌이다. 자극적이다. 그 자극이 매력적이기도 하지만 투머치다. 어느 순간 감정이 과잉인 것 같기도하고 느끼한 듯, 살짝 질리는 감도 있다. 그에 비해 바로크 곡은 집밥처럼 매일 먹어도 담백하고 정갈하다. 음, 황태북어국이나 곤드레비빔밥같댜.
모든 음악이 다 좋긴하지만 내 음악 '취향'은 확실히 바로크다. 비슷해서 좋은 것도 있고 반대라 끌리는 것도 있는 것처럼. 특별히 바로크 음악만 듣자 이런 건 절대 아닌데 어떤 곡이 마음에 들어서 작곡가가 누군가 살펴보면 꼭 비발디 시대의 음악이다. 그럴 때마다 속으로 씨익 웃곤 한다. 역시 난 바로크 체질이야 생각하며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