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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방학

어둠 속의 겨울눈처럼

by 리코더곰쌤

구정 지난지 얼마 되었다고 벌써 입춘이라니 세월 참 빠르다. 입춘은 24절기의 첫 시작이다. 봄비가 내리는 우수, 개구리도 깨어난다는 경칩과 춘분이 차례로 이어진다.

겨울과 봄 사이에는 방학이 있다. 나무에게도 방학 같은 존재가 있다. 겨울 잠 자는 곰처럼 비늘 속에 자신의 존재를 꽁꽁 감춘 채 추운 겨울을 나는 '겨울눈'이 그것이다. 잎도 다 떨어진 앙상한 나뭇 가지는 황량해 보이지만 나무는 죽지 않고 계속 살아있다.

겨울눈은 사계절을 담고 있는 고마운 생명주머니다. 나무는 겨울동안 다른 계절보다 성장 속도를 늦춘 채 충전의 시간을 보낸다. 잎이 되고 꽃이 되는 겨울눈도 시커먼 어둠 속에서 자기 수양의 시기를 견뎌야만 한다.

우리도 멈춰버린듯 춥고 어두운 시기를 보낼 때가 있다. 나의 상황이 지금 꽁꽁 얼어붙은 한겨울인지 봄을 목전에 앞둔 시기인지 잘 모르겠다면 이것 하나만은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차가운 겨울을 지나 꽃을 활짝 피어날 날이 그리 멀지 않았다는 확신이다.

겨울을 지나면 반드시 봄이 온다. 방학을 알차게 보내야 다음 학기에 더 건강하고 활기차게 생활할 수 있다. 늦잠자고 게으름만 피면 루틴이 무너진다. 겨울눈이 멋진 꽃으로 싱싱한 잎으로 자라날 수 있도록 2월을 잘 보내고 싶다. 새벽의 기상과 일출의 기운으로 매일을 시작하면 좋겠다. 나답게, 자유롭게, 편안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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