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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움 즐거움 Jul 20. 2023

온 마음을 다해 널 응원해, 스테퍼 스튜디오 작품들

Urban break2023 stepper studio

지난 주말 관람했던 어반 브레이크 2023에서 만난 스테퍼 스튜디오의  작품들을 소개한다. 단연코 이번 전시의 핫플레이스는 여기였다. 스토리가 있는 그림,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싶은 수많은 그림들이 즐비했다. 저 붐비는 관람객들을 보라.

스테퍼 스튜디오는 사진 우측 하단의 두 명의 작가 재치와 율, 오누이의 공동 작업으로 이루어진다. 아! 두 분이 한 가족이시구나.

형제자매가 이렇게 함께 작업을 한다니 부모님은 참 복 받으신 것 같다. 이런 재능은 분명 유전일 듯! 모르긴 몰라도 부모님도 화가이실 수도 있다. 이들의 작품은 말 그대로 관객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그림 하나하나를 볼 때마다 멈추어 서서 한참을 바라보게 되는 마법! 마치 동화책 속 그림 같아서 그 앞에서 수많은 이야기를 만들고 싶어 진다.

여기에 테니스 코트가 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지 않는가? 코트의 좌우를 기준으로 사람의 숫자가 다르다.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혼자 저 많은 사람들을 상대 한다는게 가능하기는 한 건지. 적진에 들어간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을 보는 것 같다. 널브러진 공을 보니 그동안 수 없는 랠리가 계속되었었나 보다.


홀로 고군분투하고 있는 주인공에게 지치지 말라고, 불가능해 보이지만 절대 포기하지 말라고, 너는 할 수 있다고 말하고 싶다. 내가 지켜보고 있으니 힘내라고 무조건적인 응원을 하고 싶어 진다. 어머나, 제목도 youth라니! 이를 어쩌나, 슬픈 젊음이여!

자세히 보면 작품 위로  각각 다른 네 점의  작은 작품들이 보인다. 작가님께 설명을 들었는데, 이것은 영화로 따지면 비하인드 씬, 쿠키영상 같은 의미라고 한다. 오호! 신박한데?

우리가 테니스 경기를 관람할 때에는 멋진 득점의 순간과 환호, 우승만 기억할 뿐 이를 위해 선수들이 흘린 땀과 눈물, 고된 연습의 과정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프로 테니스 선수가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 동안 힘듦을 견디고 참아 냈을까? 테니스 코트 한 구석에 산더미 같이 쌓여 있는 공들의 높이가 성취를 위한 선수들의 노력을 증명하고 있다.


이 분들의 작품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인스타그램을 찾아봤다. 원래는 이런 아무것도 없는 테니스 코트였다. 배경을 먼저 그린 다음 인물들을 배치한 것이로군!

이분이 스테퍼 스튜디오의 오라버니 율님! 아래는 작품을 설명하고 계시는 여동생 재치님! 저 완전 팬 되었어요!

작품을 그린 작가와 관람객이 함께 만나 그림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이 자리가 너무 소중하고 정겹게 느껴졌다. 작품 속 뒷 이야기도 들을 수 있고 말이다. 아래 작품의 제목은 '달콤쌉싸름한 도시'이다. 겉으로 보면 너무 맛있게 생긴 조각 케이크들! 진짜 맛있게 보인다.

그런데 조각 케이크 안 사람들의 모습이 어쩐지 모르게 외롭고 고독해 보인다. 겉으로 치장된 알록달록한 과일과 토핑, 생크림만 보면 무척이나 화려한 모습이다. 왠지 모르게 대리석으로 장식된 오피스텔 안 1인 가구의 모습이 떠오른다. 아! 이 사람들이 지금 외로운 것이로구나. 안과 밖의 극명한 대비는 감정의 온도차를 더 심하게 부각한다.

이렇듯 작가는 화려하지만 분절되어 있는 개인의 모습을 조각 케이크 속 사람들로 나타낸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인물들은 모두 혼자다. 목욕 후 담배를 피우고 있는 여인, 애완동물과 같이 있는 사람, 그리고 노인.

목욕 후에 피는 담배의 맛이 좋다고 들긴 했지만 이건 슬퍼서 피는 담배인 것 같다. 오늘은 또 어떤 힘든 일이 있으셨나요? 도시의 삶은 화려하지만 충만하지 않다. 우리네 삶은 더 멋지고  매력적으로 보이기 위해 액세서리처럼 토핑을 올리는 고칼로리 조각케이크 같다. 예쁘지만 건강에는 유익하지 않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작가는 우리 안의 개별성, 나만의 특수성, 살아 숨 쉬는 생의 의지를 아래 작품들을 통해 표현한다. 

마치 서핑하듯 우주를 유영하고 있는 자유로운 영혼들! 우주 공간에서 아이처럼 천진 난만하게 놀이하고 있는 사람들의  발에는 서핑보드 대신 로켓 불덩이가 달려있다. 사람 한 명은 또 하나의 행성을 나타낸다. 역시 Youth 시리즈 중 한 작품이다.

어렸을 때 올라가서 숨바꼭질하고 놀던 정글짐! 그 위에 마치 다이빙을 하듯 폴댄스를 추듯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 놀고 있는 어른들. 어른들도 소진되지 않으려면 이렇듯 신나고 즐겁게 잘 놀아야 한다. 그래야 설령 일과 사람 때문에 혹시 지쳤더라도 얼른 다시 자기 자신의 모습으로 회복하여 되돌아올 수 있다.


자, 이제 마음껏 휴식을 취했는가? 당신의 아픔도 슬픔도 더 높은 곳을 올라가기 위한 자양분이 되었을 것이다. 젊은 당신에게 이곳은 전쟁터 같고, 도움 주는 사람 하나 없는 삭막한 직장, 그리고 화려함 뒤에 외로움이 밀려오는 여덟 평 오피스텔일 수 있다. 하지만 내 안의 열정, 호기심, 자발성을 불러 다시 찾을 수 있다면 우리는 더 큰 존재로 성장할 수 있다. 내가 좋아하는 활동을 경험하고 이것에서 기쁨을 느낀다면 누구나 참다운 나로 살아갈 수 있다.


잠시 쉬어가도 괜찮다. 테니스장의 응원석은 TV중계에는 잘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난 언제나 그곳에서 당신을 힘차게 응원하고 있다. 내 안의 젊음이여, 다시 비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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