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을 애도합니다

서이초사건을 목도하며

교사로 살아가는 일이 더욱 두렵다. 서이초등학교에서 일어난 슬프고 안타까운 사연을 접하고는 계속 패닉 상태에 빠져있다. 밥을 먹을 수도 잠이 오지도 않는다. 

이건 비단 서울 강남 한 복판에서 일어나는 특이한 사건이 아니다. 내 동료의 이야기고 우리 옆 반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 그동안 내가 겪었던 트라우마, 앞으로 내가 마주하게 될 현실이다. 하루 종일 울고 싶은 기분이다.

그 얼마나 바라던 교사의 삶이었을까, 임용고시를 통과하고 교직에 들어와서 품은 큰 뜻을 펼쳐보기도 전에 꽃다운 인생을 피워보기도 전에 미쳐 돌아가는 우리 사회가 그녀를 죽음으로 내몰았다.

세포막과도 같은 폐쇄적인 교직문화가, 이기적인 학교사회가 그녀를 외롭게 했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고작 교직에 들어온 지 두 번째 해, 그녀는 쓸쓸하게 자살 당했다. 이건 우리 모두가 겪고 있는 현재 진형형의 이야기이다.

학생들과 학부모로부터 받았을 힘듦이 물론 제일 크겠지만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 바쁜 윗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혀끝을 차게 된다. 어떻게든 책임을 회피하려고 가정통신문에 입장문을 계속 바꿔가며 아무 잘못이 없다고  빠져나가려는 그들의 모습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 고인의 죽음을 욕보이는 이런 행태에 내가 속한 조직 전체에 대한 더 깊은 실망과 빡침을 느낀다. 아! 저들이 그래서 승진을 했지.

이 조직은 정말 더 이상 희망이 없다. 공동의 연대가 불가능한 구조, 폭탄 돌려 막기와 저연차 교사들에게 일감 던져주기, 그 안에서 혼자 두 어깨에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걸어가다 자살 당한 아까운 나의 동료, 정말 속상하고 미안하다.

이뿐이 아니다. 강서양천교육청 관내, 내 옆 선생님 누나가 다니는 학교에서도 6학년 학생에게 폭행 당한 선생님의 이야기가 언론에 보도되었다.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탄원서를 썼다. 교실에서 학교에서 교사의 권위가 세워지지 않는다면 가장 피해를 보는 존재는 학생일 것이다. 도대체 이 나라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가 없다.

교사가 공무를 집행하는 것이 어떻게 아동학대가 될 수 있는지, 내 아이의 특수성만을 인정해 달라고 소리치는 수많은 학부모님들에게 제발 부탁드리고 싶다.

여기에 서 있는 스물다섯 살 선생님도 누군가의 소중한 자녀이자 귀한 딸입니다. 당신의 아이를 소중히 보살피고 싶어서 많은 시간을 준비한 꿈 많은 젊은이입니다. 나의 자녀가 소중한 것처럼  상대를 존중해 주시기를 부탁드려요.

우리는 감정의 쓰레기통이 아닙니다. 당신의 전속 가정교사도 아닙니다. 우리도 여러분의 아이들을 마음을 다해 사랑하기 위해 여기에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 주세요. 그게 우리의 일, 삶의 소명입니다.

35년 전 우리 어머니가 일하시던 시골학교

이른 초봄의 우리 학교 풍경